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일기] “행복은 일상의 순간에 있다”
[다문화일기] “행복은 일상의 순간에 있다”
나의 사랑 나의 코리아! 좌충우돌 ‘다문화 일기’ ⑩
  • 김민정(중국)
  • 승인 2018.0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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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민정(중국)] 한국에 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생활 습관이 달라서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적응하기 힘들었다.

모임이나 행사를 가도 외국인이라는 선입견으로부터 오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못마땅한 눈빛이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주위사람들에게 들어 각오는 했지만 직접 생활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웠다.

10년 전 고향을 떠나 멀리 한국으로 와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연함에 두려움이 앞섰다. 스스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가족, 친구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 언어,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도 그중 일부였다.

한국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다문화센터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를 했다. 부모와 자녀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어서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한국에 온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한밭대학교에 입학했다. 결혼 후에 대학생활, 살림, 육아, 공부까지 해야 하는 게 힘들었지만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가끔 만나는 대학동창들, 그때의 아련한 추억들이 가슴 속 어딘가에 늘 자리 잡고 있다. 자 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어쩌다 만나도 몇 시간 내내 낯설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들, 별 일 없지만 안부를 전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겠다.

또 하루를 바쁘게 살다보면 부모님께 안부전화도 제대로 못할 때가 많다. 자주는 못하지만 어쩌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면 “보약 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아이가 7살 되던 해, 친정으로 가서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그때 어머님은 여느 때 보다 유난히 말씀을 많이 하셨다. 멀리까지 와서 고생이 많다며 안쓰러워하셨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셔서 너무나 고마웠다. 힘들고 어려울 때 마음을 읽어주는 따뜻한 위로와 소통은 말이 아닌 사랑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우리는 가끔 일상에서 하는 역할이 대단치 않아서 내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에서 하는 일이 없어요. 회사에서 별 역할이 없어요”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어느 곳에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그 곳을 위한 귀한 존재다.

취학 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교육정보는 어디서 얻을지 걱정이 많을 때 지인들의 도움으로 교육지원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교육정보와 과정에 대해 알기 쉽게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 상담도 받았다. 덕분에 초등학교 준비도 잘 해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재를 요구하는 요즘 국내외의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현지 문화이해와 함께 여행의 즐거움과 신기함을 느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깊이 있는 체험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을 주어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아이가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가끔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 후로 나는 문화센터를 통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바로 홈패션 미싱으로 옷만들기다.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느낄 수 있는 뿌듯함, 다양한 소품이나 옷 만들기 수선이나 리폼 유용하고 실용적인 홈패션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난 후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엄마들과 만나며 인사도 하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자주 전화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친해졌고, 편하게 다가 갈 수 있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언니, 오빠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오히려 내가 먼저 어디 사느냐고 묻기 시작했다.

한번은 한국에서 친해진 친구가 어느 날 허리가 아파서 걷지도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 집에 있는 반찬과 소고기 미역국을 챙겨 주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때 이야기를 꺼내며 “멀리 와서 친구도 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언니가 챙겨줘서 감동 받았고 고맙다. 평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순간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그저 안쓰러운 마음에 나눠 먹자고 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복잡하고 힘든 생활 속에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하지만 속도와 경쟁, 성공에만 치우친 직선형 삶을 사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삶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힘들고 지쳐도 한 발짝 늦게 천천히 가면서 판단하고 되돌아보고 가족,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 때로는 이러한 곡선형 삶도 필요할 때가 있다.

‘나도 힘든데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나누어줄 여유가 어디 있나’라고 생각 하겠지만 나부터 하는 생활 속의 배려가 삶을 더 따뜻하게 해준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사는 순간순간의 일상 속에 있다. 곳곳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서로 다른 얼굴로 어울려 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오래도록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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