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승객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택시 운전기사가 혐의를 벗었다.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진술이 억울한 사람을 재판에 세웠을 수도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성묵)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71) 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18년 3월 29일 자정께 차에 탄 승객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선 1심 법정에서 A 씨는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의 진술과 CCTV 영상, 차량 GPS 기록만으로도 추행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A 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도 A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을 다시 살펴본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억울함을 인정했다.
판단에 앞서 재판부가 유심히 들여다 본 건 피해자의 진술이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는 택시를 탄 곳, 시각, 내린 곳, 인상착의 등에 대해 말했다.
특히 ‘회색 차량’이란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을 피의자로 특정 하는데 유효했다.
당시 피해자가 말한 시각에 그 장소를 지난 회색 차량은 피고인의 택시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정은 증거로 법원에 제출됐다.
제출된 증거를 다시 살펴본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누군가에게 강제추행 당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누군가가 피고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 판단에는 수사 당시 피해자가 말한 인상착의와 피고인이 다른 점과, 이 진술마저도 법정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바뀌었던 점이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택시 탄 곳’도 명확하지 않았다. 사건 당시 피해자를 태워 보낸 피해자 지인이 말한 곳과 피해자가 진술한 곳의 위치가 약 150m가량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는 피해자의 추행 당한 사실을 뒷받침할 뿐, 그 가해자가 곧바로 피고인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택시의 승·하차 시각, 차종 등 피해자 진술에 기초해 피고인이 피의자로 특정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동경로와 유사한 경로로 택시를 운행했음이 확인됐다고 해도, 그 승객이 곧 피해자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