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화해와 평화의 땅 제주도 ③ 대전 산내와 제주도에 떠도는 원혼] 역사 속 피비린내 광풍… 올레길서 달래지려나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화해와 평화의 땅 제주도 ③ 대전 산내와 제주도에 떠도는 원혼] 역사 속 피비린내 광풍… 올레길서 달래지려나
  • 김형규 자전거 여행가
  • 승인 2018.09.15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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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평화공원 행불자표석 앞 조형물.
제주 4.3평화공원 행불자표석 앞 조형물.
제주 4.3평화공원 행불자표석 앞 조형물.
제주 4.3평화공원 행불자표석 앞 조형물.

 

[굿모닝충청 김형규 자전거여행가] 행방불명인 표석 가운데 ‘대전지역 행방불명희생자위령비’가 관심을 끌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4.3사건 와중에 많은 제주사람들이 체포돼 대전형무소를 비롯한 내륙의 각 형무소에 분산 수감됐다. 이들은 6.25전쟁이 터지자 곧바로 총살됐다. 대전지역 행불자위령비에는 모두 270기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행불자 이름은 아는데 시신을 찾지 못한 개인표석이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군경은 곧바로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4.3사건 재소자와 예비검속자, 국민보도연맹 연루자 등 수천명을 산내 곤룡골(골령골)로 끌고와 정당한 절차 없이 총살했다. 지금껏 발굴된 유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희생자 유족들은 지금도 산내학살지 주변에 다수의 유골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학살지 인근에 거주했던 일부 주민들의 전언에 따르면 군경이 마을사람들을 강제로 소집해 긴 구덩이를 파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학살지 아래에서 거주했던 어느 주민은 한동안 장마철 비가 내릴 때마다 검붉은 빗물이 흘러내려왔다고 회상했다.

대전지역행불희생자위령비. 각 표석에는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사망추정일이 새겨져있다.
대전지역행불희생자위령비. 각 표석에는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사망추정일이 새겨져있다.
대전지역행불희생자위령비. 각 표석에는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사망추정일이 새겨져있다.
대전지역행불희생자위령비. 각 표석에는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사망추정일이 새겨져있다.
대전형무소 산내학살현장.
대전형무소 산내학살현장.
산내학살현장에 세워진 창고에는 위령제에 쓰이는 용품이 보관돼 있다.
산내학살현장에 세워진 창고에는 위령제에 쓰이는 용품이 보관돼 있다.

 

1947년 3.1절 기념대회에서 경찰의 총격사건 이후 민심이 흉흉해지자 이듬해 남한의 단독정부는 눈엣가시 제주도를 진압하기 위해 11월17일 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내려진 제주도의 계엄령은 법에도 없는 조치였다. 계엄법은 1949년 11월 24일에야 제정공포됐다. 계엄령과 함께 해안선에서 5㎞이상 중산간 지역은 적성지역으로 분류됐다. 무장대의 은신처가 될 수 있는 적성지역 민가는 모두 불태워졌고 소개령을 거부한 주민은 가차없이 처형당했다.

원래 군경이 파악한 무장저항세력은 500명선이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을 색출하기 위한 초토화작전으로 희생된 주민이 3만명에 달했다. 무장대의 보복으로 희생된 양민들도 10%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 중구 목동 구대전형무소 자리에 남겨진 형무소망루.
대전시 중구 목동 구대전형무소 자리에 남겨진 형무소망루.

 

사람들은 가끔 전쟁, 재난, 묻지마 살인, 대형교통사고 등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이 어느 정도 안전한지 점검해보곤 한다. 9.11테러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 자신이 없었던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유대인 학살이나 시리아내전, 팔레스타인 난민, 미얀마 로힝야족이 아닌 것에 감사하고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쓰나미 현장을 TV를 통해 안타깝게 보고 있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만일 내가 4.3사건 당시 제주도에 살았다면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요즘은 꼭 위험요인이 전쟁이나 재난‧재해만 있는 것이 아니다. IMF금융위기는 그 어떤 공포보다 끔찍한 재난이고 요즘 심각한 청년실업이나 저출산은 훗날 전쟁만큼 살벌한 재난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저지마을회관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내려 본격적인 라이딩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도 현지 자전거 투어 가이드가 코스설명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MTB국가대표였던 이진웅씨다.
저지곶자왈로 들어가는 올레길 초입.

 

야외 추념물을 둘러보고 4.3평화기념관(전시실)에 들어서려는데 예정된 제주탐방라이딩을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이날 단기일정만으로 4.3사건을 조망하기에는 어림없다는 걸 깨달았다. 제주도에는 평화공원뿐만 아니라 많은 피해유적지가 산재돼 있다. 제주다크투어를 위한 별도의 일정확보가 필요하다.

올레길 14-1코스 문도지오름에서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제주도 오름 초지에는 말을 방목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문도지오름에서 푸르른 제주의 경관에 흠뻑 젖은 동호인들.

 

일단 평화공원에서 나와 현지 라이딩가이드의 차량에 자전거를 싣고 제주시 한경면 저지마을회관으로 출발했다. 첫라이딩코스는 올레길 14-1구간(저지-서광)이다. 마을회관에서 나와 임도길과 같은 올레길을 따라 들어가니 평화공원에서 담아왔던 숙연함이 한결 가벼워졌다.  문도지오름에선 제주도의 푸른 초목이 바다처럼 눈아래 펼쳐졌다. 여기저기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과 말똥냄새마저 평화스럽게 느껴지는 이곳이 한때 피비린내의 광풍이 휘몰아친 곳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계속>

김형규자전거여행가이다. 지난해 아들과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다녀왔다. 이전에는 일본 후쿠오카-기타큐슈를 자전거로 왕복했다. 대전에서 땅끝마을까지 1박2일 라이딩을 하는 등 국내 여러 지역을 자전거로 투어하면서 역사문화여행기를 쓰고 있다. ▲280랠리 완주(2009년) ▲메리다컵 MTB마라톤 완주(2009, 2011, 2012년) ▲영남알프스랠리 완주(2010년) ▲박달재랠리 완주(2011년) ▲300랠리 완주(2012년) ▲백두대간 그란폰도 완주(2013년) ▲전 대전일보 기자

김형규 자전거여행가이다. 지난해 아들과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다녀왔다. 이전에는 일본 후쿠오카-기타큐슈를 자전거로 왕복했다. 대전에서 땅끝마을까지 1박2일 라이딩을 하는 등 국내 여러 지역을 자전거로 투어하면서 역사문화여행기를 쓰고 있다. ▲280랠리 완주(2009년) ▲메리다컵 MTB마라톤 완주(2009, 2011, 2012년) ▲영남알프스랠리 완주(2010년) ▲박달재랠리 완주(2011년) ▲300랠리 완주(2012년) ▲백두대간 그란폰도 완주(2013년) ▲전 대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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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2018-09-18 22:12:23
제주에서의 MTB 라이딩 ! 경치가 정말 좋았겠네요, 역사는 덤으로. 깊이 새기는 기회도 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