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살은 최종적 형태의 가해였다"…선정주의 매몰된 ‘KBS 현상’
“어떤 자살은 최종적 형태의 가해였다"…선정주의 매몰된 ‘KBS 현상’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7.19 17:2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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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16일 밤 9시 24분에 '9시 뉴스'에서 “어떤 자살은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라는 대형 자막을 스크린으로 내보냈다. 사진=KBS/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KBS는 지난 16일 밤 9시 24분에 '9시 뉴스'에서 “어떤 자살은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라는 대형 자막을 스크린으로 내보냈다. 사진=KBS/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이 폭로한 성추행 혐의를 둘러싸고 증거논쟁이 치열하다.

자체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과 온갖 혐의를 나열하고 있으나, 성범죄를 입증할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영방송 KBS가 TV 스크린에 올린 “어떤 자살은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라는 헤드라인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이에 연극 영화 연출가, 미술가, 사회문화비평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수 작가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가 과연 공영방송으로의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KBS 파탄’이라는 말로 격분을 토로했다. 다음은 그가 올린 페이스북 글이다.

KBS 밤 9시 메인 뉴스에서 지난 16일 21시 24분에 뉴스 진행자가 “어떤 자살은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라는 대형 자막을 스크린으로 내보내고 ‘일장 훈시’를 한 사실을,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정말 저런 자막을 뉴스 방송으로 내보냈는가? 설마? 오늘 막 확인했다. 내보냈다.

이 뉴스 영상을 보면서 KBS의 공영성 공공성의 ‘완전한 파탄’을 본다. 아니? 어쩌면 그런 개념 자체가 저것들 머릿속에 아예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판단의 가치중립은 고사하고 공공성의 뉴스 방송이 무엇인가 하는 기초 기본을 전혀 모른다. 무식해서 그런가? 아니다. 좋은 학교를 나왔고 저들은 자신들이 똑똑하다고 여기면서 방송으로 사회를 계몽 계도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럼?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저들이 무엇이 문제일까? 무지하고 정치 당파적이며 영악하다는 것에 있다. 마치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종편 TV 이바구’ 식이다. 자막을 펼쳐 놓고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죽음이 살아남은 이에겐 돌이킬 수 없는 가해가 된다는 의미….이 문장이 수없이 공유됐다는 건 그만큼 공감하는 마음이 많았다는 뜻이겠죠.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사라진 상황. 진실의 무게는 피해자가 짊어지게 됐고, 피해자 중심주의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려하던 2차 가해도 범람하고 있습니다.
4년간 뭐하다 이제와 그러냐는, 한 방송인의 발언이 논란이 됐고, 한 현직 검사는 팔짱 끼면 다 성추행이냐는 비아냥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여성변호사협회는 이 검사에 대한 징계를 검찰에 요청하기도 했죠.
경찰은 2차 가해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했는데 피해자의 고통을 염두에 두고 진실을 찾아가는 것.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접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을 직격하고 있었다.

죽음의 이유는 밝혀진 사실이 없다. 여러 유추들이 있지만, 그 누구도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 아니, 누구도 그의 죽음의 이유와 원인에 대하여 확정할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닌 어떤 누구도 죽게 된 원인인 사인(死因)을 알 수 없다. 그가 서울시장이란 공인의 위치에 있었다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자살이라고 공공의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이 발표했다. 더구나 자살이라면 죽음의 개별성과 개인의 온전한 자기 결단에 대하여 함부로 타인이 왈가왈부할 것은 더욱 아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특정 ‘고소인’의 고소가 있었고 그것이 죽음에 대한 동기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이나 유추는 있지만, 그것도 미지수다.

KBS는 사람들이 말하는 소문이나 험담 따위를 흥미 본위로 다루는 ‘종편 TV‘가 아니다. 종편 TV들이 비판받는 이유가 바로 개차반 방송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을 표방하고 있고 국민의 직접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은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에 입각한 방송을 해야 한다. 하물며 공영방송 KBS의 밤 9시 간판 뉴스 방송이 아닌가?

현재까지 상황은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인의 고소가 있었고, 변호사와 여성단체들이 고소이유를 공개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실정법으로 확정된 건 이 시간까지 아무것도 없다. 고소인을 대리하는 변호사의 기자회견이나 발표는 부실했다. 증거라고 내세운 건 빈약했고, 법적으로 유효하지도 않다. 심지어 '가해자'라고 지칭하는 대상도 박원순 시장에서, 서울시장실으로, 그리고 서울시로 무차별로 넓혔다.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특정인만 하는 게 아닌 것 같고, 그런 2차 가해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다”라고 했다. 이 궤변에 민주당 대표 이해찬은 고소인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통절한 사과”를 말하고, 정부 부서인 여성가족부 장관도 “책임 통감, 피해자 고통에 안타깝다”라고 TV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빨갱이’ 이후 ‘성추행’ 지목은 사실 여부를 떠나, 어느 누구도 거역하지 못하는 이데올로기가 됐다. 이 위험한 광기의 현상을 진혜원 검사는 '조롱'한 것이 아닌 '경고'한 것이다. “과격한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新매카시즘 광풍”의 극단성을 지적한 말이다. 그러자 떼로 모여 대검에 징계를 요구했다.

변호사는 공표하기를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4년간 근무했다. 비서직 수행하는 4년 기간, 다른 부서 발령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장소는) 시장 집무실,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 상세 방법은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고소인이 비서로 근무한 것은 2년여 정도라고 잘라 말했다. 2017년 5월경에 비서실로 발령이 났고, 2019년 7월에 다른 곳으로 전보됐다는 것. 만 2년 2~3개월, 햇수로도 3년 정도이지, 4년은 부풀려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변호사는 진실로 고소인의 편에 서있는가? 의문이다. 이 의문은 이제 사회 일반의 의문이 됐다.

KBS는 아무런 확정된 사실이 없는데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별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려하던 2차 가해도 범람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중심주의’, 얼핏 타당하게 들려온다. 틀렸다. 이 말은 피해자의 입장과 진술을 세세하고 끈덕지게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지, 피해자의 주장을 '무조건 맹신'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2차 가해의 범람' 지금 KBS와 부패 신문들이 정치 목적의 의도로 다루고 있으며, 그것도 선정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 바로 '2차 가해'다.

죽은 박원순의 살아온 이력을 보면, 자신의 죽음으로 사실이나 진실을 덮어 버리겠다는 식으로 삶을 살지 않았다. 그는 세상의 삶을 '통절하게' 마감한 것이다. 이 죽음은 타인에 대한 가해가 아니다. ‘공소권 없음’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태도이자 법률 규정이다. 아무리 죽음의 원인을 따지고 가려내어도 정답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밝히는 노력은 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일방의 '가해'라고 공중파 방송에서 떠드는 건, 인간 존재와 죽음의 문제에 대한 사고의 결핍과 선정주의에 매몰된 'KBS 현상'을 노출한 것이다.

어떤 누구든 범죄 사실이 밝혀지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도덕적 비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KBS든 부패 신문이든, 갑자기 여성주의 옹호 대변자가 된 정당이든, 그 누구도 범죄 행위를 제외한, 한 인간의 모든 삶을 재단하고 인격을 살해하며,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잔인하게 칼질을 할 권리나 표현의 자유란 없다. 그것은 공공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KBS가 과연 공영방송으로의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고, ‘KBS 파탄’을 말하는 것이다.

KBS 9시 뉴스와 이 뉴스 진행자의 문제는 내 여러 번 지적했다. 자존심 문제인지 KBS는 이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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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0-07-24 14:50:19
ㅉ이게 기사입니까

지나가다 2020-07-20 19:03:37
저 앵커 미친거 같아요.

bravao 2020-07-20 13:43:22
맞습니다... kbs 계속 정신 못차리네요... 참 가지가지이죠..

1 2020-07-19 23:36:17
좋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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