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팡세 2020》 국가와 예술 곳간
《파리팡세 2020》 국가와 예술 곳간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7.26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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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영의 '파리팡세 2020'》 국가와 예술 곳간

칼럼니스트 정택영 화백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맞아 겪고 있는 예술세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국가와 예술 곳간'이라는 주제로 소견을 밝혔다./굿모닝충청 정뭉영 기자
〈작품: 루브르의 루벤스(The Louvre by Rubens: 작품과 관객 얼굴로 상호 소통하는 '인터렉티브 미술 프로젝트'-Put Your Head Into Gallery is an interactive art-project, which presents four different models of famous galleries)/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전 지구촌의 일상은 그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되고 있다.

'쉰들러 리스트' 영화에서처럼, 전쟁 통에도 엄청난 돈을 벌어 그것으로 죽음의 수용소 행을 기다리고 있던 무수한 사람들의 생명값을 치르고 자유인으로 풀려나게 하는 감동의 스토리도 있듯,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의 와중에도 위생의료 장비 생산업계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시대다.

그러나 대개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은 고난 속을 헤매고 있다. 고정적인 봉급생활자들이야 성실히 근무만 잘하면 제 때 급료를 받으니 경제적인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 사업자들이나 프리랜서, 창작인들은 일정한 수입이 없고, 또 계획된 예상 수입원이 없으므로 경제적인 애로가 주는 정신적 불안감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집콕인들'이 많아지고, 대부분을 집에서 해결하고 있는 환경 아래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분야는 역시 예술분야일 것이다.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전염되니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의무적으로 폐쇄되거나 일시적인 출입금지로, 문화시설인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이 문을 닫은 곳이 많다. 무대에서 예술을 펼쳐야 하는 공연예술 분야나, 무대 위에서 악기나 목소리로 예술을 펼치는 음악공연 분야 역시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그렇다고 이 어려운 시기에 미술품을 많이 소비해 달라고 정부 시책을 노골적으로 발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입이 없어 고통 받는 예술인들이 일반 공산품이나 식부자재를 소비해주니 바터제로 그쪽 사람들도 의당히 미술작품을 소비해 달라고 요구할 처지도 아니다. 물론 바터제를 요구해도 실현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이래저래 예술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말 못할 고통은 어디 하소연 할 데 없이 그 골이 깊어만 간다.

예술이야 당신네들이 잘 하는 재주고 좋아서 한 것이니 그 후에 찾아오는 어려움은 당신들 스스로 해결할 일 아니냐고 되받아치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예술은 본디 시장바닥에 내다 파는 일반 공산품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간정신과 보편적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사고의 산물이기 때문에 비속하게도, 마구잡이로 내다 팔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분명 예술품도 하나의 물건이자 상품인데도 상품 같이 취급 당해서도 더욱 안 되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 더욱 더 예술인 그들 삶은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팬데믹 시대이니 '집콕'이나 하면서 책이나 스마트폰 서핑만 할 게 아니라, 전시장에 좀 나와 작품이라도 감상하며 피카소 일갈대로 '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라'고 애절한 권유를 해도 예술품 감상이란 게 우선 마음이 편해야 가능한 일이기에 그조차 만만치 않다.

여하튼 이 어려운 시대에 예술계가 대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은 미술작품 판매가 다시 활기를 찾고 유통이 되어 어둠 속에서 깊은 시름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예술가들을 좀 생각해 봐달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임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예술, 그거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그러나 한 국가가 돈은 그럭저럭 잘 벌어 선진 대열에 낄 만큼은 잘살게 되었다 해도, 후대나 해외 방문객에게 내보여줄 예술품들이 고갈되어 창고인 미술관이나 문화시설이 텅 비어 있다면 무슨 재미로 국가를 운영하고 유지해갈 것인가! 한 국가는 나라 살림을 위해 돈을 쌓아 놓은 재정 곳간도 야무지게 챙겨야 하겠지만, 동시에 예술 곳간을 잘 쌓아놓는 일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람 사는 곳에는 오직 사람이 남긴 온정의 따스한 온기가 있어야 살 만한 사회임을 방관해서야 되겠는가!

정택영 / 프랑스 파리 거주 화가, 전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www.takyoungj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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