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허 시장님, 부여된 권한 책임 있게 행사하시죠
[김선미의 세상읽기] 허 시장님, 부여된 권한 책임 있게 행사하시죠
갈등관리 실패보다 더 큰 문제는 여론수렴· 민주성 앞세운 책임 회피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6.28 14: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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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가 회의에 참석해도 그보다는 낫겟다!”

신문사에 갓 입사한 수습딱지도 안 떨어진 기자 초년병 시절, 하루는 부장에게 업무지시를 받은 차장이 씩씩거리며 거칠게 내밷은 말이다.

아직은 신문사 생활에 어리버리한 나는 느닷없이 소환된 내 이름에 눈만 멀뚱거렸다. 부장은 인간적으로 더 없이 좋은 분이었다. 화를 내는 법이 거의 없고 부원들을 다그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담당 부서가 애매한 편집국의 온갖 귀찮고 생색나지 않는 일들을 번번이 떠맡아 오고 부장으로서 뭔가를 결정하고 지시해야 할 때 얼버무려 부원들을 난감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차장과 선배들은 부장의 우유부단과 결정 장애에 폭발 직전이었다.

수습기자를 당황케 한 우유부단과 결정장애에 대한 선배들의 폭발
 
“허태정 시장이 1년 동안 잘 한 게 뭐가 있지?”
“별로 생각이 안 나. 잘 한 것은 모르겠고, 시끄러웠던 것만 기억 나.”

원래 잘 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이 더 도드라지게 마련이다. 행정 수장으로서 시정 운영을 잘 하는 것은 기본이다. 시장을 뽑을 때는 시정을 잘 이끌어나가라고 뽑은 것이지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고 무사안일하게 지내라고 선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잘한 것도 많은데 잘못한 것만 지적한다고 억울해 할 일이 아니란 것이다.

민선 7기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취임 초부터 역량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던 허태정 대전시장, 1년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후하지 않다.

“잘 한 것은 모르겠고, 시끄러웠던 것만 기억 나.” 야박한 평가

허 시장의 리더십 중 가장 큰 문제점은 갈등관리 실패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 행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위주의적이고 강압적인 막무가내식 권한 행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시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정당한 권한 행사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정에 책임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애초 시정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갈등관리 역시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새 야구장 건립, LNG발전소 유치 등을 둘러싼 갈등은 허 시장에 대한 평가를 더욱 야박하게 만들었다. 한 도시를 책임지고 있는 행정 수장으로서 결정을 내리고 책임 져야 할 때 정작 시장 자신은 뒤로 빠져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비춰진 것이다.

시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 행정 신뢰와 시정 운영 동력 떨어뜨려

‘책임지는 시장의 부재’는 대전 시정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묻게 한다. 여론수렴과 민주적 절차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일관성의 문제다.

정작 공론화와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안은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갈등과 논란이 예상되는 ‘골치 아픈’ 현안은 용역과 위원회에 책임을 전가, 시장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물론 시정 운영 동력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공직기강을 다잡는 것도 시장의 권한과 책무 중 하나다. 대전시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허 시장 취임 이후 달라지기는커녕 전임 때보다 한 술 더 떠 완전히 무너져 내려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열심히 본분을 지키는 공직자들에게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겠지만 말이다.

골치 아픈 현안, 용역과 위원회에 공 넘겨 책임 전가한다는 지적

최근 6급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시청서 불법 미용시술을 받다가 내부 감찰도 아닌 민원인의 제보로 적발된 일은 대전시 공직 기강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어느 직장인이 직장에서 업무시간에 미용시술을 받을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랍다 못해 어이없기까지 하다.

그것도 공직자가 청사에서, 공무원만 이용하는 비밀 아지트도 아니고 민원인이 드나드는 공개된 장소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 같은 기강 해이는 그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돌아가는 조직이면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대전시는 시술자의 불법성만 따졌을 뿐 1주일이 다 되도록 해당 직원에 대한 조치는커녕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도 조직인가. 시장은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이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보고가 되지 않은 것이다.

무너진 공직기강, 불법미용시술 직원 한 명의 일탈 아닌 조직의 문제

이는 대전시 공무원 조직이 그 민감성과 중대성, 휘발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아니면 시장은 몰라도 된다고 여겼든지 말이다. 이른바 시장 ‘패싱’이다.

허 시장은 해이해진 복무 기강을 질타하며 엄중 대처를 주문했다. 하지만 뭔가 빠졌다. 공직 기강이 이토록 무너진 것이 국·과장만의 탓인가. 국·과장을 다 잡지 못한 것은 시장 자신이다. 시장 책임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남은 3년, 허 시장은 대전시장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자리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주어진 권한을 책임 있게 행사하시라. 사람들은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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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2019-06-29 18:49:31
그래도 할건 다 하던데~
솔직히 시정을 이끌 수 있는 수장인가 묻고싶다.
기강해이가 정도를 지나쳐도 너무 한다.
이게 더불당의 집권 시정현실일진데~~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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