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을 열며] 안희정이 원망스럽다
    [노트북을 열며] 안희정이 원망스럽다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주창했던 '대연정'의 정신 아쉬워…'정치의 복원' 절실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9.05.06 17: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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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지사(이하 존칭 생략)에게 무슨 일 있어?” 대전에서 활동하는 동년배 기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지난해 3월 5일 터진 이른바 ‘안희정 사태’의 시발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료사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이하 직함 생략)에게 무슨 일 있어?” 대전에서 활동하는 동년배 기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지난해 3월 5일 터진 이른바 ‘안희정 사태’의 시발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료사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이하 직함 생략)에게 무슨 일 있어?” 대전에서 활동하는 동년배 기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지난해 3월 5일 터진 이른바 ‘안희정 사태’의 시발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평소 ‘소수자 인권’까지 강조해 온 사람이 자신의 수행비서에 대한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게 된 현실은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그날부터 약 1주일 동안 이어진 소용돌이는 지금도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올 지경”이라는 도청 공직자들의 푸념이 지금도 생생하다.

    “기자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었느냐?”는 민주당 대변인의 핀잔을 들었을 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안희정 사태’…여전히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안희정을 처음 본 것은 노무현 정부 말기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을 때였다. 이후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됐을 땐 서울 여의도에서 두세 번 저녁식사를 함께한 기억이 있다.

    2015년 2월 출입처가 도청으로 바뀌면서 그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그에 대한 기사는 비판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도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잦은 외부 특강 등이 주요 비판의 대상이 됐다. 도정을 대선캠프처럼 운영하는 것도 용납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당진‧평택항 서부두 매립지 대부분이 평택시 관할로 결정된 직후, 모 방송사에 경기도지사와 나란히 출연해 아무 일 없는 듯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배신감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2017년 봄부터 시작된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안희정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특히 그가 화두처럼 꺼냈던 대연정(大聯政)에 공감되는 측면이 많았다. 약 8년 동안 국회를 출입하면서 협치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연정을 통해 180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개혁입법을 이뤄낼 수 없다”는 게 그의 핵심 논리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이른바 ‘촛불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는 분명했다. 오히려 “그렇다면 적폐세력인 자유한국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냐?”라는 역공에 속수무책인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도정에 소홀한 모습 보여…민주당 대선 경선 땐 ‘대연정’ 주창 눈길

    뜬금없이 2년 전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작금의 정치현실 때문이다. 정치에 가정이 있을 순 없겠지만, 안희정이 현실 정치인으로 실존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우선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치 상황에 대해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니, 언론이 안희정을 그냥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선 기간 내내 대연정을 주창해 온 만큼, 정부여당을 향해 어쩌면 쓴 소리를 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분간하지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독재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점에서 정치에 있어 절대 악(惡)도, 절대 선(善)도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첨예한 쟁점인 선거법과 공수처법 역시 결국엔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지, 특정 세력을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상황에서는 한 치의 진전도 이루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이 거리로 나서고, 몇몇 국회의원(그것도 충청권)이 삭발하는 상황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던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역시 이해는 되지만 씁쓸한 입맛을 남긴다. 과거 박근혜 정권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절차를 지켜보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정권이 다시 바뀌고 친정부 성향의 언론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할 경우 민주당 해산 청원에는 더 많은 수가 참여할지도 모를 일이다.

    패스트트랙 대치 상황 비정상적…안희정이 현실 정치인으로 있었다면?

    그야말로 ‘정치의 복원’이 절실한 때라는 얘기다. 그것이 안희정이 제안한 대연정까지는 아닐지라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극단의 정치는 결코 국민이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안희정이 현실 정치인으로 있었다면 충청권 기자들은 할 일이 많았을 것이다. 당장 그의 21대 총선 출마 예상지를 놓고 이런 저런 전망이 있었을 것이고,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얘깃거리가 넘쳤을 것이다.

    최소한 다음 대선까지 충청권에서 안희정 만 한 인물을 찾기는 어려울 거란 점에서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와중에 안희정에 대한 구명 운동을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의 행위가 성폭행인지, 아니면 불륜인지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다툴 일이다. 개인적으론, 대법원에서 다시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정치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 본다.

    충청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였다는 점에서 배신감도 여전하다.

    다만 안희정이 외쳤던 대연정의 정신은 현 시점에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들어 안희정이 더욱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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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lover 2019-05-16 02:40:37
    안희정만한 정치인이 없는것같아 더속상하고 그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