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요하의 작은 옹달샘] 읽지는 않고 TV만 보는 친구들아, 제발 읽어라
[지요하의 작은 옹달샘] 읽지는 않고 TV만 보는 친구들아, 제발 읽어라
‘나오지도 않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느냐’는 친구에게…
  • 지요하
  • 승인 2015.12.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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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요하 소설가

[굿모닝충청 지요하 소설가] 쉽고 과학적인 한글 덕분에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매우 낮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상식이다. 지금도 한글을 사용할 줄 모르는 노인들이 간혹 있지만, 국민의 절대 다수가 문맹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하지만 문자적 문맹에서는 벗어났지만 문화적 문맹 상태가 폭 넓게 지속되고 있는 현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실질문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해 OECD가 22개 회원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독해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16살에서 24살까지는 최고 수준(일본과 함께 3위)의 독해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55살에서 65살까지는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20위로 최하위 권이었다고 한다.

문자 독해력 조사는 OECD가 회원국 노동 인력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서 실시한 것으로, 수년간의 사전 준비 끝에 세계 22개 나라에서 15만 명 이상을 조사했고, 우리나라에서도 6천여 명을 조사했다고 한다. 통상 국내의 전국적인 통계는 1000명의 표본을 가지고 진행하는데, OECD가 6천 명을 조사한 건 연령대나 성별 등 여러 조건에서 더 정밀한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전화 여론조사가 아니라 방문 면접 방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졌기에 조사 대상 기관들은 면접 담당자 교육 등 사전 준비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창피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갖는 초등학교 동기들과의 모임 자리는 언제나 즐겁고 정답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되지만, 시대상황과 관련되는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조사에서 나타난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은 우리나라 젊은 층과 중장년층의 독해력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사실이다. 젊은 층과 중장년층의 독해력 점수 차이가 영국은 0.1점, 미국은 8점 차이인데, 우리나라는 무려 48점이나 차이가 나서 단연 1위, 극적인 경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실질문맹률이 높다는 사실과 함께 젊은 층과의 격차가 매우 심하다는 사실은 적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근래 들어 더욱 심화된 세대 간 갈등의 한 요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불식할 수가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자연 수명이 늘어나고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우려스럽기도 하다. 독해력이 암시하는 노년층의 실질문맹과 보수적인 가치관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노년층이 더 오랜 세월 사회 변화를 억제하고 젊은 층의 발목을 잡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게 된다. 필자 또한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더더욱 면구스럽기도 한 심정이다.

종편 방송들과 수구족벌언론 등 진실을 감추고 호도하며 왜곡보도를 일삼는 관변 어용언론들의 어지러운 숲길을 잘 헤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다각적인 정보를 취하며 각성을 얻어야 하는데, 세상을 보는 눈이 콘크리트처럼 굳어 있는 중장년층 이상 세대에게서 그것을 기대하기는 실로 난망한 일이다.

읽지는 않고 TV만 보는 친구들

나는 어느덧 노년의 세월을 살고 있다. 지난해 OECD 22개 회원국 독해력 조사가 있기 훨씬 전부터 중장년층의 실질문맹, 또는 문화적 문맹 상태를 무시로 체감하는 가운데서 살아왔다. 너무도 심한 체감 때문에 때로는 질식할 것만 같은 상황을 무수히 겪기도 했다.

독해력이 낮은 것으로 노정되는 실질문맹 상태는 우선 독서와 관련이 깊다. ‘읽는 일’을 기피하는데서 나타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책은 물론이고 신문조차 제대로 읽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중장년층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는 것에서보다는 편히 앉아 보고 즐기는 TV에서 정보를 얻으며 생활한다.

▲근래 들어 노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TV조선’은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민중총궐기대회’에 대해 폭력 집회로 매도하는 보도를 가장 열심히 쏟아냈다.

그리고 TV에서 접하는 정보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도 중장년과 노년층의 특성이다. 젊은 층은 TV 보도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 TV 보도를 걸러낼 수 있는 생리적인 안목을 갖추고 있다. 어떤 특별한 정보를 접할 경우 즉시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진위 여부는 물론이고 옳고 그름까지 판별해내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의 특성이다.

젊은 층과는 달리 TV 보도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중장년층 이상 세대 덕분에 종편방송 전성시대가 지속되고, 공영방송들이 별 문제없이 관영화되는 현상도 생겨난다.

얼마 전 내 또래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친구들은 종편방송에서 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왜곡보도 내용들을 입에 올리며 한껏 열을 내고 있었다. 당연히 종편방송들의 논조에 세뇌되어 가는 상태였다. 나는 일어서서 벗었던 상의도 입고 정중한 어조로 한마디 했다.

“언젠가도 한번 토로한 얘깁니다만, 저는 명색이 문인인 고로 종이지면뿐만 아니라 인터넷 매체에도 많은 글을 씁니다.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이 있습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맨 먼저 단독 인터뷰를 했던 언론매체가 바로 오마이뉴스입니다. 저는 이 오마이뉴스에 지난 2001년부터 오늘까지 14년 동안 천 편이 훨씬 넘는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이 매체에서 주는 상을 두 번 받았는데, 한 번은 정식으로 지면에 오른 글이 천편이 넘은 것을 기념해주는 상이었습니다.

지난 2월 그 상을 받고 나서도 여러분께 인사를 하면서 얘길 했습니다만, 내 동창친구들인 여러분 중에 내 글을 읽는 분은 거의 없지 싶습니다. 내가 명색이 소설가인데, 내 소설을 읽은 친구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제 긴 소설을 읽어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짧은 토막글 정도는 좀 읽어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가톨릭프레스>라는 매체와 <굿모닝충청>이라는 매체에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글을 올립니다.

친구 여러분 모두 나를 ‘지 작가’라고 불러주는데, 작가라고 부르면서 작가 친구의 글을 하나도 읽지 않는다면 조금은 도리가 아니지 싶습니다. 제가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쓴 글이 천 편이 훨씬 넘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수만 명이 읽은 글들도 많고, 어떤 글들은 수십 만 명이 읽었습니다. 그 수만 명, 수십만 명 안에 내 동창친구들은 한 명도 들어 있지 않다면 너무 섭섭한 일일 것 같습니다.

집에 컴퓨터가 있는 분들은 자녀들이나 손주들의 도움을 좀 받아서 오마이뉴스나 가톨릭프레스, 굿모닝충청의 제 글을 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복지관 같은데 가면 손쉽게 인터넷을 할 수가 있습니다.

사람은 뭔가를 좀 읽어야 합니다. 읽는 수고가 우리 인생에는 참으로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편안히 눕거나 앉아서 TV만 보고 살면 바보가 되는 줄도 모르고 바보가 됩니다. 좀 전에 종편방송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종편방송의 왜곡보도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종편방송에 매여 살면 눈멀고 귀먹고, 완전히 바보가 됩니다.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비교적 긴 얘기를 하는 동안 나는 적잖이 긴장했다. 중간에 누가 나서서 내 말을 제지하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얘기를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스러웠고, 고마운 심정이었다. 친구들 중에 내 말을 기억하여 오마이뉴스를 비롯하여 인터넷 매체들의 내 글을 읽는 친구도 있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신문도 나누고…

나는 고장(충남 태안)에 살면서 2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지역신문에 글을 써왔다. 매월 한 편 꼴로 글을 써왔으니, 수백 편에 이른다. 내 글이 나올 적마다 고료 대신 신문을 수십 부씩 얻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곤 했다. 명색 작가라는 사람이 자신의 토막글이 나온 신문을 가지고 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채신머리없는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이웃들과 정보와 생각을 나누고 싶었고, ‘읽는 일’의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게다가 나는 SNS도 최대한 활용한다. 종이지면이나 인터넷 매체에 발표하는 글을 차례로 내 블로그에 올린 다음 ‘페이스북’에도 올리고, ‘카톡’에도 담아 수십 명 지인들에게 전송하곤 한다. 시간이 제법 소요되지만, 소통과 공유의 가치를 한껏 기대하고 신뢰한다.

그래도 나는 늘 고독감 같은 것을 감내한다. 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사면팔방 깜깜절벽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상황을 겪기도 한다. 편히 눕거나 앉아 ‘보는 것’에서만 정보를 얻으며 생활하는 친구들은 자신의 한계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습관적으로 또는 체질적으로 ‘읽는 수고’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고 사는 친구일수록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언설을 휘두른다.

최근에는 한 친구로부터 욕을 먹었다. 왜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국정교과서를 가지고 난리를 피우느냐는 일갈이었다. 교과서가 나온 다음에 반대를 하든 말든 하라는 얘기였다. 당연히 반론을 해야 했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그가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줄 것 같지 않아서였다.

나는 말을 포기하는 대신 그 친구에게 내 글이 실린 신문 한 부를 주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내 글을 읽을 것 같지 않았다. 신문을 도르르 말아서 원통 막대기처럼 만들어 들고 가는데, 그것을 일삼아 펴서 읽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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