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칼럼]담임선생님이 은인인 까닭
[시민기자 칼럼]담임선생님이 은인인 까닭
고향과 동창들 없었더라면
  • 일필휴지
  • 승인 2014.02.10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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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었니? 다름 아니고 29일 날 아침 10시부터 우리 동창회에서 윷놀이를 하니까 와라.” “잠깐만~ 달력 좀 보고...... , 공교롭게 그날도 근무네, 그럼 못 가는데 어쩌지?”

 
저런~ 네가 와야 나랑 윷놀이 파트너가 되어 일등을 할 수 있을 텐데 어쩜 좋으냐?” “하여간 방법을 모색해 볼게, 근무자를 바꿔서라도 가는 방향으로 할 태니 기다려.” “꼭 와라~ 네가 안 오면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니께.”
 
이러한 전화를 받은 건 지난 주 화요일. 따라서 나는 나의 9일 날 근무를 대근(代勤)할 동료 경비원의 확보가 관건이었다. 다행히 평소 인심을 잃지 않은 덕분에 내가 부탁한 대근은 선배 경비원이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소주 한 잔 살게요.” “아녀, 부담 갖지 말고 잘 놀다 와.” 어제 아침 아홉 시에 판암역 1번 출구 앞에서 재전(在田) 동창들 넷을 만나 한 대의 승용차에 올라 천안으로 출발했다.
 
이윽고 도착한 친구의 식당 안은 들어서는 순간이었음에도 벌써부터 술상이 질펀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또 한편에는 윷놀이 판이 펼쳐졌고 대진표(對陣表)까지 벽에 붙어있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경석이 왔네! 반갑다!!” “나 말고도 대전 팀들 다 왔다.” “날씨도 안 좋은데 와 줘서 고맙다!” 회장과 총무 외 다른 동창들의 거개 또한 날 껴안고 너무나 반가워했다.
 
그러한 불변(不變) 의리의 모습에서 새삼 고향과 동창들이 없었더라면 과연 무슨 맛과 낙으로 살았을까 ...... 라는 마음이 소용돌이쳤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나는 가난이 덫으로 작용한 까닭에 초등학교조차 겨우 마치고 중학교 진학은 언감생심이었다.
 
설상가상 초등학교 5학년 2학기부터는 소년가장이 되어 돈까지 벌어야 한 까닭에 등교하는 날보다 못 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졸업장을 주신 당시의 담임선생님이 계셨음에 그나마 고향의 초등학교 동창회에도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지난 1971년 그러니까 내 나이 열세 살 때의 담임선생님이 여전히 은인이라 함은 구태여 사족이다. 주지하듯 남북의 이산가족은 여전히 냉전의 후유증에 덜미를 잡혀 지금도 6.25 한국전쟁 당시에 잃은 가족을 만날 수 없어 오매불망의 그리움에 밤잠마저 못 이루고 있다.
 
이러한 실로 가슴 시린 현상 하나만을 보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달려갈 수 있는 살가운 고향과 초등학교 동창들까지 있다는 건 나로선 분명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예상과는 달리 나는 겨우 윷놀이 1 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렇지만 결승까지 올라 커다란 상품을 받는 동창을 보면서는 마치 내 일인 양 기쁘고 반가워 박수까지 아낄 이유가 없었다. 동창들이 거푸 따라주는 술을 마다치 않은 바람에 만취가 되긴 했지만 동창 친구는 다시금 날 집 앞까지 태워다 주어 다시금 감사했다!
 
동창들아,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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