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외교부의 수장이 누구냐? 이제 하다 하다 코로나 방역도 ‘내로남불’ '코로남불' 아니냐며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인 연세대 이일병 명예교수가 최근 요트를 사기 위해 미국에 간 것을 두고,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5일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 성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과 수구언론 대부분이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두 가지에서 인식의 오류를 크게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장관의 배우자를 강 장관과 동일하게 ‘공인’으로 바라보며 다분히 정략적으로 트집잡기를 벌이고, 해외여행 자제 ‘권고’라고 말하면서도 이를 ‘강제’ 사항으로 얼버무리는 헛소리를 내뱉고 있다.
먼저 이 명예교수는 공인이 아니다. 다만 백번 양보해서 공직자 배우자로서 처신의 적절성에 대한 일말의 시비는 있을 수 있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할 때, 언터처블 프라이버시라 해도 블로그를 통해 드러내놓고 공개한 점은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공인을 가족으로 둔 게 죄라면 죄지만, 정치권과 수구언론의 이같은 공세는 궁색하기 이를 데 없는 지나친 트집잡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953년생으로 우리 나이 예순 여덟인 은퇴한 노년의 이 교수가 십수년 전부터 계획해왔다는 ‘버킷리스트’. 그 중 하나를 이뤄보겠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꿈이 그리 매도 당할 일인가 싶다.
강 장관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 떠난 것"이라며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다 간 것이라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또 '권고'라는 것은 "가능하면 따라주세요"라는 일종의 부탁이다. 금지나 강제가 아니다. 해외여행과 관련, 강 장관은 자제를 ‘권고’했지 ‘통제’한 적은 없다. ‘권고’와 ‘통제’라는 말뜻도 이해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가히 ‘난독증(지능은 정상이지만 글자를 읽거나 쓰는데 어려움이 있는 증세. dyslexia)’을 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를 마치 이 교수가 배우자인 외교부 장관의 권력을 이용해 해외여행 중인 것처럼 응큼하게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민 혈세를 다달이 봉급으로 받는 봉사자로서 다루어야 할 국정현안이 산적한데 가십에 불과한 곁가지에 정력을 쏟을 만큼, 그리 한가한가 묻고 싶어진다. 아울러 본인과 주변인들의 삶은 어떤지 자신 있게 공개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야권의 무분별한 정치공세는 그렇다 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반응 또한 부적절하고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낙연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처사”라고 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적절하지 못한 행위”라고 고개 숙였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관인 것은 쓰레기 같은 언론보도다. 누구보다 가치판단이 우선돼야 할 언론이 멀쩡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들추어내 폭로하고 부정적으로 선동하는 등 '황색 저널리즘'의 끝판을 보여줬다.
KBS가 지난 3일자 보도에서 여행을 떠나는 이 교수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건넨 인터뷰 장면은 정말 수준 이하다.
- 강 장관이 혹시 뭐라고 안 그러셨느냐
▶어른이니까, 놀러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건 아니다
- 그래도 공직에 있는 사람 가족인데 부담 안 되느냐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