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변화’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들에게 고함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변화’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들에게 고함
⑨ 스펜서 존슨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02.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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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책이 200쪽 이상이면 지루하다. 이 책은 120 여 쪽이다. 게다가 여백도 여기저기 있다. 생각할 공간이다.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 1938~2017)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Who Moved My Cheese?》는 치즈에 관한 짧은 우화를 통해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변화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를 준다.

주인공은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작은 생쥐와 ‘햄’과 ‘허’라는 꼬마 인간이다. 생쥐와 꼬마 인간이 찾아 헤매는 것은 그들이 좋아하는 치즈다. 여기는 치즈는 무엇을 비유하여 말한 것일까? 우리가 갖기를 희망하는 재물·건강·직업·인간관계·정신적인 평화와 같은 것들이다.

어느 분야든지, 어떤 일이든지 주위 환경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느끼지 못하다가 나중에 알고 충격을 받거나 실망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이다. 이에 반하여 지독하게 변화를 싫어하고 거부한다.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지 않고 멍청하게 있다가 지금까지 믿고 있던 것들이 이미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늦게 깨닫고 아주 당황해한다.

문제는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변화의 순간들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우리의 삶 자체는 미로처럼 헤매기도 하고, 거친 길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분명히 우리에게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한다.

책은 전체 3장으로 구성하였다. 1장은 고교 동창생들이 오랜만에 만나 사업 이야기를 하다가 겪은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 우화 한 편을 소개한다. 2장은 우화의 내용이다. 치즈와 미로, 치즈 창고를 배경으로 두 생쥐와 두 꼬마 인간이 벌이는 생각과 태도이다. 치즈는 우리가 욕망하는 모든 것을 말하고, 미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 세상, 즉 우리가 현재 몸담은 조직이나 지역사회를 말하고, 치즈창고는 인간이 욕망을 실현하려는 공간을 말한다. 3장은 친구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치즈를 찾아 헤매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야기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우리는 어떤 형태에 속할까 토론하면서 바람직한 생각과 행동에 대하여 곱씹어 본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두 생쥐와 두 꼬마 인간은 C 창고에서 편한 마음으로 마음 놓고 맛있는 치즈를 즐긴다. 그들은 늘 같은 마음과 행동으로 안락을 즐긴다. 이에 반하여 스니프와 스커리는 치즈가 어제와 다른 변화가 있는지 게을리 하지않고 주의 깊게 관찰한다. 두 생쥐는 어느 날 치즈의 재고량이 줄어들자,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새로운 창고를 찾아 나섰다. 그들은 다가온 변화를 수용하고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

그러나 안일 무사한 꼬마 인간들은 C 창고에 재고가 없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않다가 허둥댄다. 그들은 그의 삶에 더 이상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나중에 결과에 좌절과 분노를 느끼고 책임을 서로에게 돌린다. 그래도 ‘허’는 두려웠지만, 한참 후에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치즈를 향하여 떠난다. 그는 오랫동안 치즈를 먹지 못하여 예전보다 더 힘이 들었고 시간도 더 많이 걸렸다. 그런데 ‘헴’은 미련을 버리지 못해, 끝까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아 끝내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치즈에 대하여 얻은 교훈은 많다. 원하든 원하지 안 든 간에 변화는 일어난다. 치즈는 오래될수록 상하기 마련이다. 변화를 예상하고 치즈가 오래된 것인지 자주 냄새를 맡아보라. 우리는 익숙한 것들과 남들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우를 범한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편안한 곳에서 외부와 격리된 삶을 사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안전하다.

자신이 먼저 변하여야 하고 치즈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사라져 버린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다. 썩은 치즈의 망령에 시달리지 않기 위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모험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와 새 치즈의 맛을 즐겨야된다.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 놓는다.

1987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70년 전 미국 경제를 이끌던 100대 기업을 조사하였다. 18개 기업이 그저 유지하는 수준이고 그보다 나아진 기업은 딱 한 군데 GE뿐이었다. 한때 잘 나갔던 기업이 왜 망했을까? 여러 위험 신호를 애써 무시한 데서 비롯된다. 편하고 좋은 것은 거대하고 위대한 것의 가장 큰 적이다. 헨리포드는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선호한 소비자의 기호를 읽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예전의 것만 고집했다. 1980년대까지 아날로그 필름의 대명사 코닥은 기업 세계에서 아주 완벽히 사라지기까지 했다.

우리는 편안함이라는 감미로운 유혹과 변화라는 험난한 여정 속에서 어떻게 할까 방황한다. 자신만의 치즈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그것에 집착하기 쉽다. 치즈를 상실하면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두려운 나머지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진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하기싫고 두려운 일이다. 이 ‘치즈 우화’는 죽기살기식으로 살벌하고 위협적이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친근하게 우리가 왜 변화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은 자신의 마음이다.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이 먼저 변화에 선봉이 되어야 한다.
적은 분량이라 읽기는 쉬우나 곱씹기는 시간을 두고 해야 할 내용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미래가 현실이 되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그만큼 세상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아차 하는 순간, 누구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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