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과거는 현재를 낳고, 현재는 미래를 낳는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카(E.H. Carr)는 자신의 대표작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사란 과거 사실을 바르게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출발, 현재적 관점에서 이를 재구성하고 확립함으로써 미래를 내다보는 바른 안목을 기르는 것이라는 의미다. ‘과거가 곧 현재이자 미래’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를 전면 도외시하는 정치인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화법은 맥락이나 표현에 있어서 판박이처럼 비슷해 더욱 그렇다.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나라 안팎이 어려운데, 과거사 파헤치기나 하면서 발목을 잡으면 되겠느냐.”
(이 전 대통령, 9월 28일 페이스북 글과 11월초 참모진 회의 중 발언)
“정부가 전(前), 전전(前前), 전전전(前前前)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 나라를 잘되게 해야 되는데, 복수하려고 정권을 잡았나.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국민의당 안 대표, 11월 3일 독일 방문 중 발언)
"과거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생각한다."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김무성 의원, 11월 9일 입당 간담회 발언)
“나날이 급진전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남의 일이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는) 과거사 파헤치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8월 9일 당 사드대책특별위원회 회의 중 발언)
공교롭게도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색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라가 위중한 이 마당에 과거 청산이 웬말이냐는 이야기다. 이 발언과는 거꾸로 '과거 지우기'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정치보복’은 당장 그만두고, 오로지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자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잘못된 허물이 있어도 괜스레 들추어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말과 같다.
이와 같은 주장에 선뜻 동의하는 국민이 어느 정도나 될까? 참고로 10일 갤럽 여론조사 결과, 적폐청산을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찬성하는 지지여론은 여전히 70%를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