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팡세' 정택영 2020》 '불리는 것'의 의미...'인권운동가 이용수 선생님'
《'파리팡세' 정택영 2020》 '불리는 것'의 의미...'인권운동가 이용수 선생님'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5.26 2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리는 것'의 의미〉

우주만물에 흩어져 있는 모든 것들은 각각 불리는 이름이 지어져 있다. 심지어 이름이 없다는 '무명초'란 풀초자도 '무명초'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다.

산 자든 이미 세상을 등진 자든 모든 사람들은 불림을 받는다.

그리고 그 불림을 통해 그 사람의 존재에 대한 정체성이 드러난다.

그것이 곧 지어진 이름이다. '이름'은 곧 그 사람이다. '이름'은 '이르다'란 동사의 명사형이다. '무엇'이라고 이른다'는 것을 칭한다고 말한다. 이를 ‘칭(稱)’이다. 그래서 불리고 칭하는 행위를 ‘명칭(名稱)’이라 일컫는다.

모든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맺어지고 그 관계 속에서 사람은 각자의 고유한 명칭과 직칭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인간 관계에서 상대를 부르는 호칭은 문화 발전과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호칭어와 지칭어들이 생겨나고 소멸되고 다시 생겨나는 순환을 거듭하면서 매우 폭넓고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호칭(呼稱)’이란 어떤 사람을 직접 부르는 말이고, ‘지칭(指稱)’이란 어떤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가리키는 말로 이 둘을 일컬어 말할 때는 ‘칭호(稱呼)’라고 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은 여타 다른 나라나 서양에 비해 칭호가 매우 다양하게 발달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녀, 남편, 아내, 동기와 그 배우자, 숙질 사이와 사돈관계에서의 호칭과 지칭어가 분명하게 구분되어 불리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급변함에 따라 가족간, 친척간, 동기간에 불리는 호칭이 많이 사라지고 또 잘 지키려 하지도 않을뿐더러 가르치지도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호칭을 논하는 데는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부르는 호칭에 의해 불리는 상대방의 위치나 입장이 부르는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자는데 그 뜻이 있다.

"아무개 아주머니" 라 칭하면 가족 관계가 아닌 남이지만 '부인네'를 높여 정답게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이고, "할머니" 라 부르면 아버지의 어머니를 칭하는 말로, "아무개 할머니"라 부르면 이는 부모의 어머니와 같은 항렬行列에 있는 여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즉, "아무개 할머니"라 부르면 자기 부모님의 어머니와 같은 항렬에 이른 분을 칭할 때 부르는 평범한 호칭인 것이다. 이 경우, "OOO할머니"라 호칭하면 그 불림을 받은 분은 특별한 직함이나 직업이 없는 경우를 ‘통칭(通稱)’하여 부르는 칭호가 된다.

위에 열거해놓은 서설은 이 화두를 매듭 짓기 위해 늘어놓은 서론이었다. 바로 '이용수 할머니' 말이다.

이 분 연세가 알려진 바로는 93세 이신 연로한 어른이시다.

그런데 이 분에 관련하여 최근 미디어를 벌겋게 달구는 기사들 위에 해드라인으로 쓰여 도배가 되다시피 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

이 분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거두절미하고, 엊그제 '기자회견'을 한 후 세간에 발표된 '전문'을 보면 맨 끝에 "인권운동가 이용수"라고 맺고 있다.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내용으로 미루어 이 분은 족히 30여 년이나 넘는 세월 동안 일본군의 한국 위안부 만행을 전 세계에 고발하고 인권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쳐 오다가 마침내 93세를 맞게 된 것이다.

자, 이 분은 그렇다면 길 가다가 시장바닥에서 우연히 조우된 그런 '아무개 할머니'가 아니다.

이 분은 우리 역사의 슬픈 잔혹사의 현장 가운데 서서 온 몸으로 일제의 그 잔인무도하고 포악한 만행을 겪으신 피해자이시며 이것은 이 비극의 역사를 거쳐온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비극적 사건임을 우리 모두가 통감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분이 불려지는 호칭이 '이용수 할머니'가 아니라, 마땅히 '인권운동가 이용수 선생님'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우리의 양심과 우리의 격식에 맞는 호칭이라 생각한다.

이제 글을 맺는다.

명백히 이 분의 사회적 활동 역사에 인권운동을, 그것도 몇 년 하다 만 그런 운동가가 아니라 30여 년을 ‘일제 만행을 규탄하고 짓밟힌 한국여성의 인권을 되찾기 위한 운동'을 펼쳐 이어오셨다면, 그 분에게 '이용수 선생님'이라 칭해 드리는 것은 우리 한국인이라면 백 번 옳은 일이라 확신한다.

더 이상 이 분을 지칭함에 있어 '아무개 할머니'라 폄훼하며 깎아내리는 지칭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택영/ 프랑스 파리 거주, 화가
프랑스조형예술가협회 회원

www.takyoungjung.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