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읽기] 3·8 민주의거와 학교의 민주화
[성광진의 교육읽기] 3·8 민주의거와 학교의 민주화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2.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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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굿모닝충청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에 앞서 일어난 대전지역 학생들의 3.8 민주의거가 지난해 10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전시는 서구 둔산동 둔지미공원의 명칭을 ‘3·8의거 둔지미공원’으로 변경했다.

3.8민주의거는 충청권 최초 국가기념일 지정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기도 하다. 이 의거는 1960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과 부패, 인권유린에 대항하여 대전지역 학생들이 자유, 정의를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항거한 민주화 운동이다. 이로 인해 대구에서 있었던 2.28민주화운동의 불씨를 되살렸고 4.19혁명을 촉발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학생들의 사회 참여의 원동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순수한 열망이었다. 그리고 59년이 지났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국민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모든 부문에서 어느 정도 뿌리내렸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과연 학교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학교야말로 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하는 학습장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란 모든 주체가 참여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학교에는 학생들이 직접 선출한 학생회가 있다. 그러나 과연 학생회는 학교장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학생회의 회의는 교내 문제에 대해 의견을 자유롭게 주장하고 논의하고 있을까? 또 결정한 내용을 학생회장이나 대표가 학교장에게 직접 설명하거나, 교무회의나 학교운영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까?

자유롭게 토의하는 것은 고사하고 결정 내용도 학교장에게 학생부장이나 담당교사가 전달하지만 묵살하는 것이 보통이다. 학교의 주체적인 존재라지만, 자신들의 의견이 외면당하니 사회적으로도 그저 부족한 존재로 인식될 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학생들은 현재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소외된 존재이다. 교육적으로 자신들의 이해가 달려 있는 문제에 집단적으로 의견을 형성하고 표출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마크롱 정부에 대한 유류세 인상을 둘러싼 조세 저항과 불평등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노란조끼 시위가 수개월째 그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파리, 오를레앙, 니스, 마르세유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정부 대입제도 개편에 항의하는 고교생들이 거리 시위를 벌이며 200여 곳의 학교가 폐쇄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국립대가 학생 선발에서 무작위 추첨을 고교 성적 및 활동기록 등을 참고하도록 입학 규정을 바꾼 것을 다시 원상회복하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고교생 3천 명이 교육부 청사 밖에서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정부가 최근 공개한 내년 예산안에 학교와 학생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시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 유럽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교육문제에 대해 교사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사회적 참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참여가 늘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교육적 이해에 자신들의 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은 우리나라 학생들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할 것이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학생 참여 의무화를 위한 ‘초·중등 교육법’ 개정 청원이 있었다. 1월 30일에 끝난 이 청원에는 419명만이 동의하여 미미한 울림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 청원을 주도한 당사자의 말에는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있다. 여기에 그 구절을 그대로 인용한다.

“학생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함으로써, 더욱 자신의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고 주인의식 또한 함양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학교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감도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참여가 사회 진출 후에도 다양한 사회 참여로 확장되어, 참여민주주의 실천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59년 전 그때 대전 학생들의 의거 정신은 단지 기념탑을 세우고, 기념일 제정에 머물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더욱 꽃피우는 것이 그 정신을 제대로 받드는 것이다. 그것이 학교에까지 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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