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태안 안흥량에 무슨 일이
"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태안 안흥량에 무슨 일이
군적부 나온 신진도 고가에서 한시 등 추가 발견…해양문화재연구소 "학술조사"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0.07.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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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조선시대 수군의 명단이 적힌 군적부(軍籍簿)와 한시(漢詩)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신진도 한 고가에서 수군진촌(水軍鎭村)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다수의 한시 등이 추가로 발견됐다. (태안군 제공 사진 합성/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지난 6월 조선시대 수군의 명단이 적힌 군적부(軍籍簿)와 한시(漢詩)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신진도 한 고가에서 수군진촌(水軍鎭村)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다수의 한시 등이 추가로 발견됐다. (태안군 제공 사진 합성/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태안=김갑수 기자] 지난 6월 조선시대 수군의 명단이 적힌 군적부(軍籍簿)와 한시(漢詩)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신진도 한 고가에서 수군진촌(水軍鎭村)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다수의 한시 등이 추가로 발견됐다.

특히 고려시대에서부터 1000여년을 이어온 조운로 중 가장 험한 물길로 알려진 안흥량(安興梁)에서 발생한 인명피해가 상당했음을 확인하는 한시도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군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고가의 상량문에 적힌 ‘도광(道光: 청나라 도광제 선종의 연호) 23년’이라는 명문으로 1843년에 건립됐음을 알 수 있다.

고가에 거주했던 후손 최인복 씨의 증언에 의하면 가옥은 대청을 중심으로 ‘ㅁ’자형이며 860㎡의 대지에 방 5칸과 광 6칸, 부엌 3칸, 외양간 1칸, 말(馬) 우리 등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ㄷ’자형 구조만 남아있는 상태다.

광 6칸이 존재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안흥진 수군을 관리했던 관가(官家)의 건물로 추정되고 있다.

새로 발견된 한시는 ‘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 새로 짓고 잔치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선비들이 모였다)’는 내용으로, 1843년 7월 16일 신진도 안흥진 수군의 관가(官家)로 사용될 집을 짓고 다음 해 안흥진 첨사(安興鎭 僉使) 조진달(趙鎭達)의 재임 기간인 1844년에 잔치를 베풀어 사방의 손님을 맞이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안흥량은 신진도, 마도, 관장목을 연결하는 물길이 험한 구역을 말하는 것으로, 고려시대에서부터 이어진 조운로 중 가장 험한 길목으로 알려져 있다. (태안군 제공)
안흥량은 신진도, 마도, 관장목을 연결하는 물길이 험한 구역을 말하는 것으로, 고려시대에서부터 이어진 조운로 중 가장 험한 길목으로 알려져 있다. (태안군 제공)

또 다른 한시의 제목은 ‘黃麥打麥羊 出家家(황맥타양 출가가: 집집마다 찰 보리를 타작해 거두어 가다’로, “군포를 내라는 조칙이 있는데도, 갑자기 지난밤 보리를 보내어 왔구나(布詔行令曾如此 忽然昨夜麥秋至)”라는 문장이 있어, 이 가옥이 안흥진 수군을 관리하기 위해 군포(軍布)나 곡식을 거두어 관리하던 역할을 했음을 짐작하게 된다.

안흥진 수군의 주요 임무 중 하나였던 조운선의 안흥량 통과를 위한 호송과정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와 이를 비유한 한시도 있다.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 699-759)의 오언절구 한시 ‘조명간(鳥鳴澗, 새가 시냇가에서 울다)’의 형식을 빌려 능숙한 초서체(草書體)로 쓴 것으로 “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 하여, 밤은 깊은데 춘산도 적막하다(人間桂花落 夜靜春山空, 인간계화락 야정춘산공)”라며, 수많은 인명이 안흥량 앞바다에 빠져 희생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안흥량은 신진도, 마도, 관장목을 연결하는 물길이 험한 구역을 말하는 것으로, 고려시대에서부터 이어진 조운로 중 최악의 길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일대에서 수장된 상태의 고려청자가 무더기로 발견되거나 안파사(安波寺), 징미(拯米:건질 증, 쌀 미)산 등 조운선의 안전운항을 기원하거나 침몰에 관한 지명 등이 남아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안흥량을 왕래하는 선박 중 뒤집혀 침몰하는 것이 10척 중 7~8척에 이르고, 1년에 침몰하는 것이 적어도 20척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바람을 만나 사고가 많으면 40~50척에 이른다”(1667년인 현종 8년 윤 4월조)라고 기록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유물 발견을 계기로 민간에 전승돼 온 안흥진 수군과 관련한 개인문집과 문학작품을 찾아 번역할 예정이다. (태안군 제공)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유물 발견을 계기로 민간에 전승돼 온 안흥진 수군과 관련한 개인문집과 문학작품을 찾아 번역할 예정이다. (태안군 제공)

고가에서 발견된 “無量壽閣’(무량수각: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는 건물)”이라는 문구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유물 발견을 계기로 민간에 전승돼 온 안흥진 수군과 관련한 개인문집과 문학작품을 찾아 번역할 예정이다.

관련된 주요 문집은 김득신(金得臣, 1604-1684)의 ‘백곡집(栢谷集)’, 김규오(金奎五, 1729-1791)의 ‘최와집(最窩集)’,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의 ‘은송당집(恩誦堂集)’ 등이며, 수군진의 문학과 역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오는 24일 오후 1시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제2회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대회에서 해당 유물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신진도 고가 인근 초등학교 주변으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시대의 건물로 추정되는 전통 기와집이 다수 남아있었다고 한다”며 “수군진과 관계되는 관리와 수군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판단돼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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