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일기] 그와 만난 지 10년 “쉿! 사랑에 빠졌어요”
[다문화일기] 그와 만난 지 10년 “쉿! 사랑에 빠졌어요”
나의 사랑 나의 코리아! 좌충우돌 ‘다문화 일기’ ① 송이(중국)
  • 송이(중국)
  • 승인 2017.11.1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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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송이,중국]그와 만난 지 10년이 지났어요. 처음 봤을 때 머릿속이 텅 비는 듯 이게 뭔가 했어요.  웃음만 나오더라고요. 생긴 것은 동글동글 네모반듯한 것이 무슨 비밀의 기호처럼 신기했어요.

그게 뭐냐고요? 바로 사랑스러운 한글입니다. 여러분도 보세요. 동글동글 ‘ㅇ’, 반듯한 네모 ‘ㅁ’, 화살표처럼 생긴 ‘ㅅ’. 한국어! 처음 접했을 때는 이 기호들이 무엇인지, 무슨 뜻인지, 어떻게 읽는지 도통 몰랐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한국에 유학을 오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벌써 10년이나 세월이 지났습니다. 한국어! 저는 아직 한글이 완벽하진 않지만 한글을 처음 봤을 때의 신기함을 넘어서 글도 읽고 말도 하는 성장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어에 대해 느낀 매력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중에 신조어도 정말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채팅문화가 발전함에 따라서 ‘ㅋㅋ’, ‘ㅅㄱ’, ‘ㅠㅠ’ 이런 줄임말도 쓰이고요, 그 후엔 ‘대박’, ‘꿀잼’ 등의 신조어도 나타났습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TV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나, 연예인들의 말 한마디가 유행을 타면서 신조어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거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고, 모든 소리를 다 문자로 쓸 수 있는 한글의 우수성과 한국어의 풍부한 어휘력 때문에 신조어는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한테는 한국어 한 단어 한 단어가 인생자체였습니다.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정말 재미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까닭’이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는 멘붕 상태였습니다. 그때는 어떤 시험을 봤을 때예요. 까닭이라는 글자가 나왔는데 ‘이게 뭐지? 이 시험은 무슨 닭과 관련 있는 건가? 뭐지, 뭐지…?’, 지금 생각하면 웃으면서 넘어가지만 그때 마음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생긴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어떤 선배언니가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저랑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선배는 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문자를 보냈더니 선배언니가 “송이야 미안해, 언니가 까먹었어. 다음에 꼭 사줄게”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언니랑 다시 약속을 잡았습니다.

며칠 후에 약속한대로 같이 만났고, 언니가 “전에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고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사준다”는 말에 제가 주문을 했습니다. “저 까 한 번 먹고 싶어요.” 언니도 까가 뭔지 저한테 물어 봤어요. “언니 왜 그래요? 까는 비싸나요? 지난번 혼자서 까를 먹느라고 약속도 안 지켰잖아요! 그 때 그 까를 사줘요”라고 말했더니 언니가 한 10분 동안 말없이 넘어질 정도로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선배언니가 왜 그럴까? 엄청 궁금했습니다. 언니는 혼자서 다 웃고 나서 저와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까먹었다’에 대한 알려줬습니다.

이렇게 한 단어! 한 단어! 어느새 저도 누구한테 알려주고 누구한테 배우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포기 하지 않고 계속 배우고 싶은 마음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지금도 이 신기하고 사랑스러운 한국어의 매력에 푹 빠져있습니다.

신조어 중에  ‘볼매’,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말이 있지만 한국어는 저한테 ‘배매’입니다. 이것은 제가 만든 신조어입니다. 배울수록 매력적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또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어 사랑합니다!”

※‘다문화 일기’ 시리즈는 국제로타리 다문화가족사랑회(회장 박옥진, 042-825-7233)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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