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출마선언 한국당 황교안 대표, '정치'로 승부하라
종로 출마선언 한국당 황교안 대표, '정치'로 승부하라
'문재인 정부 심판론' 집중보다 정치적 역량부터 입증해야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2.10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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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 자유한국당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 자유한국당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선거는 세일즈와 비슷하다. 영업사원이 잠재고객에게 상품을 구매함으로서 얻는 이익을 부각시켜 소비를 유도하듯, 선거도 정치인이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사례에 적용해 보자. 황 대표는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 선거운동에 나섰다. 앞서 종로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황 대표에게 길을 열어줬다. 

이 의원은 10일 오전 "이제 제1야당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전임 당 대표를 지낸 제가 양보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해 저의 출마 선언을 거둬들이겠다는 말씀을 국민께 올린다"고 알렸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비례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출마할 경우 당장 손쉽게 국회에 입성했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불출마도 입에 올랐지만, 원외 인사가 당을 장악하는 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엔 없다. 

저간의 상황 때문인지 황 대표의 출마선언엔 비장감마저 서려 있었다. "저 황교안 무능정권, 부패정권, 오만정권의 심장에 국민의 이름으로 성난 민심의 칼을 꽂겠다"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또 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의 대결임을 유난히 강조했다. 출마기자회견에선 "나라를 망친 문재인 정권과 이 정권을 심판할 미래 세력의 결전이기 때문에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고, 다음 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 무지막지한 무법왕,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임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메시지만 보면 흡사 대권 출정을 방불케 한다.

선거의 핵심은 ‘차별성’ 

황 대표는 아직 선거의 속성을 잘 모르는 듯하다. 앞서 선거는 세일즈와 비슷하다고 적었다. 세일즈의 핵심은 차별성 부각이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결심한 이상,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와 차별성을 부각시켜 표로 연결시켜야 한다. 상대에 대한 언급 없이 타겟을 문재인 정부로 정한 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무엇보다 총선은 황 대표 혼자 치르는 행사가 아니다. 황 대표 당선을 위해 당 조직 전체가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국당으로선 황 대표를 챙겨야 할 필요는 있다. 만약 큰 표차로 지기라도 하면, 황 대표는 물론 당 전체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 역량이 황 대표에게 집중할 경우 서울 내 다른 지역구나 타지역구는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황 대표로선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자신도 살고 당도 살릴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황 대표가 정치입문 이후 뚜렷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해 12월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 선거법 개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개혁법안이 차례로 통과되는 과정에서 한국당은 아무런 역량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 와중에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좌파독재로 향하고 있고, 이에 반드시 이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식의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 와중에 정치의 본질인 협상과 타협은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5당은 '4+1협의체'를 꾸려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전히 문재인 정부와의 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는 데 한창이다. 이렇다 할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로. 

신설합당 이뤄낼 수 있을까?

아직 황 대표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는 없지 않다. 마침 9일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불출마 선언과 함께 한국당에 신설합당을 제안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 10월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보수재건의 3원칙을 제시했다.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비로소 보수는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다"며 "3원칙만 지켜라, 제가 원하는 건 이것 뿐"이라고 못 박았다. 

유 위원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신을 여전히 배신자로 여기고 탄핵을 부정하는 한국당 내 친박세력을 향해 개혁보수의 길로 나가자는 승부수인 것이다. 

관건은 황 대표가 유 위원장과 ‘카드’를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여부다. 일단 황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설합당에 대해서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를 통해서 추진하고 있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정당 간의 협의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분히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는 발언이다. 이렇게 황 대표는 늘 민감한 쟁점에 대해선 즉답을 피해갔다. 

만에 하나 황 대표가 당내 반발을 적절히 달래고 신설합당에 성과를 내면 여론은 ‘정치인 황교안’을 다시 볼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황 대표는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낙선은 당연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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