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 셋째주 토요일 선화초 앞에서 ‘하하~ 호호~’
매월 첫· 셋째주 토요일 선화초 앞에서 ‘하하~ 호호~’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③ 안도르 카페 그리고 프리마켓 페스타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4.10.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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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도심의 가을여행, 선화동을 찾았다.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 주변이 상업지역으로 변모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흥성하다면, 맞은편 선화동은 쇠락한 목척시장과 옛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인적이 드문 곳이다.

대로변의 고층빌딩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곳. 이곳 역시 상업지역으로 땅값은 올랐지만 으능정이 거리와는 확연히 다른 옛 정취가 살아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옛 집들과 한 사람이 겨우 다닐 만한 좁은 골목골목을 걸으면 담장 사이 주고받는 정담과 타고난 터전을 지키며 소소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좀 더 여유 있는 골목엔 어김없이 평상이 놓여져 있다. 소담한 농담과 쓸쓸한 하루가 버무려지는 곳, 손자들의 재롱이 익어가는 곳, 때로는 말씨름이 일어나고 막걸리와 부침개가 향내를 피우기도 하는 곳. 평상은 도심 너머의 모습을 고루 갖추고 있다.

안도르 카페, 이야기가 있는 공간

선화초등학교 앞에 안도르 카페가 있다.
1928년 일제시대 때 대전부윤 관사로 썼던 두 채의 건물은 해방 이후 주인이 분리되었는데, 한 채는 지금의 카페로 재탄생했지만 다른 한 채는 담쟁이덩쿨로 덮인 폐가로 남아 있다. 대전 도심에 근대건축물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 여러 곳이지만 이곳은 아니다. 근대건축물이냐가 관건이 아니라 공간이 주는 이야기가 더 의미 있는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 17년간 빈 집이었던 이곳을 얻어 개조하고 카페로 문을 연 주인공, 김산 대표를 만나 그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김산 대표는 시인, 소설가,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건축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지만 지금은 사업가다. 지렁이를 이용한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를 개발하여 특허를 내고 제작, 판매, 생산을 하는 일을 한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주)삼안 대표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그가 대전에 온 것은 대략 4년 전이다. 대전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이유였고, 단 돈 8,000원을 들고 왔다. 막노동을 했다. 당시 매일 운동과 금주 원칙을 세웠는데 이 골목은 운동하는 코스였단다. 오가며 빈 집을 눈여겨보았고, 건축가의 안목으로 집의 원형과 질감을 살리면 편안한 사무실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인을 찾아 허락을 구하고 인부 둘과 함께 청소를 시작했다. 일주일이면 충분하려니 했던 청소는 2달 반이 걸렸다. 비워져 있는 동안 동네 쓰레기기장이 되다시피 방치되었던 것이다. 목재 골격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뒤틀림 없이 튼튼했지만 여기저기 손볼 데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제식 높은 천정과 마룻바닥은 그대로 살리고 건물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없어진 문짝은 60년대 문짝을 구해 맞췄고, 일본에서 자작나무 합판을 구해와 훼손된 벽을 보완했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다. 본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2층은 그의 사업을 위한 사무실로 쓰고 아래층은 커피숍을 열기로 했다. 이익이 목적이 되지 않는 찻집, 벗이 오는 느낌으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카페 운영은 오랜 지인이 대표를 맡아 주었고, 동티모르 야생원두를 쓰고, 대량 생산되는 음식은 가능한 안 쓰기 위해 케익과 빵은 소규모로 밖에서 공수를 하고 있다. 

번화한 거리도 아니고 인적 드문 골목에 위치해 있는데도 하루 100여 명의 손님이 다녀간다고 한다. 주중엔 대전 사람이 7할이라면 주말엔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7할을 차지한다. 무슨 비결일까. 현대적 정형화에 물들지 않은 서정적인 분위기 탓일까. 고양이들이 제 집처럼 드나드는 마당의 여유로움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맞은편 폐가를 울울 타오른 담쟁이의 푸르름일까. 찻집 입구 150년이 된 향나무의 은은함 덕분일까. 그 답은 카페 이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안도르’는 안도현 설치미술작가의 별호에서 얻어왔지만 청년작가를 후원한다는 숨은 뜻이 있다. 카페 문을 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가머핀> 인디밴드 청년들이 들렀고, 자연스럽게 어울려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30~40년 나이차를 넘어 벗으로 지낼 수 있는 청년들은 감동의 시작이었다. 뛰어난 청년들. 남자들이 이쁜 여자 보면 본능적으로 눈이 가듯이, 지나가는 행인 1,2에 불과할 수 있는 청년들이 그에게는 하나같이 놀랍고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20대 청년들의 상황을 관철하게 된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해도 과제 수행하느라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환경이고 학비는 굉장히 비싸고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이고 어렵게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 인턴사원인 현실에 놓여 있는 요즘의 청년들. 우리 세대(김산 대표와 나를 포함한)는 적어도 어른들께 기본 대접은 받았지 않았는가. 끊임없이 착취를 당하면서도 잉여의식의 지배를 받는 청년들의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청년문화, 프리마켓 페스타
그는 장사꾼이 아니고 사업가였다. 사람을 활용하는 일에 익숙했다.
흩어져 있는 청년들을 모아 문화활동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청년문화를 지켜야겠다’ ‘청년들의 힘으로 이 도시에 무언가를 만들자’는 생각이 모토였다 잉여물들이 문화가 되도록 자신은 서포트만 하자는 원칙도 강고했다. 그의 써포트는 인사권과 돈을 대는 일로 한정했다. 청년들의 힘은 자생적 역량에서 나온다는 의식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프리마켓’ 활동이다. 매월 첫째주, 셋째주 토요일 1시에서 6시까지 열리는데 많게는 70-80개, 적게는 50개 정도의 좌판이 열린다. 구제품, 악세사리 같은 창작품, 즉석 케리커쳐 등이 인기 좌판들이다. 주로 20대 대학생들이 와서 팔고 가는 형식이다.  ‘목척시장은 살아있다’는 주제로 기획전시를 했고, 재개발지역으로 점점 쇠락하고 있는 목척시장 일대와 주민들과의 소통을 꿈꾸며 마을 전체에 벽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동네에 빈 집이 생기면 세를 얻어 놓았다가 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무료 제공하는데 자생력을 위해 1,2년 정도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나아가라. 자기 역량껏 살아라. 실패는 없다. 경험이고 과정일 뿐이다.”

 그가 함께하는 청년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20대의 재주 하나로 문화기획자가 직업이 되고 생활이 어려워지는 삶의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프리마켓 대표도 일 년씩만 맡긴다.
‘대전문화협동조합’도 만들었다. 6명의 청년들이 조합원이지만 30여 명이 핵심맴버로 활동하고 있고 포괄적으로는 300여 명이 움직이고 있는 청년조직이다. 프리마켓을 넘어 지역의 다양한 문화활동을 도모하고 있는데 올 가을에는 <대전 국제 아트 프리마켓 페스타>가 예정되어 있다.

2014년 10월 17일~18일, 중구 대흥동 중교로 거리에서 진행될 예정인 페스타는 대전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진정한 의미의 참여와 어울림의 문화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다양성 극대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프리마켓 팀들을 한데모아 거대한 프리마켓 구역을 만든다. 기존 프리마켓이 가지고 있는 ‘시민참여, 희소성, 다양성’이라는 장점과 정신을 살리고, 각 프리마켓 팀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최대한 강조할 예정이다. 특히 해외 팀인 중국의 경우 참가자 전원이 전업 작가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국내 팀과는 또 다른 감각의 작품들을 선보일 것이다.

공익단체 및 지역 대학교와 협업하여 홍보부스도 마련하고, 아트 퍼포먼스팀과 협업하여 생활예술 워크숍과 작품을 제작하여 판매하고, 먹거리 마켓 운영도 기획하고 있다. 공연무대 운영도 상찬되어 있다. 행사 시간별 컨셉에 맞는 국내 대표밴드 1팀과 같은 장르의 지역 인디밴드의 연합공연 형식이고, 단순한 공연을 넘어 세대별 공감의 장으로 행사 진행 동안 지속적으로 음악적인 부분을 담당할 예정이다. 그밖에 퍼레이드, 심야공연, 버스킹 존, 거리전시 등 기획된 프로그램들이 다채롭다.

이 모든 것을 자비로 하겠단다. 외국 참여 작가들에게는 차비와 숙박 정도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돈 들어갈 데가 어디 그뿐인가. 내가 걱정하는 말을 했더니 그는 “땅 파면 나온다”고 웃더니 “안도르 카페 수입이 밑천이 되고 있어요. 이 수입이 우리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으로 카페 문을 열었듯이 명품은 어디서든 통한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고 있죠.” 이어진 말로 날 감동시킨다. 명품 카페와 명품 청년문화의 어울림 현장, 기대해도 좋겠다.

원도심, 대전의 문화
그는 인터뷰 내내 예술문화의 자생력을 거듭 강조한다.
예술인들이 대부분 정부보조금 안에서 놀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부보조금 잘 따오는 이가 뛰어난 문화기획자로 인정받고 있는 시스템을 비판한다. 정부단체 역시 행사를 위한 보조금지원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예술 활동은 행사를 위한 행사, 공연을 위한 공연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의 역량과 참다운 문화 생산을  뒷바라지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예를 들어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보조금을 지원받던 공연단체들이 보조금이 끊기자 상승하는 세값을 감당 못하고 도심을 떠나야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전주연극제’의 경우엔 보조금에 의해 공짜티켓이 난무하다 보니 티켓파워가 사라졌다. 반면, 대전의 <아신 컴퍼니>는 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무대초대권을 없애고, 자생력을 키워가는 아주 좋은 사례로 꼽았다.

생존이 생활로 넘어가는 사이에 생겨나는 것이 ‘문화’인데, 자생력을 키우지 않고는 영원히 ‘생존’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보조금에 의한 생존이 아니라 청년작가는 청년답게 예술인은 예술인답게 자신만의 창조적 어울림을 만들어갈 때, 진정한 자생문화가 생산된다는 것.

 “대전의 문화, 아주 매력적이죠. 사상, 지역적, 연령적 편견이 없어요. 배척이 없어요. 대전은 뭐든 다 할 수 있는 곳이고 무슨 색이든 다 어울릴 수 있는 곳이예요. 그런데 안 봐요. 문화적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가능성만큼만 바라봐 달라는 겁니다. 힘들다는 말만 하지 말고 왜 힘든지 토론하면서 자존심을 회복 했으면 해요.”

김산 대표가 갈구하는 문화독립, 문화자립. 그것은 먼 듯 가까이에 있다. 원도심이 다시 살려야하는 낙후된 지역으로만 차별받지 말아야 하듯이,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 이듯이, ‘우리가 이 도시를 만들어간다’는 문화 자긍심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불을 덮어쓰고 치를 떨어라!” 그의 한마디가 뼈아프게 꽂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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