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더미산수화’ 인체 모형 모아 자연 표현
[작가의 말] ‘더미산수화’ 인체 모형 모아 자연 표현
  • 강혁
  • 승인 2014.08.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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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혁 일리아 갤러리 작가
[굿모닝충청 강혁 일리아 갤러리 작가] 더미 산수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2011년 10월 내가 미국 뉴욕 여행을 할 때였다. 당시 나는 뉴저지에 계신 선생님 작업실에 2주 동안 머문 적이 있었다.

가을바람이 부는 어느 날 선생님 작업실 앞에 커다란 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본 적이 있었다.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이 마치 사람으로 보이게 된 건 그때였다. 바람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나뭇잎은 안간힘을 쓰더니 결국은 하나둘씩 떨어졌다.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어찌나 덧없는 인생과 같아 보였다.

떨어지는 나뭇잎은 다시 나뭇가지에 거름이 된다. 결국 잎사귀는 나뭇가지를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사회 구조가 가지라면 잎사귀는 사람으로 보였다.

▲ 더미 산수화, 종이에 잉크, 137X206cm, 2012
▲ 더미 산수화, 종이에 잉크, 197X 64cm, 2013
한국에 돌아와 그 느낌과 기억을 종이에 만년필로 옮겼다. 영원할 것 같아 보이는 가지는 그 안을 까맣게 다 채워버렸다. 나무에서 나온 잎사귀는 목각인형으로 표현을 했다. 나무를 인생사에 비유한 독특한 그림이 되었다. 인생이 복잡 미묘하듯이 나는 나무를 중심으로 풍경을 그려 더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린 것이 더미-산 그림이다. 사람들은 각각의 인생의 범위만큼, 높이만큼 살다간다. 풍족하게 살기도 하고 부족하게 살다가기도 하고 위태롭게 살다가기도 한다. 그런 인생사를 각각의 덩어리가 모인 산으로 표현했다.

또한 사람들은 인생의 지루함을 동료를 통해 기쁨과 행복으로 보충하면서 살기도 한다. 그런 개인주의적이면서 집단적인 성향을 나는 파도로 표현했다. 더미-파도는 거센 파도의 인생사를 동료들에 의지하며 기쁨을 같이 나누는 표정을 담고 있다.

그렇게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은 인생은 누구나 죽음을 겪는다. 죽어서 어디로 갈까에 대한 고민을 표현한 그림이 바로 더미-바위 그림이다. 비로소 나무, 산, 파도, 바위를 통해 나는 더미 산수화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 더미 산수화, 종이에 잉크, 206X137cm, 2012
▲ 디테일부분설명
▲ 디테일
더미 산수화 (dummy landscape) - 인체 모형인 더미로 자연을 표현한 산수화

더미(dummy)는 영어로 대량생산 된 구관절 나무인형을 뜻하며, 우리말로는 한 장소에 모여 쌓여있는 큰 덩어리를 말한다.
전통 산수화와는 달리 만년필로 세밀하게 그려진 획일적인 더미는 현대인을 상징하며, 각자 자기 집단에 속한 더미의 모습은 그 자체로 나무, 바위, 폭포 등의 자연경관을 이룬다.
더미 산수는 산수화의 조형성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 고통스러운 풍경을 담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뒤틀린 관계처럼 더미의 관절들이 비정상적으로 꺾여 있는 것이다.
더미 산수는 기존 산수화가 추구해 온 미적 개념에서 벗어나 자연 파괴를 일삼는 현대 문명 등 사회 비판적인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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