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에서 보는 환자들의 많은 증상이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 돈에 대한 스트레스, 취직, 부부관계, 자녀 문제 등 주위를 둘러봐도 모든 것이 스트레스와 연관된 것들이다. 스트레스는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4개국 청소년 건강실태 국제비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한국 고교생 3933명 가운데 ‘최근 1년간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87.8%로 4개국 가운데 가장 비율이 높았다. 일본(1011명 조사) 학생이 82.4%, 미국(1113명 조사)이 81.6%로 뒤를 이었고, 중국(1176명 조사)이 69.7%로 가장 낮았다. ‘스트레스를 자주 받았다’는 응답자도 한국은 전체의 48.5%로 가장 많았으며 가장 비율이 적은 중국(15.6%) 학생의 3배 이상이었다. 스트레스 원인으로는 4개국 모두 공부 문제를 첫 번째로 꼽았으나 한국은 72.6%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한국 학생은 ‘참는다’는 응답자가 48.1%로 가장 많았고, 일본 학생은 ‘잠을 잔다’(57.2%), 중국 학생은 ‘혼자 논다’(34.9%)는 응답이 많았다.
스트레스 없는 인생을 산다면 그야말로 축복이지만, 급속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왜 나쁜가? 미약하거나 적절한 정도의 스트레스는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크고 오랫동안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는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여러 가지 생리적 변화를 불러온다. 대뇌 변연계에 영향을 미쳐 면역과 내분비 기능을 억제시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미리 잡아내지 못해 암의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카테콜아민이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서 혈관을 수축하게 된다. 이때 높아진 혈압 때문에 혈관 내피 세포가 상처를 입으면 콜레스테롤이 혈관 안에 쌓여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똑같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데도 왜 누구는 암이나 질병에 걸리고, 누구는 그렇지 않은가? 이에 대한 답은 피해갈 수는 없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즉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다루는 태도에 따라 몸이 망가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잘 대처할까? 스트레스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첫 번째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누구든지 마음속 걱정거리를 남에게 털어놓은 후 마음이 편안해지고 문제가 해결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고민을 남과 나누는 것을 주저하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고 마음속 응어리를 혼자 삭이는 행위가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이는 더 진행되어 치명적인 질병과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어떤 고통이든 혼자 견디고 이겨내라’고 교육받아 과도한 책임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다. 두 번째는 감정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암 환자들이 스트레스 대처법을 배우고 감정적 지원을 받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살고 재발률은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또 하나의 중요한 해소법은 명상이다. 명상은 뇌혈류를 증가시키며 불면증 개선과 혈압 강하 등의 의학적 효과가 있어 최근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제일 나쁜 스트레스 해소법이 술과 담배 등 자신의 몸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하루 아침에 스트레스를 이겨나가는 법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긍정적인 마음과 함께 음악, 미술 또는 체육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성인이 되어서도 어려운 상황을 잘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행복이란 돈이 쌓이고 지위가 높아지는 따위의 외면적인 것에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일에도 긍정적이고 만족할 줄 아는 열린 마음과 남에게 베푸는 행동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