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대통령의 휴가
[시사프리즘] 대통령의 휴가
  • 이홍준
  • 승인 2017.07.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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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다가오는 10월 추석과 이어지는 ‘10일 황금연휴’가 될 가능성이 무르익어 가면서 항공사와 여행사의 발걸음이 분주해 지고 있다. 진작부터 이를 간파한 여행족은 일정을 차곡차곡 짜놓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로 갈지, 국내로 여행을 갈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업계종사자들도 덩달아 다양한 관광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과거 일은 삶의 의미있는 수단이 되었지만,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일, 즉 노동은 자본에 잠식당해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환되었다.

국가와 사회의 선진화는 경제성장과 복지를 놓고 늘 팽팽히 다투어 왔다. 자본가들은 성장을, 노동자들은 복지를 통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서로 주장하고 있으나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는 딱히 말할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경제학자라도 이 문제를 놓고는 시대적 흐름과 관점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회자된 마이클 샌덜의 공평한 재분배라는 사회적 정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하게 해 주었다.

인간의 일생을 살펴보면 태어나서 20대 초·중반까지는 대부분 부모의 손에서 자란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결혼과 자녀를 낳게 되고 부모가 했던 같은 방식의 삶을 이어오다 60대 초·중반에 은퇴 후 노년을 보내다가 80, 90대에 생을 마친다. 부정할 수 없는 사람의 일생이다. 인간 삶의 초반인 1/3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성장의 시간이고, 중반인 1/3은 본격적인 인생의 꽃을 피우는 시기이며, 후반부인 1/3은 삶을 정리하는 시간임을 알 수 있다.

다시 하루를 살펴보면 아침 6, 7시에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9시부터 근무를 하고 6시에 정상적인 퇴근을 하거나, 잔업을 하게 되면 늦은 밤 10시경이면 귀가하고 12시경에 잠에 든다. 일을 위해 보내는 시간은 하루 24시간 중에 12시간 가까이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의 연간노동시간은 OECD 평균 1,766시간보다 500여 시간이 많은 2,100시간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세계 최장시간 노동 국가인 멕시코 2,246시간 보다 한 등급 낮은 2위 기록이지만 경향신문이 조사한 통계를 보면 2,273시간으로 여전히 최장시간으로 부끄럽기만 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토록 일을 많이 하면 우리의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풍부해져야 하는데 실제 그렇다고 느끼는 국민은 얼마나 될지, 그 대답은 물음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한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증가율은 2010년 7.9%였지만, 2014년 –3.0%, 2015년 –1.7%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전 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2010년 7.1%에서 2015년 1.5%로 크게 둔화했다. 더 이상의 강도 높은 노동시간량만으로는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없고 사람의 행복한 삶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앞장서서 휴가를 모두 쓰겠다고 밝혔다. 이후 장관들도 휴가를 적극 동참하겠다고 하고 인사혁신처도 공무원들에게 휴가를 보장하고 최대 10일까지 눈치보지 말고 휴가를 갈 것을 장려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쉴 권리 보장이라는 뜻보다는 휴가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한 냉철한 계산도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공직사회를 레버리지로 삼아 민간의 휴가 사용을 독려하려는 노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모 회사가 조사한 한국 직장인들은 연평균 15.1일의 연차휴가를 받지만 이 중 52.3%만 7.9일을 사용했다. 결국 1인당 7.2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실제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데는 제도적인 부분보다는 강압적인 근로 환경과 권위적인 일터 문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최근들어 이런 분위기가 해소되고 있지만 직장인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휴가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사의 계급주의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휴가를 권유하는 것 못지않게 시스템도 변화해야 한다. 직장에서는 다양한 휴양시설을 더 늘리고, 인사제도를 비휴가시즌에 실시하는 등 인사이동에 따른 업무 긴장감을 줄여 주는 개선책이 요구된다.

내년부터 휴가를 갈 경우 일부 경비를 지원한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다. 돌이켜보면 많은 시간 밤을 낮 삼아 일을 한 것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지만 짧지 않은 삶을 생각할 때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휴가는 단순히 놀러가는 것이 아닌 매트릭스처럼 부품화된 시간 속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삶의 여유를 찾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삶에 있어서 일과 쉼이 공존하는 정의로운 사회가 다가오고 있음을 희망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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