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짚는다 해서 다 치유되는 건 아니다
맥 짚는다 해서 다 치유되는 건 아니다
치료할 수 없는 여섯 가지
  • 최재호
  • 승인 2012.07.11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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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작(扁鵲)은 중국 제나라 출신의 명의(名醫)로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에까지 이름을 떨친 전설적 명의였다. 이러한 편작이, 고칠 수 없다고 대놓고 이야기한 여섯 가지의 불치(不治)가 있다.

첫째, 교만하고 방자해서 이치에 맞게 하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것(驕恣不論於理一不治也).

둘째, 몸은 가벼이 여기고 재물을 더 중하게 여기는 것(輕身重財二不治也).

셋째, 입고 먹는 것을 적절히 잘 하지 않는 것(衣食不能適三不治也),

넷째, 음양오장육부의 기운이 정한 바 없이 불안정해지는 것(陰陽臟氣不定四不治也),

다섯째, 몸이 너무 약하고 여위었는데 약을 먹을 수 없는 것(혹은 잘 챙겨 먹지 않는 것)(形羸不能服藥五不治也).

여섯째, 무당을 믿고 의사를 믿지 않는 것이 여섯 번째 불치이다(信巫不信醫六不治也).

편작이 말한 여섯 가지 불치(不治)에는 병명이나 병의 상태에 대한 내용보다 오히려 환자의 마음과 생활 자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중병(重病)은 말할 것도 없고, 가벼운 병이라 할지라도 환자 스스로의 자세가 올바르지 않다면 결국 큰 병이 되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법이다. 편작은 육불치(六不治)’를 통해서 이것을 경고한다.

한의학은 기운의 상태를 통해서 병의 경과와 예후를 파악한다. 그래서 큰 병이 되기 전에, 요즘 같으면 여러 방법으로 하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미리 몸의 병적 상태를 파악하여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현대의학으로 하는 정기검진도 큰 병을 미리 막는 효과가 큼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큰 병이 시작되는 것을 미리 막고자 의사가 충분한 내용들을 이치에 맞게 소상히 설명하여도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치료를 미루고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는 환자가 있다. 대부분 육불치(六不治)’에 해당된다.

나중에라도 스스로 깨닫거나 좋은 의사를 만나서 치료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병이 깊어져서 결국은 주변 사람과 하늘만 원망하는 어리석음을 겪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에도 이런 스타일의 환자들이 존재한다. 환자의 상태가 걱정되어 아무리 성의있게 설명하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도 교만하여 의사의 이야기를 무시하는 환자들이 있다. 요즘은 거의 없지만 전에는 의사의 실력을 시험하러 온 듯 손목만 척 내밀고 눈을 내리깔며 맥 보면 다 알잖아요하는 환자도 몇 년에 한 번씩은 있었다.

정말 얼굴과 목소리, 맥을 보고 기운 상태를 이야기하면 바로 긍정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불치가 아니다. 아주 드물지만 끝까지 너 꽤 하는데, 좀 더 해봐하는 표정으로 썩은 미소를 날리시는 분들이 있다. 그 분 병의 시작이 그런 성향에서 대개 오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그 또한 그분의 잘못만은 아니다. 살아오며 이래저래 마음고생을 하다 보니 마음도 살아남고자 그렇게 버릇 들린 것을 어찌하랴. 보다 더 좋은, 더 큰 의사를 만나길 바랄 수밖에.

재물을 건강보다 먼저 한다는 불치의 내용은 본래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부자에게는 스스로의 잘못이 되는 이야기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좀 다를 수도 있다. 작년 건강보험이 몇 천억 적자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몇 천억 흑자가 되었다.

조사해보니 환자들이 본인부담금 낼 몇 천원도 부담되어 아파도 참느라 의료기관에 가는 횟수가 줄어 돈이 남은 것이라 한다. 개인 한둘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수의 국민과 관계된 불치(不治)’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출은 역대 최고라고 하는데, 국민들은 건강보다 생존이 우선되고 어쩔 수 없이 돈이 몸보다 먼저인 세상이 되었다. 앞의 편작이 말한 여섯 가지를 돌아보니, ‘불치(不治)’가 어디 환자에게만 해당될까, 나라나 가정이나 조직에도 해당되리라. 무엇보다 나부터 돌아보고 내 주변도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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