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미의 세상읽기] “어공들의 늘공이 되기 위한 샅바 싸움(?)”
    [김선미의 세상읽기] “어공들의 늘공이 되기 위한 샅바 싸움(?)”
    대전시와 중구청의 인사 교류 혈투, 자치분권 VS 인사 보복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1.1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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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중구 부구청장을 왜 대전시가 발령을 내려 하는지, 누가 가는지, 중구청은 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체 승진을 강행하는지 아십니까?”

    대전시민 중구구민들이 왜 시와 구의 부구청장 인사를 알아야 하나?

    공무원을 제외한 평범한 대전 시민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면 대다수 시민들은 별 이상한 것을 다 묻는다는 뜨악한 표정으로 질문자를 바라 볼 것이다. 이는 점잖은 표현이고 그나마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면 몰래카메라를 의심해보고, 아니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기 십상이다.
     
    인터넷 용어에 익숙한 젊은층이라면 십중팔구는 대뜸 “안물 안궁하다”는 외계어 같은 답변을 쏘아붙이지 않을까 싶다. ‘안물 안궁’ “안 물어봤고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는 뜻이란다.

    대전중구청의 부구청장이 누구인지 아는 대전 시민이 얼마나 될까? 하물며 그가 대전시장이 발령을 낸 공무원인지 중구청장이 자체 승진시킨 공무원인지를 아는 시민이 있기는 할까? 설령 인사 교류 시스템을 이해하고 인사 내용을 안다한들 도대체 그런 것들이 대전시정, 구정 운영과 무슨 상관인가?

    ‘안물 안궁’한 공무원 밥그릇 싸움, 볼썽사나운 그들만의 리그

    대다수 일반 시민들은 공무원 인사에 관심이 없다.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공무원끼리의 밥그릇 싸움, 볼썽사나운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대전시 행정, 중구청 구정이 잘 굴러가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공무원이 어떤 자리에 앉는 게 왜 중요하겠는가.

    일반 시민들의 삶과 생활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사 문제로 대전시 공직사회가 시끌시끌하다. 광역자치단체인 대전시와 기초단체인 중구청이 인사 교류를 놓고 벌이고 있는 소란스러움이 해를 넘기면서까지 이어지며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박용갑 중구청장의 샅바싸움이 갈등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포문은 먼저 중구 박용갑 청장이 열었다. 그동안 시와 자치구가 협의해 부구청장 인사를 하던 관행을 깨뜨리고 중구는 연초 내부 승진을 통해 부구청장 임명을 단행했다. 지난해부터 합의점 도출을 위해 대전시와 밀고 당겼으나 결국 대전시 요구를 묵살하며 자체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허태정 대전시장 박용갑 중구청장의 샅바싸움, 갈등 넘어 감정싸움으로

    중구청이 ‘자치분권’을 내세우며 독자적인 인사를 강행하자 대전시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반격 카드를 꺼냈다. 시는 중구를 제외한 4개 구에만 인사교류 공문을 보내 사실상 중구와의 인사교류 중단을 가시화한 것이다. 레드카드다.

    허 시장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온 시와 구청간의 인사 교류 원칙를 깨고 독자적으로 인사를 강행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정윤기 부시장은 한 발 더 나가 “중구가 그동안 잘못된 인사 관행을 바로잡았으니 인사 관련 다른 부분도 자치분권을 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사권을 니들 마음대로 행사했으니 중구가 대전시에 위탁 관리하는 신규 공무원 채용도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다. 한편에서 우려하는 지방교부금을 중단하는 등 다른 불이익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이쯤 되면 스멀스멀 ‘복수혈전 냄새’가 피어오른다.

    중구 독자적으로 인사 강행, 대전시 인사 교류 중단 레드카드로 반격 

    3급, 부구청장 인사가 뭐라고 허시장과 박구청장은 혈투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비난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내상을 입을 것이 뻔한데도 협의와 협력 대신 마이웨이를 고집한 두 사람에 대해 정치 공학적 해석이 분분하다.

    두 사람이 2년 후인 2022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의 잠재적 후보군으로 경쟁적 관계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인사교류를 둘러싼 갈등은 그 전초전 성격의 기선 잡기라는 해석이다. 어쩌다 공무원(어공)이 된 사람들이 늘 공무원(늘공)이기 위해 벌이는 퇴로 없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체급이 다른 선수끼리 싸우면 체급이 높은 선수는 이겨야 본전이다. 지면 말할 것도 없이 망신이자 리더십까지 의심받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허 시장은 결과적으로 손해나는 싸움을 한 셈이어서 일단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유쾌하지 않은 같은 당 소속 잠재적 경쟁자들이 벌이는 속 좁은 민낯

    그렇다고 소신대로 인사를 관철시킨 박 구청장이 마냥 승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시와 구의 인사 갈등은 구의 원칙을 살린 자치분권 강화든 시의 인사 적체 해소용이든 시민들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인사 교류의 궁극적 목적은 시와 구가 협력 연대해 행정효율을 높여 시민과 구민들에 보다 효과적이고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도 해결이 쉽지 않은 지역 현안과제가 한둘이 아닌데 더구나 같은 당 소속 단체장끼리 맞붙는 모습은 어떤 설명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새해 벽두부터 영화 <곡성>의 저 유명한 대사가 절로 생각나게 하는 두 단체장의 ‘속 좁은’ 민낯 행보를 보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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