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코로나19, 동네 약국 그리고 분열적 언론
[김선미의 세상읽기] 코로나19, 동네 약국 그리고 분열적 언론
“팩트 체크가 없다. 팩트를 부풀린다. 그리고 소설의 냄새가 난다.”
마스크 5부제, 대기줄은커녕 연로하신 부모님도 무리없이 득템하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3.12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두 갈래 길에서 괴물이 길을 막고 있었다. 괴물은 나그네에게 양쪽 길 중 괴물이 선택한 길로 가면 목숨을 살려주겠다며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알아맞히라고 했다.

나그네가 오른쪽이라고 하자 괴물은 왼쪽을 가리켰다. 나그네가 이번에는 왼쪽이라고 하자 괴물은 오른쪽이라고 우겼다. 애초, 괴물은 나그네를 살려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괴물이 나그네를 살려줄 생각이 눈꼽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자기 마음대로 답을 정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내기를 제안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인지 맞춰 봐! 며느리도 모르는 오직 괴물만 아는 수수께끼

약국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요일이라는 식약처의 안내문자가 왔다. 오전 10시쯤 가까운 동네 약국에 들렀다. 마스크 한 장 사려고 늘어선 인산인해의 긴긴 행렬을 담은 뉴스에 너무 익숙했기에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대기줄은 커녕 약국 안에도 몇 사람 없었다. 이후 연로하신 부모님도 날짜 맞춰 별 무리 없이 5부제 마스크를 사오셨다.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동네에서는 아직까지 긴 줄을 보지 못했다. 물론 여전히 마스크 사기가 번거롭고 고작 1주일에 2매뿐이지만 말이다.

고작 1주일에 2장뿐이지만 우리동네 약국에서는 긴 줄이 없었다

권력 감시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언론과 야당의 지극히 당연한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정부의 대응과 대책에 대한 일부 매체와 정치권의 무차별적 공격은 정부 책임론을 넘어 아예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가짜뉴스부터 추측에 근거한 자의적인 뉴스, 팩트 체크가 되지 않은 출처 불명의 선정적인 뉴스와 유튜브 영상은 가뜩이나 초조하고 불안한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국민을 볼모로 삼은 불안감을 자극한 공포마케팅의 극대화다.

무엇보다 정론지를 자처하는 유력 보수 매체들의 보도 행태는 언론의 역할이라는 원초적 질문을 다시금 하게 한다. 아무리 현 정부가 보수언론 입장에서 눈에 거슬리고 끔찍하게 싫다고 해도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보도의 일관성은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텐데 이마저 개의치 않는 모습 때문이다.

과몰입 혼선 야기는 정부 책임, 정론지라면 그래도 일관성은 있어야

마침내 한국기자협회가 코로나19와 관련한 선정적인 경마식 보도가 ‘선을 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공식명칭 사용하기, 허위 조작 정보와 자극적 보도 자제 등 권고등을 담은 ‘코로나19 보도준칙’을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매체들의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 행태는 마스크 대란과 관련해 더욱 폭주하고 있다. 물론 마스크 착용과 관련 ‘과몰입’과 혼선을 부른 정부 책임도 크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감염병 발병 초기 단계부터 마스크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해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공적 마스크 배급을 극찬하던 정론지를 자처하는 보수 매체들이 막상 현 정부가 비슷한 형태의 마스크 5부제 공급을 실시하자 한순간에 돌변해 비난으로 일관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대만 수량 제한 극찬하던 보수매체 정부 5부제 실시하자 비난 일색

심지어 대만을 모범사례라며 극찬하는 기사와 정부가 마스크 생산과 유통, 판매와 분배까지 100% 관리하는 것은 ‘문재인표 사회주의’ 지향이라는 칼럼이 한 매체에 나란히 실리기까지 한다.

나그네가 어떤 선택을 해도 괴물의 생각을 맞출 수 없는 우화나 다름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때 그때 달라요’ ‘네편과 내편에 따라 달라요’로 밖에는. 국가 재난인 감염병마저 건강한 비판이 아닌 총선을 앞두고 정략적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따르는 이유다.

“팩트 체크가 없다. 그리고 팩트를 부풀린다. 그리고 복사, 붙여넣기가 아주 성행을 한다. 그리고 소설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언론 윤리가 없다.” YTN의 3월9일자 <“참담하다" 외국인 기자가 본 한국 언론보도>라는 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와의 인터뷰는 국가적 재난 앞에서도 정략적 보도로 선을 넘고 있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감염병 진정 이후가 더 걱정, 엄포로 들리지 않는 경제적 어려움

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미적거리던 세계보건기구(WHO)가 등 떠밀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pandemic)으로 선언했다.

일단은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이지만 이 사태가 진정된다해도 경기침체 등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IMF 때 보다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이 엄포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공포와 혐오를 선동하는 대신 비록 서로 방향은 다를지언정 감염병 진정 이후 나라가 직면하게 될 위기에 대해 고민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