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미의 세상읽기] “네가 호크니를 알아?”
    [김선미의 세상읽기] “네가 호크니를 알아?”
    대전시 문화예술행정의 후퇴와 질적 저하, 근래 단독 기획 거의없어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9.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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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네가 어떻게 호크니를 알아?”
    “호크니?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핫한 작가잖아.”

    대전시, 호크니전, 조성진과 친구들 같은 공연 전시 가능할까

    20대 조카에게 서울 나들이 겸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보러 가자고 했다. 조카를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현대미술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했던 터라 호크니를 알 줄은 미처 몰랐다. 현대미술전시가 3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천만 관객 동원의 영화가 나름의 이유가 있듯 말이다.

    올해는 3년간 추진될 대전방문의 해, 첫 해다. 대전시는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타깝게도 문화가 관광객 유치에 중요한 요소라며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여러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대전예술의전당, 시립미술관 등 공공문화기반 시설들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들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막을 내린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9월에 통영에서 열리는 '조성진과 친구들' 페스티벌 등은 대전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공연장 미술관 판도를 바꾼, 젊은이들의 마음을 훔친 공연·전시

    쏟아지는 장대비도 폭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끝없이 길게 늘어선 줄. 미술관 매표소 앞에서 시작된 인파는 인근 덕수궁 돌담길 골목까지 200m가량 길게 이어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아트숍에서도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려야 원하는 굿즈를 살 수 있고 심지어 결제 줄까지 길게 늘어지는 진풍경을 빚어냈다.

    3월22일 개막해 8월4일 막을 내린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 회고전’의 풍경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7월 초에 호크니를 만나러 갔다. 개막 4달 만에 30만 명을 돌파, 폐막일까지는 35만 명쯤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초대박 전시는 평일임에도 소문대로였다. 가히 호크니 현상이라고 할 만한 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미술계 최고 몸값 현존 아티스트’라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에 주최 측마저 놀랐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전시 관련 기념사진을 찍은 컷들이 엄청나게 올라왔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의 폭발적인 열기를 반영하듯 가족단위, 중장년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지만 20~30대 관객층이 유독 많았다.

    굿즈까지 대박 난 열풍, 인스타그램에서 난리 난 현대미술가

    “초청 할 수만 있다면 좋지요. 하지만 사전에 오랜 준비가 필요할 텐데요.”
    “하려면 통영처럼 해야죠. 통영은 조성진 시리즈를 기획해 대박을 쳤답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6월28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조성진 공연 후 지인들과 차 한 잔 하며 나눈 이야기다.

    쇼팽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듯 연주회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됐다. 번개 같은 속도로 예매를 해야 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젊은이들의 빛의 속도가 위력을 발휘했는지 이날 연주회의 관객은 평소 대전예술의전당 클래식 음악회의 관객층과 많이 달랐고 분위기도 달랐다.

    조성진이 무대에 등장하자 박수소리와 함께 아이돌 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엄청난 환호소리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조성진이라는 슈퍼스타에 클래식 음악에 무관심할 같았던 젊은 관객들이 움직인 것이다.

    스타플레어를 4일간 묶어둔 통영음악제의 저력, 차별화된 프로그램

    아시아에서 가장 유망한 국제 음악제 중 하나인 통영국제음악제는 오는 9월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조성진과 친구들' 페스티벌을 기획,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조성진이 오케스트라 지휘와 피아노 협연을 겸하는 마지막 공연은 49초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4일 동안 통영에 머물며 전 공연을 다 석권하는 열성 팬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들이 통영에서 조성진만 만나고 가겠는가?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저력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를 4일씩이나 한 도시에 묶어 둘 수 있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유명세와 ‘조성진과 친구들’ 이란 이름으로 열혈 팬들뿐만 아니라 음악애호가들을 매혹시킨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구성한 기획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의 ‘볼레로’ ‘루오전’을 단독 개최했던 대전

    비슷한 시기에 맞닥뜨리게 된 조성진과 호크니 열풍.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공연도 뮤지컬도 아닌 전통적인 예술 분야가 젊은 층을 움직이게 한 동력은 무엇일까.

    한때 대전은 대전예술의전당 단독으로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의 ‘볼레로’ 공연을 대전시립미술관이 ‘루오전’을 단독으로 개최해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적도 있다. 이후 대전 단독으로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공연, 전시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이자 문화예술행정의 후퇴다.

    대전방문의 해를 야심차게 준비한 대전시도 이제는 기승전 ‘성심당’만이 아닌 젊은층까지 사로잡으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공연, 전시 하나쯤은 개최해도 되지 않을까. 대전시와 대전예당 시립미술관의 저력, 선구안, 기획력으로 그런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순간 답답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전시의 안목과 의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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