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멀리서…? 이제부터 ‘천안에서 놀자’
왜 굳이 멀리서…? 이제부터 ‘천안에서 놀자’
  • 윤현주 기자
  • 승인 2018.10.26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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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윤현주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11월 2일 금요일 오후 6시, 천안 신부문화공원에서 <천안가요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요제라고 하면 축제 행사 중 하나이거나,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 가요제는 가요제 포스터에 나와 있듯 ‘노래하고 놀자’가 콘셉트이며 가요제를 여는 이유 또한 놀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흥미로웠던 사실은 이 가요제를 주최하는 곳이 페이스북 그룹 [천안에서 놀자]라는 사실이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그룹 [천안에서 놀자]는 왜 가요제를 여는 걸까? 궁금증을 풀기위해 [천안에서 놀자] 일명 [처놀자]의 대표 이일수 씨를 만났다.

다음은 페이스북 그룹 ‘천안에서 놀자’ 이일수<사진> 대표와의 일문일답

페이스북 그룹 ‘천안에서 놀자’ 이일수 대표
페이스북 그룹 ‘천안에서 놀자’ 이일수 대표

 

11월 2일 <천안가요제>를 개최한다고 들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하던데?
예선에 200팀 정도가 참여해 40팀이 본선이 올랐고, 지난 20일 본선 경연을 통해 결선 진출 12팀을 뽑았다. 그 12팀이 11월 2일 가요제 결선을 치르게 된다. 사실 준비를 하면서도 가요제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줄 거라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힘들어도 기분 좋게 가요제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 그룹에서 가요제를 주최하는 것, 흔치 않은 일이다. 어떻게 가요제를 열 생각을 한 건가?
‘처놀자’는 2014년 11월에 생겼다. 가입 된 회원 수만 해도 2만 5천 2백 명에 달한다. 그동안 ‘처놀자’ 안에서 나름대로 이런저런 활동을 해왔는데 이제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그 활동을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천안문화재단의 문화예술지원사업에 지원했고 선정되어 가요제를 열게 되었다.

페이스북 그룹 ‘처놀자’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천안에서 놀자’는 이름 그대로 ‘천안에서 놀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룹을 만들 당시 천안에 놀 거리가 너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나도 그랬고, 내 주변 사람들도 놀 거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만약 천안에 즐길 거리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처놀자’를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만한 거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논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놀자는 건 아니었다. 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지역 사람들의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소통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새로운 문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문화라고 해서 거창한 걸 이야기 하는 건 아니다. 일종의 캠페인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한 예로 연극표가 많이 생긴 적이 있다. 그 연극표를 어떻게 나눠줄까 고민하다가 ‘버스 정류장 쓰레기를 줍자’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버스 정류장의 쓰레기를 주워서 인증샷을 올리면 연극표를 주는 거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며 나는 뉴욕의 ‘브로큰 윈도우 법칙’을 떠올렸다. 쓰레기가 없으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한 거다. 얼마 전에는 ‘영화보고 놀자’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처놀러가게] 입점업체 분들에게 후원을 받아서 극장을 통째로 다 빌려 어린이 영화를 상영하는 이벤트였다. 회원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준다는 상생의 의미였고, 겉으로 드러나는 건 무료로 영화를 상영해주는 이벤트였지만 사실 그 안에는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그룹홈 시설 친구들을 몰래 초대해 같이 영화를 보고, 선물을 나눠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보고 놀자’ 행사를 다 끝내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그룹홈 친구들이 함께 했음을 알렸고 그 아이들 중 누구도 편견 어린 시선이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문화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지금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룹을 만들 초기엔 그룹 운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맨땅에 헤딩 한다’고 했다. 내 행동이 무모해 보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좀 달랐다. 숲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나무를 심다보면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 도와주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놀이와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좀 든다. 노는 건 말 그대로 즐거움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나?
‘처놀자’에서 하는 캠페인이나 봉사는 모두 함께 즐거워야 한다는 전제를 지닌다. 봉사를 예로 들자면 봉사에는 종류가 다양한데 우리는 노는 걸로 봉사를 한다. 삼일육아원에서 봉사활동의 하나로 작은 축제를 열었던 적이 있다. 금전적이거나 물질적인 봉사는 우리가 아니더라도 하는 분들은 있으니 우리는 아이들과 신나게 놀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종 부스를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해서 이기면 쿠폰을 주는 작은 축제를 열었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했고, 게임을 이겨서 획득한 쿠폰으로 부스에서 직접 먹을거리를 사먹으면서도 즐거워했다. 봉사자로 나선 우리 또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처놀자’에서 주관하는 봉사활동은 봉사를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 때 ‘오늘 진짜 재미있게 놀았다‘ 이야기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처놀자’의 움직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가요제를 여는 것 또한 노래하며 놀자는 의미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가길 바라는 희망이 함께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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