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故 박배엽 〈백두산 안 갑니다〉...지금 더 가슴 절절한 詩"
손혜원 "故 박배엽 〈백두산 안 갑니다〉...지금 더 가슴 절절한 詩"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8.09.22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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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일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올랐다. 중국 땅을 거쳐서가 아니라, 오로지 한반도 우리 땅을 밟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트레킹 매니아'로 중국 루트가 아닌 우리 땅을 밟고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는 견해를 그간 수 차례 밝힌 바 있는 문 대통령은 이처럼 감격의 소원을 이뤘다.

하지만 “내 땅을 밟지 않고서는 돈을 도로 준대도 백두산에 안 간다”고 울부짖듯 노래하다, 십 수년 전 운명한 시인이 있다. 1957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줄곧 살다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던 故 박배엽 시인이다.

안도현 시인은 수년 전 언론 기고를 통해 “숱하게 시국 관련 성명서를 쓰던 시인, 불완전한 독서광, 질리도록 토론을 즐긴 카페혁명가, 오토바이 라이더, 한심한 끽연가, 지리산에 미친 ‘산꾼’…”으로 그를 회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손혜원 의원이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인의 시 한편을 올렸다. 그리고는 “지금 더 가슴 절절한 시”라고 적었다. 박 시인의 작품 〈백두산 안 갑니다〉를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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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안 갑니다〉

이백만 원이면
좀 적게는 백만 원만 있으면
일주일쯤 중국 여행하며
백두산에 갈 수 있다고
일년 짜리 적금을 든
회사원 내 친구가 있습니다.

얼마나 보고 싶으면
얼마나 가고 싶으면
저런 생각을 다 했을까

가슴 저며 딴 말은 못했지만
나는 백두산 안 갑니다.

삼팔선을 넘어서가 아니라면
분단의 철조망 휘휘 걷어 제껴
내 나라 내 땅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면
김씨 이씨 박씨 제철공장 정형과 모두
얼싸안고 함께 가는 길이 아니라면
나는 백두산 안 갑니다.

돈으로 갈 수 있다면
돈으로라도 통일된 내 나라 내 땅 딛고
갈 수만 있다면
대동강 맑은 물에 목을 적시며
개마고원 영마루를 넘을 수만 있다면
전세금을 몽땅 빼서라도
일숫돈을 빌려서라도 지금 당장 떠나겠지만

남의 나라 땅을 딛고 구경 삼아서는
나는 절대 백두산 안 갑니다.

이백만 원을 도로 준대도
백두산 안 갑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적금을 들고
하고많은 사람들이 백두산엘 다녀와도
분단의 장벽은 꿈쩍도 않고
세상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습니다.

백두산 가는 길이 그런 길이라면
꿈에서도 그리던 길 그 길 가는 길이
고작해야 그런 정도 길이었다면
나는 절대 백두산 안 갑니다.

철조망 지뢰밭이 앞을 막아도
내 나라 내 땅 질러가는 길이라면

통일을 기약하며 가는 길이라면
온몸이 찢겨지고 발목이 잘려서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기꺼이 가겠지만

남과 북이 하나되어 가는 길이 아니라면
투쟁과 승리로서 얻은 길이 아니라면

나는 백두산 안 갑니다.

절대 백두산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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