[기고]프라하를 ‘예술도시’로 만드는 이들...‘거리예술가’
[기고]프라하를 ‘예술도시’로 만드는 이들...‘거리예술가’
  • 최영희 박사(관광학/독일 거주)
  • 승인 2022.12.0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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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박사(관광학/독일 거주)/ 전 세종시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도시 자체도 아름답지만, 예술가들이 함께해서 더 아름답다"

프라하의 거리예술가는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다(굿모닝충청=최영희)
프라하의 거리예술가는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다(굿모닝충청=최영희)
프라하의 거리풍경(굿모닝충청=최영희)
프라하의 거리풍경(굿모닝충청=최영희)
프라하의 거리풍경(굿모닝충청=최영희)
프라하의 거리풍경(굿모닝충청=최영희)

[굿모닝충청=최영희 박사]

최영희 박사(굿모닝충청)
최영희 박사(굿모닝충청)

내가 살고 있는 독일 남부 레겐스부르크에서 체코 프라하는 자동차로 세 시간 삼십분이면 도착한다.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아홉 개로 그중 독일 남부와 동부에서 접근하기 쉬운 나라가 체코,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이다.

덕분에 나는 특별한 표지 없는 국경을 드나들며 여행하고 있다. 한국은 대륙 끝자락에 자리 잡아 지리적으로 반도지만 휴전이라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섬이나 다름없어, 처음 자동차로 국경을 넘었을 때 하면 안 되는 일을 한 것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통제받지 않는 진짜 자유가 느껴졌다. 프라하로 가는 동안 만난 작은 도시는 건조한 주거지와 도심 풍경은 사회주의 체제의 잔재일까 하는 느낌까지 들었지만 프라하로 가는 도로만은 곧게 이어져 있었다.

프라하는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를 거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도시였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연방공화국 성립 당시도, 1993년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슬로바키아가 분리 독립하고 체코공화국이 성립되어서도 프라하는 수도로 자리 잡고 있다.

프라하는 구시가지 좁은 골목길마다 존재하는 오래된 건축물과 공간은 그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아름답다. 역사를 담은 듯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홍빛 지붕, 지붕과 달리 다양한 색깔이 있는 건물 벽, 예술가의 이름을 담은 작은 골목길 등은 내가 프라하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특히 건물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일정한 톤으로 구성된 도시의 조명이 번잡스럽지 않고 아늑하게 느껴졌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나누며 구시가지 관문인 짙은 회색빛의 화약탑(Prašná brána), 천문학 정보와 매시간 열두 명 사도의 조형물을 보여주는 바츨라프 광장 천문시계(Pražský orloj), 종교 개혁가이자 민족 운동가였던 얀 후스 동상은 프라하의 역사, 문화, 예술과 더불어 프라하가 추구하는 도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카를교(Karlův most)는 프라하의 아름다움, 과거와 현재, 사람과 예술이 공존하는 대표 장소이다.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카를교는 구시가지와 프라하 성, 레넌 벽을 연결하고 있다. 그곳은 그 어떤 때에 가도 관광객이 가득한데, 관광객들은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며 누군가가 사진을 찍을 때는 잠시 멈추었다 걷는다. 카렐교의 아름다움은 짙은 푸른색의 어두움이 내려올 때 주홍빛 조명이 비추면 언덕 위 프라하성, 블타바강, 유람선, 전차 그리고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이 동화 같은 풍경은 그 곳에서 공연하는 예술가와 함께 완성된다. 현실과 동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 같다.

천천히 가을풍경 속 남자 모습을 그리는 화가, 열손가락에 밴드를 붙이고도 빠르게 연주를 선보이며 자신의 시디(CD)를 판매하는 음악가, 기타 케이스를 열어두고 연주곡 코드를 모두 맞추어 연주하는 마리오네트, 크고 작은 보석 액세서리를 파는 수공예가가 각자의 작품과 존재만으로 프라하의 풍경과 공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렇게 동화 속이라 생각하며 건넌 다리 너머에 있는 레넌벽은 전쟁을 반대하며 인류의 평화를 주제로 작년과 다른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프라하는 이렇게 동화와 현실이 자연스럽게 얽혀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물론 프라하는 오스트리아 빈과 더불어 공연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프라하를 대표하며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인정받은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오페라, 마리오네트, 연극, 필하모닉, 발레 공연과 다양한 형태의 실험적 예술 전시를 적정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장소이다. 공연관람을 주제로 일정을 마련한다면 나는 아주 긴 시간을 프라하에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라하를 진짜 예술도시로 만드는 것은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예술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누군가가 그들을 불러온 것이 아니다. 예술가 스스로가 찾아와서 함께하니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 세계 어디에서든 예술은 그 자체로 풍경이 되기도 하고, 위로와 평화를 위한 선언이 되기도 한다.

이제 우리에게 위로와 평화를 위한 예술을 선사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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