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자녀교육 코칭] ‘아버지 권위와 자녀의 자율’, 소통해야 충돌 피할 수 있다
[조성진의 자녀교육 코칭] ‘아버지 권위와 자녀의 자율’, 소통해야 충돌 피할 수 있다
  • 조성진
  • 승인 2017.04.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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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중부대 교양학과 교수(경영학 박사) 한국코치협회 한국수퍼바이저코치(KSC) International Coach Federation ACC

[굿모닝충청 조성진 중부대 교양학과 교수] 4월의 봄이다. 엄마는 산들거리는 봄바람에 이끌려 꽃구경이라도 가잔다. 자동차에 이것저것 싣고 짧은 여행이라도 가지 않으면 폭발할 것 같단다. 옆에서 아이들도 부추기니 아빠는 상사 눈치가 보이지만 어쩔 수없이 휴가를 낸다. 모처럼 가는 여행이니 볼 곳도 많고 살 것도 많다. 할 일은 더 많이 남았고 돈도 문제다.

가족끼리 서로 의견이 잘 맞으면 다행이지만, 한두 가지 의견 차이라도 생기면 다툼이 생기고 큰 소리가 난다. 심해지면 아예 가족여행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좋아지자고 시작한 일이 싸움으로 끝나니 모두가 짜증을 내고 화가 치민다. 잘 통하는 가족에게 봄은 웃음꽃 피는 계절이겠지만, 충돌하는 가족에게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 된다.

비단 가족여행뿐만 아니다. 자녀 교육문제는 언제 확 달아오를지 모르는 불씨와 같다. 가정에서 교육은 언제나 고민거리이고, 돈 먹는 하마이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이라는 세 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는데, 그게 잘 안되면 불씨는 언제든 커진다. 할아버지의 유산이 없으니 어머니의 정보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잠잠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끼어들면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마침내 전쟁이 일어난다. 안타깝지만 주변에서 종종 목격하는 정말 ‘웃픈’ 현실이다.

몇 해 전, 한 어머니가 고2 딸을 데리고 내게 왔다. 항상 우등생이던 아이가 갑자기 공부를 하지 않는단다. 당연히 성적은 뚝뚝 떨어졌고, 가출을 하더니 아예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딸을 겨우 달래며 데려왔단다. 한참동안 두 모녀의 얘기를 들었다.

문제는 아버지의 권위와 딸의 자율이 강하게 충돌한 것이었다. 한참 공부할 시기에 남자친구를 절대 사귀지 말라는 아버지의 엄포에 딸은 가출로 맞섰고, 공부와 담을 쌓는 것으로 ‘복수’를 했던 것이다. 그 어머니가 원하는 문제 해결의 열쇠는 딸의 아버지가 쥐고 있었지만, 그를 만나지 못해 코칭은 아쉽게도 거기서 멈추었다.

그 가족 문제의 핵심은 의사소통이었다. 겉으로는 아버지의 권위와 딸의 자율이 심하게 부딪힌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학창시절’ 이라는 동일한 개념에 대한 부녀간 ‘생각과 경험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경험한 고교시절과 딸이 겪고 있는 그것이 달랐는데, 서로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학창시절에 관한 기성세대의 경험과 딸의 그것이 강하게 부딪힌 것이었다. 고교시절의 모습과 주변 환경, 그 때와 지금의 가치관 등이 서로 다른데, 각자 자신의 세계에 서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경험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했으니 소통이 될 리가 만무했던 것이다. 우리네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거두절미하고, 이와 유사한 가족들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자녀의 얘기를 경청하는 아버지가 되길 바란다. 자녀는 아버지가 겪었던 시대처럼 꼭 같이 살 수 없다. 앞으로 자녀는 아버지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당연히 아버지의 경험이 자녀들에게 잘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지 말고, 자녀들의 얘기를 끝까지 경청하되 충고도 비판도 말길 바란다. 다만, 자녀들이 세상의 이치를 잘 깨닫기를 소망하고, 어떻게 그 과정을 도울 것인지를 고민하길 바란다. 

둘째, 아버지의 경험을 이해하는 자녀가 되길 바란다. 아버지가 살았던 시대는 복종이 미덕이었고, 개성보다는 일치와 통일이 자연스러웠다. 아버지 자신의 행복보다는 가정의 안녕과 조직의 성공이 우선이던 시대였다. 물론 사랑도 좋았지만, 성공이 더 갈급했던 시대였다. 집안을 살리려고 공부에 몰입했고, 폼 나는 직장 잡아 자식 낳고 좀 살만해졌다 했는데, 자식들이 바득바득 대드니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돈 버는 기계였던가 회의감이 오는데 점점 유령처럼 취급당하는 자신을 보곤 슬퍼하지 않을 아버지가 몇일까? 젖은 솜처럼 축 처져있고 점점 약해져가는 외로운 사람이 그대들의 아버지이다.

셋째, 아버지의 역할을 만들어 주는 어머니가 되길 바란다. 자녀교육에 관한 아버지의 무관심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론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교육방침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주자. 아버지의 개똥철학과 소신, 인맥과 경험, 그리고 사회생활의 노하우가 자녀들에게 전수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 가정에서 아버지가 기여할 수 있는 분명한 역할을 남겨주자. 나아가 부모가 함께 자녀의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갖가지 제도와 환경 개선에 힘을 모을 때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모여서 공부하는 아버지가 되길 바란다. 예로부터 자녀 교육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자녀교육에 좀 더 관심을 가지자. 필요하다면 엉클어진 교육환경을 바로잡는 데 적극 나서자. 돈보다 더 의미 있는 유산이 무엇인지 서서히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혼자서 시작하기 어렵다면 다른 아버지와 함께 힘을 합치자. 아버지들끼리 함께 모여 ‘아버지 학습동아리’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가족과 소통하는 방법부터 공부하자. 4월이 우리 가정에게 새롭고 의미 있는 달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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