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광진의 교육읽기] 중학교 배정이 왜 갈등을 일으키나?
    [성광진의 교육읽기] 중학교 배정이 왜 갈등을 일으키나?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8.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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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교육청의 '중학교 학군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전 유성지역 6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19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군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KBS뉴스 캡처)
    대전시교육청의 '중학교 학군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전 유성지역 6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19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군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KBS뉴스 캡처)

    집 앞 가까운 중학교를 놔두고 먼 거리 학교를 다니라고 한다면 누구라도 납득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제 막 어린아이 티를 벗어난 중학교 입학생들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에게는 안전한 통학이 무엇보다 간절하다. 따라서 중학교의 배정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31일 대전시교육청은 초등학생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의 배정방법을 바꾸는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28개의 학교군을 18개로 줄이고, 5개의 중학구도 하나만 남긴다는 것이다. 학교군이란 초등학교 졸업생이 선택할 수 있는 지역내 중학교들의 묶음을 말하며 중학구는 지역 여건상 추첨 없이 특정 중학교에만 지정 입학하는 구역이다. 대체로 통학 구역은 거리로는 1.5Km 이내로 걸어 다닐 수 있는 범위에 있어야 한다.

    교육청이 예고한대로 학교군과 중학구를 대폭 줄임으로써 학교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기가 예전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배정방식도 학교군 내 모든 학교에 지원하고 컴퓨터로 무작위 추첨하던 것을 학교 정원의 70%는 희망 배정하고 나머지 30%는 주거지 중심의 근거리 배정으로 바뀐다. 만약 학교군내에 선호학교가 있을 경우, 신입생들이 몰릴 수 있어서 가까운 학교를 두고 먼 거리의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개정안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초등학생 현황을 보면 동부지역(중구, 동구, 대덕구)은 매년 줄어들고 있고, 서구는 답보 상태지만, 유성구는 2017년 22,926명의 초등학생이 2019년에는 23,402명으로 476명 늘어난 상황이다. 유성구는 도안지구와 같이 신개발지역에서의 인구 유입으로 인해 약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신개발지역인 도안지구에서 서남4중학교를 신설 요청하였는데, 2018년 9월 교육부가 중학교 학군 재배치를 조건으로 승인한 것이 이번 학군 조정의 배경이기도 하다.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저출산에 따라 전체적으로 학생수는 감소하는데, 도시 개발에 따른 중학교 신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군을 광역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또 이것은 교육부의 견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교육 수요가 나타난다 해도 학교를 새로 만들기 보다는 원도심의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이전하거나 초등과 중등의 병설학교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교 신설에 따른 부담이 덜할 것이다.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그리고 교육부가 학교 신설을 억제하겠다며 학군을 보다 넓혀 광역화하라고 하였지만, 정작 이것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68조에 따라 교육감이 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교육부의 견해는 일종의 권고라 할 수 있으며, 문제가 있다면 교육청이 교육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이 3천6백만 원의 용역비를 들여 연구한 결과보고서에는 현행 배정방식에 부정적인 인식은 17%에 지나지 않았다. 학부모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대부분 현행제도에 대해 만족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또 통학 편의성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 학교 배정의 기본 원칙이란 것을 감안할 때, 현재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민원이 많은 일부 지역만 변경하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른 특별시와 광역시는 대부분 우리보다는 광역화되어 있어, 학교군에 속하는 학교수를 보자면 평균 여덟 학교로 평균 세 학교인 대전에 비하면 비교적 많기는 하다. 하지만 대전처럼 학교군이 세분화되면 보다 가까운 거리의 학교로 진학하는 비율이 훨씬 높아져 통학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이번 학군 변경을 작년부터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교육청은 행정예고에 앞서 어떠한 사전 설명회나 공청회 등을 진행하지 않은 채 방학 중에 공고해 논란이 크다. 코로나 국면이라고는 하지만 온라인 설명회나 공청회도 추진해 볼만 했다. 이런 ‘행정편의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의 근거가 된 연구보고서를 보면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제도에 대해 유일한 장점이 학교 선택권이라는 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학교 교육의 질은 균등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만족도가 높은 선호학교가 생겨난다는 것은 교육청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나서서 선호학교에 대한 선택권을 주겠다며 학교 배정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 근거리 통학의 원칙이 무너지고 선택권을 존중한다면 학군 논란으로 동네 간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행 방식의 갖는 장점을 살리면서 개선안을 만들었다면 모르되 전면적인 학군 조정이야말로 행정 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큰 문제점은 의무교육이자 공통의 교육과정을 수행하는 중학교에서 근거리학교보다 따로 선호학교가 있다는 것을 교육청이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만약 근거리학교를 기피하는 이유가 있다면 학교를 균등하게 발전시킬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학교에서 선호학교는 교육불평등을 보여주는 잣대이자, 학교 간 위화감을 낳게 된다. 교육청은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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