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 時 / 나희덕 作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정초부터 각종 방법을 다 동원하여 6월에 치러지는 선거에 대한 여론 몰이 작업이 한창입니다. 툭하면 여론 조사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우편물과 메시지가 들어 닥치고 있습니다. 대의정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가 국민들의 인권을 높여주나 봅니다.
우리 사회는 서양의 수 백 년 민주과정을 짧은 기간에 성취하여 아무리 많이 진보하였다 하더라도 아직은 어수선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일보 할 것이라는 믿음들에 균열이 생기고 이거, 혹시 퇴보 하는 것 아니야, 하는 의구심의 안개가 걷히기는커녕 더욱더 앞을 분별하기 어렵게 짙어가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걱정들입니다.
시민권은 성장하였는데도 정치가들은 늘 그 자리에 머물고 있으면서, 자꾸만 국민들에게 충성이라는 이름으로 애국의례를 외치고 있습니다. 충성은 믿음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무한한 신뢰가 있어야 충성이 자리 잡는 것입니다. 충성심이 없으면 리더십은 결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충성 한 되의 가치는 지혜 한 말의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설득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눈과 귀를 막고 자신의 말만 하면서 맹종을 강요하는 것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닙니다. 자신은 늘 올바르다고 믿는 것을 광신이라 합니다. 설령 옳다고 해도 주위 사람들의 의견인 것처럼 다독거려 주는 것이 리더십이고 관용입니다. 문제는 스스로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겸손한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