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 고민 Q&A] 노인혐오(혐로) 문제 심각하다
    [어르신 고민 Q&A] 노인혐오(혐로) 문제 심각하다
    • 임춘식
    • 승인 2018.1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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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노인혐오(혐로)가 도대체 뭡니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니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습니까? 노인으로 살기가 참으로 창피합니다.(남, 70)

    A. 노인을 보는 청년세대들의  눈길은 싸늘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노인충’(노인+벌레),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 ‘노슬아치(늙은 것이 벼슬인 줄 아는 노인)’, ‘연금충(노인복지 비용 부담에 대한 반감) 등의 비속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있으니 놀라운 일입니다. 효도와 공경을 최우선을 덕목으로 삼던 이 나라가 어쩌다 입만 열면 노인을 비하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을까요. 어르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안이 벙벙할 일입니다.

    최근 세대갈등과 노인혐오(혐로) 문제가 심각합니다. 아니 도가 이미 넘어 섰습니다. 잊을 만하면 언론에는 지하철, 버스, 공공장소 등에서 노인과 청년이 다툼을 벌이다 문제가 생겼다든가부터 시작해서 심할 경우 형사사건까지 가는 문제가 비일비재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인혐오는 말 그대로 ‘노인층에 대한 혐오’를 뜻합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왜 세대갈등과 노인혐오 문제가 과거보다 더 심하게 불거지고 있는 것은 성장배경 차이에 따른 세대 간 불통과 노인 접점이 없는 사회를 원인으로 꼽힙니다. 대화와 만남이 없으니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타자(他者)로 여겨지고 배척됩니다.

    고령사회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노인과의 대화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노인인권실태조사(2017)를 보면 노인들 중 청장년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절반(51.5%)을 웃돌았습니다. 노인과 청장년 간 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노인 비율도 44.3%에 달했습니다.

    청장년 10명 중 9명은 노인과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에 있어서 극명하게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와 노인간 ‘불통’이 혐오로 연결됩니다. 서로간의 이해가 부족해지면서 상대방을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의 노인세대는 한국 사회 근대화를 고스란히 겪었습니다. 전쟁 전후와 산업화,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며 합리·논리적 사고보다는 경험에 의존하는 소통양식을 가졌습니다. 노인세대가 개인 경험을 절대시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젊은 세대와는 쌍방향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세대 차이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젊은 세대 계층이 가지는 노인에 대한 떨어지는 접근성이 이러한 혐오를 쉽게 분출하게 합니다. 살아온 세계가 다른데다가 서로 간에 접촉할 틈새도 없으니 당연히 문화가 다르고, 개인주의와 전체주의로 성향이 나눠지면서 전체주의를 중시하는 노인계층에 대한 반감이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된 것입니다.

    최근 들어 노인혐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정책을 정부는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노인과 젊은 층이 만나서 얘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지만 진퇴양란입니다.

    어쨌든 우리 사회는 노인과 비노인 세대 간에 서로 이해할 교육 제도나 환경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노인혐오를 개인 문제로 치부할게 아니라 정책화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지역사회 관광가이드 등 노인이 일자리에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세대 간 만남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장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 입니다.

    예를 들면,  20대 여성이 노년 남성에 대해 느끼는 혐오는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 있습니다. 노년 여성에게 ‘피곤하다’는 정도의 감정을 드러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20대 여성의 경우 성희롱이나 성추행, 지하철에서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노인 남성을 떠올립니다.

    40대 여성은 노인 혐오와 관련해 ‘노년에 이르러서도 자신을 돌볼 줄 모르고, 질병과 죽음에 대항하는 노력조차 여성에게 떠맡기는 남성’이라는 의미에서 더 비판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들은 발전주의와 국가주의, 남성중심주의 속에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의 태도를 못 견뎌 한 것이며 결국 이들이 보인 노인 혐오는 노인 개개인보단 가부장제를 향한 저항의 성격을 가집니다.

    또, 젊은 남성의 노인 혐오는 전해줄 자원도, 받을 자원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가르치려 드는 태도를 보이는 데서 나오는 불협화음이 혐오의 감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인 혐오는 아직 우리 사회의 다른 혐오만큼 현실에서 직접 표현되는 단계에 이르진 않았습니다.

    혐오가 장벽을 넘어 분출되기 전인 지금이 혐오 관리에 정말 중요한 이유는 노인 혐오에 가부장제가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제 더 이상 ‘효 사상’을 노인혐오 해결의 열쇠로 삼아선 안 됩니다. 가부장적 성문화를 바꾸는 것이 세대 갈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관계를 평등하고 독립적으로 바꿔가면서 노인혐오를 노인의 인권과 시민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청년실업 및 양극화 심화, 문화․이념적 차이 등으로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은 노인혐오, 세대갈등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우리 사회에서 만연한 혐오 표현은 이제 노인을 대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노인이 완전한 권리의 주체로서 지속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이 아닌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로서 인식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노인 복지를 '효' 개념으로 당위성을 부여하려고 하지 말고 노인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 사회의 노인혐오 현상은 노인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사회의 원로로서 역할을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노인이 공경의 대상이었던 시대에 머물러 젊은이들로부터 대접 받기만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살아있는 백과사전이 아니라 화석에 불가한 노인들을 공경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바로 이 점에서 노인층과 젊은 층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의 젊은이들도 곧 늙은이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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