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논어 여행’의 안내자 “하루면 공자의 꿈 들여다 본다”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논어 여행’의 안내자 “하루면 공자의 꿈 들여다 본다”
⑪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03.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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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과거 속에 미래’인 고전(古典)은 잘 알고 있으나 읽지 않는 책이라고 비아냥한다. 더구나 한글세대에게『논어(論語)』에 나오는 한자나 한문은 어려워서 읽기 전에 겁부터 난다. 인류 상당수에게 공자만큼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친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논어(論語)에 나오는 한 구절 정도는 알고 있다. 극히 평범한 말 같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진리처럼 다가온다.

논어 관련 책은 정도에 따라 여러 종류이고 해석도 관점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정치학과 한국 사상을 연구한 배병삼의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는 논어 입문서로 안성맞춤이다. 저자의  배경지식이 공자와 같은 인간 사회 학문인 정치학이기에 논어 여행에 좋은 안내자가 될 수 있다.
논어는 논하고 말하다는 뜻이다.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이다. 논어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에 관한 책이다. 공자 왈 앞에는 제자의 절실한 질문이 있고, 공자는 묻는 이의  수준에 따라 적확하게 답하고, 배우는 제자 마음에 고민을 해소한 기쁨이 넘실거린다. 논어를 읽으면 당시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떠오른다. 공자의 인간적 모습과 여러 제자들의 학습태도가 생생하게 보인다.

공자 당시에는 논어라는 책은 없었다. 100년이 지난 후 후대의 제자들이 만든 책이다. 공자의 시대는 기원전 500년, 춘추 전국시대 중 춘추시대에 해당된다. 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나서 기원전 479년까지 산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500년 전의 일. 당시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는 단일한 가치로 패권을 다투던 시대다.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현대 자본주의의 패권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문명의 원형인 요순(堯舜)시대를 지나 하(夏)나라 건설자 우(禹)왕, 은(殷)나라 건설자 탕(湯)왕을 거쳐 주(周)나라 왕실이 무너져 가고 있었다.

꿈에서 “주공(周公)을 본 지가 오래구나”라고 했을 정도로 공자에게 주나라는 이상적인 정치사회의 모델이다. 그런 주나라에서 왕실을 받들고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권한을 행사했던 제후(諸侯)와 대부(大夫)가 점점 강성하여 주왕실로부터 독립선언을 하였다. 이때는 이런 혼란기가 거쳐 이룩한 중앙집권적 관료 국가인 진(晉)·한(漢)으로 전환되는 사회 재편기이다. 어쩌면 인간의 역사 가운데 춘추시대보다 더 처참한 세상이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겪는 고통을 극복하는데 논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논어의 학이(學而) 편은 전체의 서론에 해당된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 하랴!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 하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냐!" 대단한 내용도 아니다. 밋밋하다. 우리는 세속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 순조롭고 평탄한 길이 아니다. 공자는 우리에게 바람직한 삶의 태도로 이런 생활을 권한다. 가난과 남의 비평에서 벗어나 현실 속에 깃들인 진리를 확인하고 즐기며, 담담하며 고요한 경지인 탈아(脫我)의 세계를 걷는 삶이다.

공자는 구체적으로 배움과 실천, 거기에서 오는 기쁨을 제시한다. 시를 집대성한 시경(詩經), 중국 고대 정치 역사서인 서경(書經), 예의범절에 관한 책인 예기(禮記), 음악에 관한 책 악기(樂記), 점치는 책 역경(易經), 노나라 역사책 춘추(春秋)가 전부이다.

공자는 책을 몹시 소중히 생각해서 서경을 읽지 않은 자고(子羔)가 비(費)의 책임자가 되자 “또 남의 자식을 잡겠구나! ”하고 반대했다. 공자는 책을 통하여 합리적인 통치방법을 배우고 익힌 후에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움과 익힘에 대한 숭앙심은 오늘날 동아시아 국가들의 발전의 원동력으로 평가한다.

논어는 공자가 꿈꾼 인간과 세상이다. 논어에서 벗과의 사귐은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어느 순간, 나의 길을 이해하고 옹호하는 참된 벗을 만나 흔쾌한 즐거움을 나눈다. 주먹이나 의리가 아니다. 글을 통하여 뜻을 같이하고 서로를 사귀는 문인과 같은 교류이다.

유교에서는 죽어서 간다는 천당과 지옥은 없다. 내세를 논하지 않고 오늘 이 땅에 사는 인간을 인간답게 대접하는 인간관계론(人間關係論)이 전부이다. 인간이라고 다 인간이 아니다. 공자는 인간 같지 않은, 짐승 같은 인간도 존재한다고  한다. 짐승 같은 인간을 어떻게 하면 사람다운 인간으로 만들 것인가, 야만의 세계를 어떻게 문명의 세계로 전환할 것인가가 공자의 화두다.
공자사상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인(仁)이다. 인-군자-효라는 세 개념이 유교의 핵심 어이다. 인은 사랑을 뜻하고, 이를 실현하는 인간상이 군자(君子)다. 군자와 인은 한 몸이다. 군자다운 인간다움은 일차적으로 가족 내적 관계를 얼마나 능숙하고 익숙하게 수행하는가에 따라 획득된다. 효는 인의 출발점이다. 가족 속에서 익힌 부모에 대한 사랑이 마을과 국가, 나아가 온 세상에 넘실대도록 만드는 것이 공자의 꿈이다. 수신(修身)―제가(濟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라는 구도이다. 효(孝)라는 가족애를 바탕으로 지역과 국가로 뻗어 나아가는 것이다.

人不知而不溫(인부지이물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엽지 않다는 것은 현실정치 영역으로부터 만세의 목탁으로 나아간 공자의 심정을 술회한 것이다. 혁명가  내지 개혁주의자였던 공자는 거침없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14년간 여러나라를 방문해서 제후들과 면담했지만 아무도 공자를 등용하지 않는다. 그는 68세 노인이 되어 노나라로 귀국, 제자를 가르치는 일로 인생을 마감하고 사후에 군주의 반열인 세가(世家)에 오른다. 공자는 순수한 경험적 모럴리스트이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 공자 자신의 인생 이력서가 있다.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세웠노라.(而志) 삼십에 섰고(而立), 사십에 의혹됨이 없었지. 오십엔 하늘이 명하신 내 사명을 알았고, 육십엔 귀가 순해지더니라. 칠십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좇아도 경우에 어긋나지 않았지.” 흔히 사십의 불혹(不惑), 오십의 지천명(知天命), 육십의 이순(耳順) 같은 표현들이 여기서 나왔다. 공자는 73세에 죽었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좇아도 경우에 어긋나지 않는 성인이 될 수 있는 경지이다.

공자가 미워한 것들은 무엇일까? 공자는 인자한 할아버지가 아니다. 매섭고 차가운 인물이다. 꾸짖어야 할 때 꾸짖는 엄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양화(陽貨) 편에 공자는 네 가지 인간 유형을 미워한다고 털어놓았다. 첫째 남의 잘못을 떠벌리는 것, 둘째 수준이 낮으면서 높은 사람을 헐뜯는 것, 셋째 용맹스럽기 만하고 예의가 없는 것, 넷째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것을 증오한다고 했다. 공자가 권하는 호학(好學)의 길은 좋아하면서 그 단점을 알고, 싫어하면서도 그 장점을 취하는 태도이다. 첫째와 둘째는 공동체의 화합을 깨트리고, 셋째는 사회를 폭력의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고, 넷째는 의사소통이 목적인 인간관계에서 원활한 관계를 해칠 수 있다. 2500년 전 공자의 말씀이 지금에도 낯설지 않다. 논어는 살아있는 고전이다.

끝으로 미자(微子) 편에서 당시의 비관적인 현실과 흐름을 알지만 공자는 묵묵히 갈 길을 제시한다. 사회를 벗어나 자연으로 숨어든 자연주의자들은 공자를 비웃었다. 공자는 세상이 정의롭기보다는 더럽고 추악한 일이 많지만, 오히려 더더욱 세상 속으로 참여하여 인간 사회의 무너진 질서를 고치고 바꿔서 새 질서를 이룩하는 인간의 길이 있다고 보았다. 그에게 정치적 무관심은 지식인으로서 옳지 않은 행동이었다.

공자는 덕치(德治) 주의이다. 위정(爲政) 편의 공자의 말씀이다.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써 가지런하면 백성들은 부끄러워할 뿐 아니라 또 스스로 바로 잡는다(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宜格). 부끄러움은 법과 주먹이 더 가까운 세상에 물정 모르는 한낱 관념일 수 있다. 실은 형(刑)을 중시하는 법가(法家)적 방법이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했다. 진(秦) 나라는 중국 최초로 통일을 완성한 국가(BC 221∼BC 206)이다. 하지만 아주 단명했다. 이것이 법가의 한계이다. 도덕이나 예의는 사람과의 관계를 인간적으로 만듦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세우려는 우회적 방법이다. 건국(建國)과 수성(守成) 같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공자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다.

논어의 전수에는 곡절이 많다. 이는 공자가 죽은 한참 후이다. 짧지 않은 2500년 세월 속에는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 같은 절체절명의 단절 위기도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건재하여 만세의 스승으로 존재한다. 대단한 사건이다. 이 책은 원문의 일부만 게재하였다. 저자의 또 하나의 책, 《한글세대가 본 논어》는 원문을 차례차례 낱낱이 해석하고 또 해설을 붙였다. 논어를 더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는 읽기 편한 책이다. 하루면 대략이나마 공자의 꿈을 알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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