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인공구조물 대신 나무 한 그루 더 심으시라!
[김선미의 세상읽기] 인공구조물 대신 나무 한 그루 더 심으시라!
둔산센트럴파크, 미세먼지 저감 아닌 생태 외피 쓴 테마파크 될 판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12.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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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눈물로 범벅이 된 검은 마스카라가 얼굴을 타고 내리듯,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고층 건물 위로 검은 빗물이 주룩주룩 내리는 잿빛 침묵의 도시.

그 사이를 방독면을 쓰고 좀비처럼 움직이는 사람들. 지구의 암울한 미래를 그릴 때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디스토피아적 풍경이다.

‘삼한사미(三寒四微)’ 습격, 잿빛 비 내리는 디스토피아적 풍경 자아내다

‘삼한사미(三寒四微)’ 겨울철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뜻의 신조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슨 말인가 싶어 뜨악한 표정을 지어야 했던 이 신조어와 디스토피아적 풍경이 일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방사능이나 지진보다 미세먼지에 대해 훨씬 더 불안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록초록한 나무와 숲은 우리에게 심리, 정서적인 위안뿐만 아니라 흡연보다 더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미세먼지 저감에도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지자체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시숲’ 조성은 중요한 대책 중 하나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시숲은 도심보다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연구 결과 특히 사람들이 숨을 쉬는 5m 높이 아래 미세먼지는 공원과 도시숲 같은 녹지로 41%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도시숲은 미세먼지 잡아먹는 하마인 것이다.

대전시청사. 자료사진.
대전시청사. 자료사진.

도시숲, 지진 방사능보다 더 무서운 미세먼지 잡아먹는 하마, 41% 저감

허태정 대전시장의 대표 공약인 ‘둔산센트럴파크’ 조성 사업이 기본계획 중간발표까지 마쳤으나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약 발표 당시부터 공원조성의 타당성 여부, 원도심과의 불균형, 예산 확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제기된데 이어 이번에는 공원조성의 애초 ‘목적을 잃었다’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불투명한 예산 수립과 둔산센트럴파크 조성의 본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산과 관련해서는 줄곧 2000억 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공언과는 달리 고작 380억 원의 사업비만 반영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에 대전시는 기본설계 용역에는 부지매입비와 설계비, 조경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개략 사업비’에 불과하다고 해명, 논란과 비난을 자초했다.

둔산센트럴파크, 땅 매입비 조경비용 제외한 주먹구구식 예산으로 눈가림

대전시는 추후 연계사업과 규모에 따라 사업비를 추계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공원 조성 사업비 산정에서 가장 기초적인 땅과 나무와 관련한 예산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하게 표현하면 ‘기망’이나 다름없다. 아니면 공원 조성계획 자체가 사업비를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주먹구구식이거나 사업 추진의 불투명성을 반영하는 일이다.

‘고무줄 예산’이라는 비난은 물론 원도심의 반발을 의식해 예산이 축소된 것처럼 보이도록 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추진 중인 명칭 변경 역시 마찬가지다. ‘둔산’이라는 특정 지역 이름을 뺀다고 해서 원도심 중심의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공원에 설치되는 과도한 시설물과 구조물들이다. ‘시민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여러 시설들을 공원 안에 설치함으로써 나무와 숲으로 외피를 싼 또 하나의 놀이동산이나 테마파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의 타당성, 원도심 불균형, 고무줄 예산, 목적 잃은 사업에 비난 고조

맹정호 서산시장은 최근 서산시 중앙호수공원의 용역과 관련 “호수공원에 시설물이 너무 많아졌다. 뉴욕 유명 파크들을 보면 그냥 잔디밭이다. 자꾸 뭘 붙이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시장과 대전시가 진지하게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대전의 대표적 환경단체들 역시 공동명의의 논평에서 “센트럴파크 조성 사업이 시설물 위주의 설계가 대부분으로 애초 ‘미세먼지나 열섬현상 조절 기능 강화’라는 사업의 목적이 무색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어 “둔산센트럴파크가 열섬현상과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려면 시설물 설치보다 녹지보전에 우선하는 것은 물론 공원을 관통하는 도로의 교통량을 적절히 제어하는 방안과 차량 유입 제한 방안 등 교통대책도 함께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유명 파크들 그냥 잔디밭이다. 자꾸 뭘 붙이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원도심처럼 이미 건물이 빽빽이 들어차고 도로가 정비된 도심에 새롭게 숲이나 가로수길을 조성하기란 쉽지 않다. 착안된 것이 커다란 화분에 나무를 심어 이리저리 옮기는 ‘움직이는 숲’ ‘찾아가는 나무’로 불리는 ‘이동식 화분’의 등장이다.

서울시만 해도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외에 마포구와 용산구 등에 사업지를 선정해 ‘움직이는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둔산센트럴파크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장물로 뒤덮인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대전시 전체를 아우르고 미래를 내다보는 기본에 충실한 사업 추진이다. ‘움직이는 숲’과 같은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어 숨이 막힐 지경인데 자동차 쌩쌩 달리는 도심 숲을 찾아 인공 시설물들을 이용하고 싶을까?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해 미세먼지를 저감하겠다면 테마파크 같은 시설물 대신 나무 한 그루 더 심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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