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개신교계 단체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개신교계 지지 확보가 쉽지많은 않아 보인다.
황 대표는 12일 오후 보수 성향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진보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잇달아 방문했다. 한교연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갈라져 나온 단체다.
특히 황 대표의 NCCK 방문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NCCK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 등이 가입한 진보성향의 교계 연합체로 서울 종로5가 사무실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피난처의 역할을 했다.
황 대표는 보수 교단인 기독교침례회(기침) 교단 산하 신학교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이 교단에 속한 성일침례교회에서 협동전도사로 시무한 경력이 있다.
따라서 이번 황 대표의 NCCK 방문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황 대표는 황 대표는 총리 재임 시절이나 한국당 대표에 갓 취임했을 때 보수 성향 연합체만 찾았을 뿐 NCCK는 찾지 않았다.
이를 두고 개신교계 안팎에선 보수 성향의 황 대표가 진보적 색깔을 가진 NCCK를 멀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황 대표의 NCCK 방문은 무척 이례적이다. 그런데 이번 행보가 종로 출마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황 대표는 지금 곤란한 처지다.
이번 선거에서 크게 패배할 경우, 황 대표는 대표직은 물론 정치인으로서 입지도 위태로워진다. 그런데, 자신의 지지기반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그간 황 대표는 보수 개신교계의 지지에 기대왔다. 한기총 전광훈 목사는 한동안 황 대표와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전 목사는 황 대표와 결별을 선언했다.
둘의 관계는 올해 초 금이가기 시작했다. 전 목사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전 목사는 새해 첫날 유투브 채널 ‘너알아TV’에 올린 영상에서 “한국당이 결기와 의지가 없다. 대한민국에도 관심 없고 공천 받아 국회의원 해서 희희낙락하려 한다"며 황 대표 등 원내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공수처법, 선거법개정안을 막지 못한데 대한 비난이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 목사는 황 대표가 결별을 선언해왔다고 밝혔다. “내 인생 일대에 충격적인 통보를 받았다. 황 대표 측으로부터 앞으로 전광훈 목사와 함께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전 목사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전 목사가 한국당이 아닌, 기독자유당으로 방향을 튼 점은 분명하다.
이런 맥락을 감안해 볼 때, 이번 황 대표의 NCCK 방문은 한기총이 아닌, 개신교계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세월호, 촛불 언급 나오자 '동문서답'한 황대표
그런데, 황 대표는 예기치 않게 실수를 저질렀다. 황 대표는 NCCK 이홍정 총무를 만난 자리에서 엉뚱한 말을 늘어놓은 것이다.
황 대표는 "목회자가 통합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늘 하고, 교회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이러자 이 총무는 "교계의 특정 세력이 전체집단화 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의 정치참여가 도마에 올라와 있다. 특별히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맞받았다.
황 대표는 "진영이 나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중심, 교회로 말하면 하나님 중심으로 가자"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 총무는 무척 뼈 있는 발언을 전했다. 이 총무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기준으로 해서, 변혁적인 가치를 갖고 현실정치를 새롭게 해보려는 의지를 갖는 게 옳다고 본다. NCCK도 이 같은 관점에서 이번 4월 총선을 비롯한 한국교회의 정치사회 성숙을 위해 참여할 생각이다.”
“정치인들이 저희 사무실을 찾아올 때마다 공히 말씀 드린 내용이 있다. 세 가지 특별한 경험이 있는데 먼저 세월호를 통해 우리가 반추해온 생명안전이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우리가 촛불시위를 통해 사회적 변혁을 경험하는 과정 속에 있다. 촛불시위에서 끌어올린 주권재민 가치가 민주사회 이끄는 주된 가치가 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남과 북이 자주적 공조를 통해서 평화를 이뤄나가는 길을 모색해 나갔으면 한다.”
이 발언은 황 대표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황 대표는 정치입문 전 세월호 참사 수사외압 의혹을 받았다. 지난 해 9월엔 촛불계엄령 문건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군인권센터는 촛불계엄령 문건 원본이라는 '현 시국관련 대비계획' 문건을 공개하면서 "기무사는 문건에서 계엄 선포 필요성을 다루는 부분에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 적시했다. 당시 NSC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 대표는 늘 안보를 강조하며 9.19남북군사합의 즉각 폐기, 대북제재 강화 등 대결 정책을 우선시 해왔다. 그러니 세월호와 촛불시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은 낯선 언어나 다름 없다.
황 대표도 심기가 불편했는지, 표정은 굳어져 갔다. 황 대표는 이 총무에게 "교회가 균형을 잘 찾아서 우리사회에서 리더로서의 모습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말로 회동을 끝냈다.
무엇보다 이 발언, 그리고 “진영이 나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발언은 NCCK의 입장이 편향돼 있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또 대화 맥락 상 동문서답이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황 대표는 NCCK에 균형을 잡아 달라 주문했다. 하지만, 정작 균형이 필요한 쪽은 황 대표 본인으로 보인다. 덧붙여 황 대표는 개신교계 지지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