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학관은 지역문학관이자 시민문학관”
“대전문학관은 지역문학관이자 시민문학관”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④ 대전문학관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4.10.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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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대전문학관은 2012년 12월 27일 처음 문을 열었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아직 2년에 모자라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대전의 문화계에 남긴 발자국은 길지 않은 시간이 무색하게 넓고 깊다. 많은 시민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대전문학관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장 박헌오 씨는 대전문학관의 성격을 이렇게 정리했다.

“대전문학관은 지역문학관이자 시민문학관입니다. 그동안 신동엽, 정지용 등 역사적으로 기릴만한 문인의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문학관은 많이 있었지만 우리 대전문학관은 대전이라는 지역 전체를 아우르고 문학으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형태입니다.

그래서 시민문학관이기도 하죠. 구체적으로 보면 대전문학의 역사를 보존하고 대전문학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면서 시민들과 함께 문학을 향유하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대전문학관이 언어예술인 문학적 환경을 잘 가꿔나가는 센터역할을 함으로 대전이 문화도시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다는 말이다. 지금 대전문학관이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대전시를 문학의 도시, 감성의 도시로 만들어 가는데 핵심에 서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문학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토대는 자료이다. 문학적 자료를 모으기 위해 박헌오 관장이 먼저 발 벗고 나섰다.

“문학인의 한사람으로 제가 가지고 있던 자료 천여 권을 먼저 기증했습니다. 그리고 문인들에게 호소했습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료를 오래도록 보존하고 여럿이 볼 수 있는 가치 있는 자료로 만들자고 말이죠. 그렇게 문학자료 박물관을 만들려고 노려가고 있습니다.”

박 관장은 문학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문인들의 화합이 장이 되는 것을 꼽았다. 기본적으로 문학은 개인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활동뿐 아니라 단체나 모임의 중요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나 반목이 생기기도 한다. 박 관장은 이런 문단 내의 분파 갈등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대전문학관은 대전에 있는 어떤 문학단체라도 이곳, 대전문학관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대전문학관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본격적인 지역문학관으로서 짜임새를 갖춘 최초의 모델이라는 단어이다. 그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전국에서 개관을 준비 중인 문학관들이 지역문학관의 롤 모델로 대전문학관을 꼽고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구나 광주 등, 문학관을 준비하는 지역에서 사례 발표를 부탁하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주에서 문학관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요청으로 사례 원고를 쓰다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문학관의 시대를 여는데 대전문학관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뿐 아니다. 대전문학관은 전국의 문학관 중 좋은 자료를 많이 갖춘 문학관으로도 명성을 알리고 있다.
“우리가 소장한 자료들은 모두 기증과 기탁으로 모아진 자료입니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자료도 있으니까요.”

또 자료들을 보존하고, 연구하고, 보급하고, 알리는 일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대전 문학관만이 가지고 있는 수장고를 들 수 있다.

“수장고는 대전문학관에서 문학 자료들을 보관하는 장소의 이름입니다. 이곳은 자료의 보존을 위해 항온, 항습은 물론 항균보존처리를 위한 시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시설은 문학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전국에서 부러워하는 시설 중 하나이죠. 우리 대전문학관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고려했던 시설입니다.”

이런 기반시설과 함께 문학관 발전을 위한 노력의 결과는 2013년 4월에 전국문학관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당시는 문학관이 문을 연지 6개월도 채 안된 시기였다. 그때 전국문학관협회에 가입된 단체가 60개였고 대전문학관이 61번째 회원단체였다. 신생 문학관이 행사를 주관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도 남달랐다.

“이곳에서 전국의 문학관 관장과 학예사들이 모두 모여서 문학관의 발전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 관련 법 개정과 정책 수립을 위한 건의서도 채택했고요. 또 우리 문학관 설립된 과정도 사례로 발표했습니다. 우리가 지향한 운영계획을 보고 참석자들이 입을 모아 작은 교과서라는 평을 했습니다.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대전문학관이 추진하는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사업과 기획 행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장기적인 사업으로 원로 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록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매달 진행됩니다. 지역의 방송사와 연계해 연로한 문인들 찾아가 모습을 담고 육성으로 구술 자료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역 문단의 산증인들의 자료를 영원히 남기기 위해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긴 농담이 있어요. 우리 지역 원로문인들은 생일은 있어도 제삿날은 없다고들 합니다.”

출향 문인 초대전도 인상 깊었다고 한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을 초대해 기획전시와 함께 지역 문인들과 만남의 자리도 가졌다. 이 행사로 대전 출신 문인들이 다른 지역 출신 문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는 후문이다.

기획전시도 상시 진행되고 있다. 전시의 내용을 보면 우리 지역의 문학 단체들을 초대해 조명하는 기획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손편지 전시까지 다양하다.

“문학의 시작은 손으로 편지를 쓰는 것 아닐까? 마지막은 손으로 남기는 유서겠죠.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편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도 하지만 한번 쓴 편지는 시간을 넘어 보존됩니다. 디지털 시대에 손편지로 전달되는 정감을 되살려보자는 기획이었습니다.”

전시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연이 많았다. 나이 80에 한글을 처음 배운 분이 보내주신 편지에서부터 방송국으로 보낸 손편지, 그리고 조선시대에 사용하던 편지와 편지봉투도 볼 수 있는 기회이다.

현재 진행 중인 또 다른 기획도 이색적이다. “詩, 대전에서 꽃피다-시뿌리다 시꽃이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우리 집에 시 한 편 걸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박용래, 정훈, 한성기 등 대전의 대표 문인의 시 15편을 콘텐츠로 제작해 확산시키고 있는데 이들은 시화로 만들어진 레터링형 스티커, 마그넷, 엽서, 자의 형태로 제작되어 각 가정을 비롯해 공공기관과 다중이용시설에 배포하고 있다.

60년대 ‘돌샘’이라는 문학동인 초기멤버로 활동했던 박 관장은 대전문학관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바로 우리 전통문학을 부활시키는 꿈이다.

“우리 민족이 가진 전통문학은 시조라 할 수 있습니다. 신라의 향가로부터 고려가요를 거쳐 이어 온 전통이 시조인데 우리는 시조를 너무 소홀히 다뤘어요. 중국이 한시를, 일본이 하이쿠를 자랑스럽게 여기듯 우리도 시조를 다시 조명해야한다고 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시조부흥운동이 바로 독립운동이었잖아요.”

대전문학관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조 창작에 힘쓰며 ‘한국시조창작 국민교본’이라는 책도 집필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시작이고 부족한 점도 없지 않지만 시조부흥의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대전에 문학관이 생긴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차라리 도서관이나 하나 짓지 지역문학관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채로운 문학 프로그램과 행사들을 지켜보면서 이제 시민들이 먼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학관이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대전의 문학을 발전시키는 역할도 하면서 시민들에게 즐거움도 주는구나, 하는 거죠.”

이제 대전문학관은 자리를 잡는 시기를 지나 발전하는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지방자치로 정책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생겨도 문학관을 일관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물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계획이 그 출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인들에게는 공정하고 의욕적으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시민들에게는 격의 없이 함께 문학을 즐길 수 있는 사랑방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인들은 좋은 작품으로 바르게 평가받고 시민들은 그 작품들을 제대로 즐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대전문학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한국문학의 정체성으로 확장되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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