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말의 힘
[시사프리즘] 말의 힘
  • 김종남
  • 승인 2018.03.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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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굿모닝충청 김종남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화 ‘쓰리빌보드’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 딸이 강간당하면서 죽어갔다.’ ‘아직 범인은 체포되지 않았다.’ ‘경찰서장, 어떻게 된건가?’ 한 문장으로 이뤄진 세 개의 광고판은 지역사회를 완전히 흔들어놓는다. 사건발생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잊고 무뎌져가던 공동체 구성원들과 경찰행정을 향한 공공연한 책임추궁이었으니까.

영화에서는 공동체로부터 배제된 백인여성가장과 공동체의 주류, 비주류 구성원들이 갈등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지역공동체 내부에 존재하는 적폐와 적대, 문제해결을 향한 연대의 지난한 과정을 잘 보여준다. 현재의 우리 사회에 비춰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는 현실 같은 영화다.

사회구성원들의 적대와 신뢰의 장애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에코챔버(Echo Chamber) 효과라는 것이 있다. 자기 생각과 유사한 정보만 믿고 확산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에코챔버안에서 사실은 중요하지 않으며(한국인의 33%가 그렇게 믿는다!) 자신의 신념과 동일하지 않으면 중요한 정보로 취급하지 않는다(무려 69%!, 2017 대한민국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보고서).

편견은 필터링의 근거가 되고 그렇게 확립된 가짜는 진짜가 돼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집단과 네트워크를 따라 확산된다. 정작 중요한 사실은 힘을 잃을 뿐만 아니라 핍박받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많은 말들과 온라인으로 유포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정쟁화된 미투운동의 왜곡은 에코챔버효과와 연관이 있다. 대통령에게 전달된 국민참여 헌법개정안을 둘러싼 가짜뉴스들도 마찬가지다.

친한 사람이 보내온, 유투브에 공개된 동영상까지 첨부된 정보는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로 오인되기 십상이고 자신과 믿음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집단일 경우 의심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진실은 이미 의미가 없다. 너와 내가 한 몸인 이익공동체라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현직대통령을 탄핵할 정도로 사회정의와 공공성 실현에 적극적인 시민사회가 이해관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된 탓이라거나 과잉정치화된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한다. 직장과 거주지를 중심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개인적 연고나 이해관계에 따라 조직되면서 사회정의나 공익적 관점 등 보편적 시민성이 확립되지 않는 탓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열심히 소속돼 활동하는 부문이 동문(창)회와 종교활동이고 시민사회단체나 공익적 시민활동이 매우 낮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아니라고만 강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끼리만 소통하고 반응하는 폐쇄적 공동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대전의 정치나 행정은 견고한 성채를 확립하고 있는 정당과 관료의 수중에서 시민사회로 개방하고 확장되기 어렵다. 5조 2459억 원(2018년 기준)에 달하는 대전시의 재정과 2조원에 달하는 교육청의 예산을 시민들의 삶을 눈에 띠게 개선하는 일에 쓸 수 없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히 대전의 시민사회단체와 마을활동가들이 직접 참여해 정치적 행위를 하겠다는 시민들과 함께 열린 공간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을과 직장, 소모임 등에서 시민생활과 직결돼 있으며 정책화하면 좋을 의제들을 중심으로 타운미팅이 열리고 있다. 대전교육과 대전시정의 변화를 불러올 정책들을 시민 누구나 참여한 가운데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작업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이뤄지기를, 그리고 올바른 정보와 사실을 전달하는 지역언론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됨으로써 주류 정치와 사회 구성원들이 새로운 목소리에 귀와 가슴을 열고 공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현재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 외면하고 있었던 문제들을 직면하고 해결할 방법들을 당사자는 물론 시민들과 함께 찾게 되도록 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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