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형교회 잇단 일탈… 세상 속 존재 의미를 묻다
보수 대형교회 잇단 일탈… 세상 속 존재 의미를 묻다
명성교회·사랑의교회·소망교회 등 대형교회, 연달아 도마에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9.10.28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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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는 대법원 판결로 곤혹스런 처지다. 대법원은 17일 공공도로 점용은 위법이라며 사랑의교회에 원상회복을 명령했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원상회복은 있을 수 없다며 불복하고 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사랑의교회는 대법원 판결로 곤혹스런 처지다. 대법원은 17일 공공도로 점용은 위법이라며 사랑의교회에 원상회복을 명령했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원상회복은 있을 수 없다며 불복하고 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보수 대형교회의 일탈이 연달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등록교인수 10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교회인 명성교회는 3년째 세습 논란에 휘말려 있다. 또 다른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는 대법원 판결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은 17일 이 교회의 공공도로(참나리길) 점용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공공도로 점용을 둘러싼 논란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관할 서초구청은 사랑의교회 건물 신축 과정에서 기부채납을 액속 받고 참나리길 지하부분에 대해 도로점용허가를 내줬다. 

이에 대해 2012년 황일근 전 서초구 의원 등 6명과 서초구주민 293명은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점용허가 무효확인취소청구소송을 냈다.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2013년 7월과 2014년 5월 각각 각하와 항소기각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대법원이 2016년 5월 일부 파기환송하면서 사건을 되돌려 보낸 것이다. 이후 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은 2017년 1월과 2018년 1월 잇달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위법판단을 내렸고, 이번에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 교회 오정현 담임목사는 "사회법 위에 도덕법 있고 도덕법 위에 영적 제사법이 있다"며 교회가 초법적 성격을 띤다는 점을 은연중에 과시해왔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사랑의교회 측은 "(공공도로) 원상회복은 있을 수 없다"며 불복하고 있다. 

사실이 그랬다. 사랑의교회는 공공도로 점용 특혜는 물론 지하철 출구 설계변경·고도완화 등 서초동 새 교회 건물 신축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지하철 2호선 3·4번 출구는 사랑의교회 건물 내부로 바로 통한다. 원래 두 곳은 보도 위에 설치돼 있었는데 2012년 5월 서울시가 신축부지 안으로 이전하도록 설계변경을 승인해줬다. 

석연찮은 대목은 또 있다. 서초동 일대의 일명 '꽃마을'은 개발이 추진됐으나 그때마다 '조망권'에 걸렸다. 대법원이 위치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랑의교회 새 건물 신축과정에선 고도제한이 풀렸다. 교회 건축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은 특혜 외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이 교회 갱신위원회 쪽 성도 일부는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 고 주철기 전 청와대외교안보 수석 등 전 정권 핵심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장로로 시무했던 소망교회는 퇴임한 김지철 목사에게 거액 전별금을 지급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와 관련, KBS는 21일 "김 목사 은퇴 직전인 지난해 10월, 소망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회는 김 목사에게 재직기간 급여의 60%에 해당하는 730만 원가량을 향후 10년간 매달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이뿐만 아니라 교회가 소유한 시가 17억 원의 서울 광장동 아파트와 지난해 8억 5천만 원에 매입한 성수동 사무실을 제공하고, 매달 65만 원의 차량 렌트비용도 지원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소망교회가 김 전 목사에게 전별금을 지급한 시점엔 종교인과세가 시행 중이었다. 그러나 소망교회는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음이 KBS 보도로 드러났다. 

취재를 맡았던 정연욱 기자는 23일 취재후기에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인 납세의 의무가 교회에서는 자랑할만한 '솔선수범'"이라고 지적했다. 

특혜는 누리고, 책임은 피하고 

명성교회는 3년째 세습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는 3년째 세습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신도수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대형교회는 전적으로 한국만의 현상이다. 김재환 감독은 한국 개신교의 부조리를 다룬 다큐멘터리 <쿼바디스>에서 "교회는 한국으로 와서는 대기업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크기와 관계 없이 교회는 엄연히 세상 속에 존재한다. 특히 지금처럼 다원화된 사회에서 교회는 다양한 종교, 문화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사회 규범이란 테두리 안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설파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 교회, 특히 보수 대형교회는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도 사회적 책임엔 인색한 모습을 보여 왔다. 최근 들어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반정부 투쟁(?)의 선봉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영국이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일화다.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는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철의 여인'으로서 위상을 굳혔다. 

대처 총리는 승리에 도취한 듯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로버트 런시 캔터베리 대주교에게 승전 기념 미사를 드리자고 제안했다. (영국에선 성공회가 국교다)

런시 대주교는 이 같은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대처 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전쟁에서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없습니다. 오직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들과 그 가족들만 있을 뿐입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두 나라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상실의 아픔과 슬픔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위령 미사와 위로의 미사를 드리겠습니다.”

한국 개신교 교회는 양적 성장을 구가해왔다. 보수 대형교회의 존재는 그 결과물이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세상은 보수 대형교회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 이제 교회가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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