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수면 장애 치료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AIST는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장 청(Cheng Chang) 박사 공동연구팀이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 발생하는 차이를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해결했다. 이로써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높였으며, 동물과 사람 간 차이뿐 아니라 사람마다 발생하는 약효의 차이 발생 원인도 밝혀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임상 시험 전 단계로 쥐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 실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물에게 보였던 효과가 사람에게선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고,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약효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지 못하면 신약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된다.
그 중에서도 수면 장애는 맞춤형 치료 분야에서 개발이 가장 더딘 질병 중 하나이다. 쥐는 사람과 달리 수면시간이 반대인 야행성 동물이다. 이로 인해 수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가 실험쥐에게는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게는 무효한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이 원인은 알려지지 않아 수면 장애 신약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미분방적식을 이용한 가상실험과 실제 실험을 결합해 연구했다. 연구결과 주행성인 사람은 야행성인 쥐에 비해 빛 노출 때문에 약효가 더 많이 반감되는 것임을 밝혔다. 이는 빛 노출 조절을 통해 그동안 사람에게 보이지 않던 약효가 발현되게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수면 장애 치료 약물의 효과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신약 개발에 장애물이 됐었다. 연구팀은 증상이 비슷해도 환자마다 약효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리 모델링을 활용한 가상환자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약효가 달라지는 원인은 수면시간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생체시계 단백질 PER2의 발현량이 달라서임을 규명했다.
또 연구팀은 PER2의 양이 낮에는 증가하고 밤에는 감소하기 때문에, 하루 중 언제 투약하느냐에 따라 약효가 바뀜을 이용하는 ‘시간요법(Chronotherapy)’를 개발했다. 환자마다 적절한 투약 시간을 찾아 최적의 치료 효과를 가져 오는 요법이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이 실제 의약학 분야에 이바지해 우리가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데 도울 수 있어 행복한 연구였다”며 “이번 성과를 통해 국내에선 아직은 부족한 의약학과 수학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대욱 박사과정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시스템 생물학(Molecular System Biology)' 7월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우수성을 인정받아 7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논문명: Systems approach reveals photosensitivity and PER2 level as determinants of clock-modulator effic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