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아침] 정세훈 作 '가을'
[詩 읽는 아침] 정세훈 作 '가을'
  • 김영수
  • 승인 2013.10.13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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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정세훈 作

구부정히 촌노가 간다
어스름빛 어려 오는
해질녘 뒷마당가 곰삭은 두엄
한 바지게
퍼 담아 지고 간다

꾸불꾸불,
산 땅거미 지는
산 밭둑길 간다.

 

한글은 1443년, 조선의 세종대왕이 만들어 3년 동안 집현전 젊은 학자들을 데리고 잘 쓸 수 있도록 다듬어 실험을 한 뒤 1445년부터 널리 알리고 쓰게 했습니다. 그러나 한자(漢字)를 대국(大國)의 글이라 숭상하던 사람들에게 모진 설움을 받다가 한글을 만든지 450여 년이 지난 조선의 고종 때부터 한글을 ‘국문’이라고 부르면서 나라 공문으로도 쓰고, 교과서도 만들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1910년 일본제국에 나라를 강제로 빼앗기면서 우리말, 우리글도 다시 압박을 받았습니다. 해방 후 지금까지는 국제화다 뭐다 해서외국어, 특히 영어에 자꾸 밀리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일제강점기가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켜주었다는 편협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떵떵거리는, 친일파가 날 뛰는 시대, 돈벌이가 안 된다고 하여 대학에서 국문과를 없애고 영문과 인원을 더 늘리는, “글로벌”이라는 경쟁에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들, 도무지 알 수없는 말로 시도 대도 없이 우리들의 눈과 귀를 어리벙벙하게 하는 연예인들, 그렇게 모국어는 뒷길에 겨우 머무르고 있습니다. 세상에 우리말과 글처럼, 소리 나는 대로 쓰고 적는 글이 어디 있습니까? 이 좋은 글과 말을 갈고 닦는 것이 속 좁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우리 후세대를 위한 확실한 보험일 것입니다. 백년대계를 위해 국가는 세종대왕 동상에 금가루를 입히는 것보다 더 학자들을 양성하는데 후원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오늘 경쟁력에서 뒤진다 하여 우리말, 우리글을 멀리 하는 슬픈 일이 멈춰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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