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동짓달과 팥
[건강] 동짓달과 팥
  • 김성현
  • 승인 2014.12.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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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현 춘하추동 한의원 원장
[굿모닝충청 김성현 춘하추동 한의원 원장] 한해를 보내려니 아쉬움이 큰지 모임이 많다. 얼마전에는 흩날리는 눈발속에 술 한잔을 마신뒤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전과는 좀 색다른 곳으로 2차를 가게 되었다. 팥빙수 전문점이다. 열이 많은 한 친구는 삼겹살에 소주로 데워진 몸에 팥빙수를 먹어야 시원하게 속이 풀린다며 푸짐하게 빙수를 시켰고, 평소에 추위를 잘 타는 난 며칠뒤 동지(冬至)를 떠올리며 팥죽을 주문하였다.

귀신을 물리치는 동지팥죽
동지(冬至)는 일년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다. 양(陽)이 부족하고 음(陰)의 기운이 최고치에 이르른 날이어서 귀신이 가장 움직이기 좋은 날이다. 옛부터 동양의 음양오행 색깔중 양(陽)의 기운을 가장 많이 나타내는 색은 붉은 색이기에 양을 상징하는 붉은 팥죽으로 음의 귀신을 물리치려고 동짓날 팥죽을 먹어왔다. 고대로부터 해(日), 불(火), 피(血) 같은 붉은 색은 생명과 열정을 나타냈기에 양의 기운이 생겨나는 동지에 붉은 팥죽을 먹는 것은 나름 의미있는 전통인 듯 하다. (이사를 하면 팥떡(시루떡)을 만들어 집안에 잡귀와 액운이 깃들지 않도록 하는 것도 다 그런 뜻이다)

양의 기운이 생기는 동지 - 한약재중 가장 뜨거운 부자(附子) 심는 시기
한의학에서도 동짓날 양의 기운이 생기는 것을 고려하여 약재를 선별하는 경우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에 부자(附子)가 분포되어 있지만, 쓰촨성(四川省) 찌앙요(江油)에서 생산되는 부자를 으뜸으로 삼는다.

찌앙요의 부자는 타 지역에 비해 품질이 뛰어난데 그 특징은 찌앙요의 부자만이 동지(冬至) 전후 심어서 하지(夏至 - 음의 기운이 생겨나는 시기)에 수확한다. 한쫑(漢中), 윈난(雲南)등 타 지역의 부자는 이보다 늦게 수확하여 순양의 기운이 좀 부족한 듯 하다. 동지는 일양(一陽)이 생하고, 하지는 일음(一陰)이 생하는 시기로서 여기서 생장수장(生長收藏)의 모든 과정이 완성되는 것이다. (부자는 손발이 찬 냉증에 많이 쓰이는데 독성이 매우 강하여 간에 부담이 되므로 전문의와 상담후에 복용하여야 하는 요주의 약재이다.)

일양(一陽)이 생기는 신(腎 콩팥)과 이뇨작용이 좋은 팥
한의학적 관점에서 오장육부중 일양(一陽)은 신(腎 - 콩팥) 사이에 단전(丹田 -붉은 밭)의 풀무질에 의해 인체의 양기의 시발점(이럴 때 부자를 사용하기도 한다)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신(콩팥)의 모양이 콩과 팥을 닮은 것은 참 재미가 있다. 예전 조상들이 직접 해부를 해본뒤 이름을 붙인 것 같다. 더군다나 팥은 이뇨작용이 탁월해 신장병(콩팥병)이나 각기병 등으로 인한 부종에 효과가 있다하니 신장(콩팥)의 배뇨작용과 팥의 이뇨작용의 이름뿐 아니라 작용면에서도 많은 유사성이 있는 듯 하다.

팥-적소두(赤小豆)
팥은 콩과식물에 속한 1년생 초본인 팥의 종자로 한약명은 적소두(赤小豆)이다.
적소두는 심 소장의 경락을 잘 통하게 하며 하행하는 성질이 있어 수분을 잘 배출 한다. 각기와 황달 종기를 없애주고 해독작용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은 평(平)하고 맛은 감산(甘酸 - 달고도 심)하며 무독(無毒)한 약재로 하수배(下水排 -물기를 아래로 배출, 즉, 소변이 잘 나오게 함)의 효능이 뛰어나고, 설사와 이질을 그치게 하며, 수종(水腫 장부 기능의 이상으로 몸의 조직에 수분이 많이 저류됨)과 창만(脹滿 복부가 가득 부어 오르는 증상)에도 효과가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본초신편(本草新編)에는 '적소두는 오로지 하반신의 불필요한 수분성 노폐물을 배출하는 작용을 해 하체의 부종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하체가 잘 붓고 골반이 자주 쑤시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또한 비타민B1이 풍부하기 때문에 각기병에 효과적이고, 체내 과잉수분으로 인한 지방의 축적을 막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다.

팥에 함유된 사포닌(천연계면활성성분인 Saponin은 끓여 거품이 나는 식물에는 다 들어 있다. soap - 비누가 어원임)은 미세한 거품을 일으키기 때문에 피부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작용을 한다. 신라시대에는 팥, 콩, 녹두 등을 맷돌에 갈아서 가루를 내고 그 가루를 세안제로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고 우유의 117배의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조혈, 보혈작용이 있고 고혈압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붉은 팥죽에 새해 소망을 담아 이웃과 함께 하시길…
이렇게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동짓날 밤이 얼마나 길고 쓸쓸했는지 조선의 명기(名妓) 황진이(黃眞伊)도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가운데 둘로 나누어서...(청구영언)”라며 외로움을 달랬을까.....
그러고 보니 이맘때는 우리 주변에 춥고 외롭고 어려운 이웃을 한번 더 되돌아 봐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우리 모두 한그릇의 팥죽으로 이웃과 정을 나누며 나쁜 기운도 물리치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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