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극과 극 직장 분위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극과 극 직장 분위기
사회통념상 타당한 수준 업무지시, 괴롭힘 해당 안 돼
법 시행에 "소통 부재 우려" VS "부당한 지시 줄어"
  • 최수지 기자
  • 승인 2019.07.26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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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회사DB/굿모닝충청=최수지 기자)

[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후배 눈치 보기 바빠요.”

근속연수 23년 차를 맞는 중소기업 이모(52) 부장은 요즘 새롭게 바뀐 문화 적응에 바쁘다.

이 씨는 얼마 전 시행된 직장 내 금지법에 따라 후배에게 농담도, 업무상 지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고 얘기했다. 

그는 “옛날이면 그냥 던졌을 농담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농담 뿐만 아니라 일을 시킬 때에도 여러 고민이 든다"면서 "시대가 바뀐 만큼 적응하는 게 맞는 것 같지만 서로 소통도 하면서 일을 해야 업무 능률도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상사의 ‘저녁 먹자’는 말, 괴롭힘 아닌가요?”

직장인 신모(26)씨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싱글벙글이다. 회식도, 상사가 농담 삼아 던지던 말도 요즘은 크게 줄었기 때문. 

신 씨는 “회사의 모 상사는 신체 콤플렉스를 지적하며 농담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뻔뻔하게 '농담도 못하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며 "요즘은 상사의 농담은 물론이고, 회식도 모두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상사의 저녁식사 제안이나, 회식 강요가 없어진 것이 가장 좋다. 법 시행으로 서로 조심하는 사내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같은 직장 선배와 후배 사이에 감도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후배들은 대체적으로 직장 내 존중의 문화 조성엔 입을 모으고 있다.

상사나 선배들 사이에서는 존중의 문화 형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소통의 부재로 인한 업무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함께 제기하고 있다.

25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최근까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진정 및 민원은 대전에서 4건, 충남 천안 3건, 서산 1건 총 8건이 접수됐다.

진정 접수 외에도 자신이 겪은 일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문의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는게 노동청 측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관계 등의 우위 이용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 ▲신체적‧정신적 고통 등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으로 규정된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은 일을 시키거나 음주, 회식, 흡연을 강요하는 행위, 폭행, 협박 등이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타당한 수준에서의 업무지시·지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기 위해선 각 사례별 상황, 행위정도 등 여러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우선이다. 

각 사례별로 직장 내 괴롭힘 적용기준이 다르자 현장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들린다. 

연차가 높은 직급은 대체로 구체적이지 않은 규정에 따른 소통의 부재를 가장 큰 우려로 꼽았다. 소통의 부재가 업무능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업무 과정에서의 정당한 지적이나 지시에도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생각에 '후배 눈치보기 바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전지역 중소기업에서 부장으로 재직 중인 이모(52) 씨는 직장 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중소기업이라서 다른 부서 후배에게 일을 시킬 때가 종종 있다. 업무상 필요한 지시임에도 '괴롭힘, 갑질'이라고 오해받지 않도록 (일 시키는 것을)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며 "요즘은 사소한 농담조차 하지 않는다. 직원들 간 소통의 단절이 업무능력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7년 차 직장인 김모(32) 씨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전에는 회식에 참여하지 않으면 며칠동안은 이른바 '갈굼'을 당해야 했다"며 "성숙한 직장 문화 정착을 위한 법 취지는 좋지만, 한편으론 후배들과 거리감이 느껴져 위계질서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연차가 낮은 직장인들은 대체적으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 시행 이후 부당한 지시나 강요가 줄어들었다면서 사내 존중의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광고 회사에 근무 중인 직장인 신모(26) 씨는 "회사 차장이 퇴근 이후 전화를 안받는다면서 욕설한 적이 있다. 법 시행 이후에는 부당한 요구가 줄어드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선배들이 '우리 땐 안그랬다'라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법 시행으로 회식도 횟수도 줄고, 직장 내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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