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의 적들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의 적들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 승인 2019.03.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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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희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과 만났다. 또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와 “등록된 질환만 가능하고 등록이 되지 않은 희귀질환은 건강 보험처리가 안 된다”는 등의 애로를 들었다. 문대통령은 방문을 마치며 “2022년까지 국민모두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설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의 실천과제를 만들었다. 보건복지부는 7개의 국정과제를 정하였는데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및 예방중심 건강관리 지원, 의료공공성확보 및 환자중심 건강관리지원도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 즉,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드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 우선 재정적인 부분이다. 병원방문에 앞선 지난해 7월에 이미 건강보험료는 큰 폭으로 올랐다. 상가임대와 금융소득을 합해 월 1,190만원을 유지하던 K씨는 건강보험료가 67만원에서 113만원으로 올랐다. 인상률은 무려 68.7%였다. 대부분의 직장인과 지역의료보험가입자 들이 K씨만큼은 아니지만 보험료가 인상됐다.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지만 건보의 수익구조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건보공단이 지출한 비용은 80조 8346억원으로 수익 76조 8750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적자규모가 4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문대통령이 약속한 비급여의 급여화와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 한 정책이 발표되면서 우려했던 건강보험의 적자 시대가 예상보다 더 빨리, 더 큰 규모로 발생한 것이다.

    건강보험은 국민연금과 달리 적립식이 아니고, 그 해 예산을 그 해에 쓰는(Pay As You Go) 것이 보통이다. 그동안 건보공단은 흑자 운영을 하면서 돈을 저축해왔다.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재앙에 대비해 쌓아둔 금액이 2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8년 정부 정책으로 인해 급격하게 씀씀이가 늘어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적자 운영에 돌입했다. 현행대로라면 2025년 이전에 이 적립금은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스러운 건보의 적자 운영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2018년 말까지 장기재정추계와 재정 절감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고갈 또는 적자로 전환되는 사회보험 재정의 해결방법은 두 가지다. 주고 있는 것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필요한 만큼 인상하는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도 문제해결의 전제가 된다.

    ‘주었던 것을 줄이는’ 일은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런 일을 감내할 정치인들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보험료 수익을 올리는 것인데, 우리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보험료를 낼 사람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29만8천9백명이 사망했고, 32만6천9백명이 태어났다. 인구의 자연 증가가 2만8천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합계출산율 0.98명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다. 그 해 걷어서 그 해 써야하는 보험료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더 큰 폭으로 더 많이 우리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그런 젊은이는 출산율 저하로 급격하게 줄고 있고, 그 돈을 써야 하는 노인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재앙수준의 긴박감을 갖고 건강보험의 장기 재정추계와 재정 절감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재정 못지않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어느 선까지 이루어 야 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다. 보장성강화는 선심정책으로 다루어야 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건강보험을 강제화하고 경제적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 하지만 받는 혜택은 모두가 동일하다. 행복추구나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겠지만, 정당한 목적을 위하여 부득이한 것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에서 비롯되었다. 가입강제와 보험료의 차등부과로 인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에 비하여 크다는 합의된 가치가 굳건 한 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한다. 재정부족이 자칫 공유된 인식과 가치를 뒤 흔드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운영체계도 고민이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건강보험공단에 원천징수를 통해 지급하고, 진료한 병원과 약국에도 돈을 내는 2중구조다. 아울러 피보험자는 보험자에게 보험료를 지급하고 급여는 요양취급기관에서 받고 있으며, 보험자는 요양취급기관에게 요양비를 지급하고 있다. 관리감독이 소홀해질 경우 보험료의 누수현상 을 막을 수 없다.

    오바마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을 우수한 제도라고 판단해 이를 미국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줄을 서는 국가들이 있다. 좋은 제도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국민들의 몫이다. 파퓰리즘, 그릇된 정책이나 선전 등을 가리는 것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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