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천안 동·서 교육 불균형 심각… 강 건너 불구경 언제까지?
[커버스토리] 천안 동·서 교육 불균형 심각… 강 건너 불구경 언제까지?
  • 정종윤·김도현 기자
  • 승인 2016.09.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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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천안 지역 동·서 간 교육 불균형이 심각하다. 공공기관 이전과 택지개발이 확대되고 있는 서북구 지역은 학교 신설과 증축이 잇따르고 있지만 동남구(원도심)는 학교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때 천안을 대표했던 원도심 명문학교들은 학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선 신도심 학교는 학생 수가 넘쳐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천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신도심 초등학교 가운데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북구 환서초등학교로 올 9월 현재 201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남구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학교인 용곡초는 1198명으로 환서초와 1000여 명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 같은 학생 수 차이는 사교육 시장의 격차도 만들어 내고 있다. 서북구의 학원 수가 동남구에 있는 학원수보다 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 동·서 간 교육 여건 불균형은 기본적인 학습권에 악영향을 미친다.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교원의 업무 부담 가중, 학교 재정 운영의 비효율화 같은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원도심을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원도심 공동화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급격한 도시개발로 원도심 공동화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도시들의 경우,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반면, 천안시와 교육당국은 ‘먼 산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다. 그 현장을 들어가 본다. 
[편집자 주]

 
원도심 학교, 전기세마저 걱정해야 할 판…

[굿모닝충청 천안=정종윤·김도현 기자] 학교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원도심인 천안시 동남구 지역 학교는 빈 교실이 넘쳐나고 있지만 서북구 신도심 지역 학교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서북구 지역 전체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쌍용동·백석동·불당동 지역 택지개발이 이어지면서 서북구 신도심 지역 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전통을 자랑하던 원도심 지역 학교들은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지역 간 교육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00명 넘던 학교가 10년 만에 70명
10년 전인 2006년 천안지역 초등학생 수는 모두 4만9586명이다.
2008년 천안시가 동남구와 서북구로 분구됐는데, 이때 나눠진 구계에 따라 분석해 보면 동남구 초등학생 수는 2만7792명, 서북구는 2만1794명이다.

이후 10년만인 2015년 동남구 초등학생 수는 1만6230명(41.6%↓)으로 줄었고, 서북구는 2만2093명(1.3%↑)으로 늘어났다.

동남구와 서북구의 초등학교 수는 각각 38개, 33개다. 최근 10년 전과 비교할 때 서북구에 만 8개 초등학교가 생겨났다.
학교 수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수용하고 있는 학생 수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북구 초등학생 수가 동남구 초등학생 수를 따라잡기 시작한 때는 2009년.
천안시청이 2005년 서북구 불당동으로 이전하고 불당동·백석동 일대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과거 학생 수가 넘쳐나던 동남구 원도심의 초등학교들은 겨우 학교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2000~3000명의 학생 수를 자랑하던 천안중앙초·천안초는 각각 70명, 148명으로 통·폐합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반면 서북구 신도심의 환서초는 2004년 학생 수 94명으로 폐교 될 위기에 있다가 지금은 2017명으로 천안 최대 규모의 초등학교로 커졌다.

동·서 교육 불균형은 사교육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초등수학·영어 학원을 비롯한 학원이 동남구 413개, 서북구 772개로 조사됐다.
원도심에 있던 학원들 중 신도시로 옮겨가거나 새롭게 문을 여는 학원들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원도심에 있는 학생들은 선택의 폭이 넓은 신도심으로 학원을 찾아 다니고 있다.
‘좋은학원’을 가려고 1시간 이상 학원차를 타고 오가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또한 특정학교에 대한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위장전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결과, 소규모 학교는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교원의 업무 부담 가중, 학교 재정 운영의 비효율화로 학무모와 학생은 물론 교원들에게 조차 기피대상이 된지 오래다.

학생 수가 많은 신도심 학교들은 교원의 행정 업무 경감을 위해 교무행정지원팀을 구성, 운영해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반면 원도심 소규모 학교는 학생 수업에 전념해야 될 교원들이 전문상담교사나 진로진학교사가 해야 할 생활지도 관련 상담업무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원도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고학년을 맡았을 때 수업 부담도 있지만 수업 외 각종 학교행사와 행정업무 때문에 지친다. 이런 저런 스트레스 때문에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못 해줘 미안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규모 학교는 배우고 싶은 방과 후 활동 강좌가 있어도 모자란 학생 수 때문에 배울 수가 없다”며 “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사업 지원도 시골 소규모 학교만 받는 혜택이 있다. 해오던 학교, 되는 학교만 되고 시내권에 있는 소규모 학교는 저소득층 말고는 지원받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원도심이 학생 부족을 걱정하는 동안 신도심은 갈수록 늘어나는 유입 인구에 학교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불당동·백석동을 비롯한 성성동은 택지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설학교 계획은 불당동과 백석동에 2017년 개교를 앞둔 초등학교가 각각 1곳이 있고, 성성지구 1곳은 2018년 개교를 목표로 승인을 받은 상태다.

천안교육청 관계자는 “원도심과 신도심 지역의 교육수급 불균형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불이익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지자체, 교육당국,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등이 합심해야 한다”며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할 때 합리적인 대안들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방과 후 학교, 교육격차 줄여줄까?
방과 후 학교는 2006년 사교육을 학교 안에 끌어드려 사교육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원도심 교육격차 문제를 방과 후 학교가 채워 주고 있는지 살펴봤다.

방과 후 학교 참여 학생 수는 동남구 2만2778명, 서북구는 2만2214명이다. 참여율은 동남구 57%, 서북구 52%이다.
참가율은 동남구가 서북구보다 5% 높다.

반면 개설강좌 수는 동남구 1948개, 서북구 2014개다.
동남구가 564명 더 많은데 개설강좌는 66개 적다.

왜 개설강좌는 서북구가 더 많을까?
천안교육청 방과 후 학교 담당자는 “개설과목은 학교에서 개설하기 나름이다. 방과 후 학교는 수요자가 부담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동남구보다 서북구에서 다양한 과목 개설을 원해 개설강좌수가 더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 A씨는 이에 대해 “동남구와 서북구 학부모 교육열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 한다”며 “동남구보다 서북구 학부모들이 교육열이 높아 다양한 과목 개설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부담을 덜기 위해 생긴 방과 후 학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방과 후 학교 위탁업체관계자에 따르면 시·도에서 농어촌지역에 방과 후 학교 강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도심 속에도 취약 계층학생수가 많은 학교가 있다.
도심 내에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불균형이 더욱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과 후 학교 위탁업체 관계자는 “원도심 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적어 원하는 강좌 개설이 어려운 실정이다. 강사들 사이에 원도심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일부 학교는 냉·난비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농어촌지역만 지원할 게 아니라 도심 내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에도 지원을 해야 한다. 동·서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공교육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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