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소반 위에 공깃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새라 소반 반(盤)자를 써서 반송(盤松)이라 불리는 소나무를 찾아 부여군 외산면 수신리를 찾았다.
2002년 1월 충청남도 기념물 제158호로 지정된 수신리 반송은 야트막한 언덕에서 4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다.
반송은 소나무의 한 품종이지만 소나무와는 그 모양새가 사뭇 다르다.
잎이 둘씩 모여서 나는 것과 수피의 색이 붉다는 것은 소나무와 같지만, 외줄기 나무는 아니다.
소나무가 외줄기의 곧고 높은 나무라면 반송은 밑동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자라는 관목 형태를 이룬다.
수신리 반송은 지상 50cm 지점에서 줄기가 갈라져 부채꼴 모양의 둥그런 수형을 이루고 있다.
줄기는 제각각 굵기와 모양이 다르지만 나름의 균형을 이루고 있어 반송이 갖는 예술적 가치가 높다.
특별함과 특이함을 모두 가진 데다 400년 이상 한 자리를 지켰으니 사연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데 수신리 반송은 아무런 이야기도 품고 있지 않았다.
그저 여러 줄기를 뻗는 특징이 농경민족을 만나 ‘의미’를 만들어 냈을 뿐이다.
사람들은 같은 공간 속에서 같은 풍경을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한다. 각기 다른 환경과 경험이 쌓아 올린 감각이 만들어 낸 시선이다.
서양 사람들은 둥그스름하게 생긴 나무 모양을 모며 우산을 떠올렸을 테지만 우리 조상들은 ‘쌀밥’을 떠올렸다.
“저 반송처럼 쌀밥 한 그릇 그득 먹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소”
극심한 가뭄으로 굶주림이 일상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저 나무를 보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갓 지은 쌀밥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조상들이 반송에 부여한 또 하나의 의미는 '다산'이다.
하나의 줄기에 곧게 자란 보통 소나무가 아니라 밑동에서 가지를 여러 갈래로 뻗었다 하여 이를 다산으로 여긴 것이다.
이 또한 자녀의 수가 곧 노동력이 되었던 시기이기에 가능했던 시선이었다.
반송을 바라보는 마지막 시선은 '다복(多福)'이다.
십장생의 하나인 소나무는 '장수'를 상징하는 데다 풍작과 다산의 의미까지 갖추고 있으니 다복의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얻어진 반송의 별칭이 ‘다복솔’이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