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미호종개야 돌아와~
[염우의 환경이야기] 미호종개야 돌아와~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11.13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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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천
어린이들의 미호강 탐사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강에 대한 나의 관심은 오랫동안 맑고 수려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 달래강(달천)의 맑은 물에 발을 담그길 원했다. 갈겨니를 관찰하고 수달의 흔적을 찾아내는 걸 즐겼다. 더럽고 훼손된 모습의 미호강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건 최근 10여 년의 일이다. 오염이 심한 하천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다른 생명체도 살기 좋았던 곳이다. 미호강은 음성 망이산에서 발원하여 진천·청주를 거쳐 세종 합강리에서 금강에 합수하는 국가하천이다. 길이는 89.2㎢, 유역면적은 1,855㎢, 백곡천과 무심천 등 53개의 지류하천(지방하천)을 지니고 있다. 완만한 평야와 구릉 지대를 흐르는 대표적인 모래하천이다. 모래하천은 물을 품어주고 뿜어주고 걸러주는 기능이 탁월하며 사람과 생명체들이 살기에 좋은 곳이다.

미호강 유역에는 적어도 4~5군데 황새 옛 황새 둥지들이 확인되었다. 고운모래로 형성된 특별한 환경에서만 서식이 가능했던 미호종개를 처음 발견한 곳도 이곳이다. 황새와 미호종개가 서식한다는 것은 하천과 주변 논습지의 수질과 생태계가 탁월했다는 근거이다. 미호강은 진천분지와 미호평야라는 방대하고 비옥한 곡창지대를 빚어놓았으며, 곳곳에 농다리, 정북동토성, 소로리볍씨, 직지심체요절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남겨주었다. 상산팔경과 평사절경 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빼놓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소중한 삶의 터전, 생명체들에게는 천혜의 서식지가 되어 주던 곳이다. 생거진천과 생명문화도시 청주, 세종특별자치시가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미호강이 그만큼의 부양능력을 가진 풍요로운 땅이었기 때문이다.

미호강의 깃대종인 미호종개(Cobitis choii)는 잉어목 미꾸리과에 속하는 민물고기이다. 금강 유역에만 서식하는 한국 특산종이며, 천연기념물 454호이자 멸종위기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1984년 청주 팔결다리 부근 미호강 본류에서 처음 발견하여 이름을 미호종개라 정했다. 몸은 가늘고 길쭉하며 길이는 7~12㎝이다. 색은 황갈색으로 옆 부분에 12~17개의 삼각형과 반원형의 불규칙한 반점이 있다. 꼬리지느러미 시작 부분에 검은색 점이 1개 있으며,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는 3줄의 갈색 띠가 있다. 수심이 얕고 유속이 느린 모래하천에 산다. 먹이는 주로 규조류이며 녹조류, 남조류, 동물플랑크톤도 먹는다. 산란기에 수컷이 암컷의 몸통을 휘감아 조여 알을 낳도록 돕는다.

미호종개를 발견한 사람은 우리나라의 저명한 두 어류학자다. 미호강에 유난히 많은 모래톱을 보며 이곳 서식환경에 적응한 특별한 물고기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오던 김익수 교수가, 친구인 손영목 교수가 채집조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함께 신종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미호종개는 0.15~0.6mm 크기의 가는 모래로 이루어진 하천을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이한 섭식 행태와 관련된 것이다. 입으로 가는 모래를 빨아들여 아가미로 뱉어내는 과정에서 모래 표면에 붙어있는 부착조류를 걸러 먹는다. 물살이 빨라지면 모래알이 굵어져 작은 입으로 섭취할 수 없게 되고, 반대로 물살이 느려지면 진흙이 쌓여 아가미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섭식 특성으로 인하여 미호종개는 가는 모래가 있는 미소서식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분포 범위가 매우 제한되고 환경 변화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특별한 종의 특별한 서식환경을 제공해 주던 생명의 요람이 바로 미호강이다.

하지만 골재채취 및 수질오염 등 인위적 간섭과 훼손으로 인해 미호종개는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최초 발견지는 물론 미호강 본류에는 현재 서식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다. 기록상 서식지로 확인되었던 초평천, 보강천, 무심천 등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대전 갑천 상류, 공주 유구천 등에서 간헐적으로 발견되는 정도이다. 미호종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행히 2007년 방인철 교수팀에 의해 미호강의 지류 백곡천 중상류에 개체수 1만여 마리가 사는 집단서식지가 발견되었다. 환경부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2010, 2011년 환경단체들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4대강사업 백곡저수지 둑높이기사업으로 인해 수몰위기에 처했다. 이후 청양 지천에 새로운 서식지가 확인되었다. 정작 본향인 미호강에서 살기도 힘겹고 찾기도 어려워졌다.

산업발달과 도시개발 과정에서 난개발과 환경오염은 더욱 심해졌고, 유역과 하천은 과도하게 개조되고 이용되었다. 대단위 농업개발사업으로 수백 개의 수중보와 저수지가 축조되었고 하천정비와 4대강사업으로 구조가 획일화 되었다. 도시와 마을이 형성되고 공장, 건물, 축사들이 난립했다. 사람이 유역을 독점하게 되면서 수질은 오염되고 생태계는 훼손되었으며 생물들의 서식지는 축소되었다. 2010년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물환경 개선을 위한 많은 정책과 사업이 펼쳤다. 물관리특별법 제정, 물환경기본계획 수립, 수질오염총량제 시행 등... 하지만 미호강 본류의 수질은 2017년 BOD 4.8㎎/L로 목표치인 3.0㎎/L를 훨씬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금강 본류 수량의 58%를 차지하는데 비해 오염부하량은 80% 이상을 차지한다. 오염하천의 오명을 쓰고 있다.

생명을 품고, 사람을 품고, 마을과 도시가 뿜어낸 부산물 조차 품어 주었던 미호강, 이제 그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모이기 시작했다. 통합청주시 출범과 세종특별자치시 조성으로 인하여 미호강에 대한 관심과 물 환경 관리의 중요성도 급증하였다. 상생의 유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참여와 협력이 본격화 되었다. 2015년 이후 여러 기관과 단체들은 ‘미호강 상생협력 2020 프로젝트’라 명명한 자발적 협력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소로천 등 도랑살리기, 통합적 유역관리방안 연구, 하천돌봄이 구성과 주민하천활동 전개, 미호종개 보전 및 발견지 상징화 사업, 미호강 종합탐사와 언론 기획취재, 정책포럼과 간담회, 유역협의회 결성 준비, 산업체들이 참여하는 함께 미호강지키기 사업 등의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었다. 2017년 5월, 유역관리의 원칙과 방향을 담은 ‘미호토피아 선언’을 하였다. 도시문명을 잉태해 준 젖줄이라는 의미의 강(江)이라는 의미로 이때부터 ‘미호강(美湖江)’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행정 용어로는 아직도 미호천이다.

미호천탐사
어린이들의 미호종개야 돌아와 캠페인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그해 어느날, 오송에 있는 청사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들이 환경행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와서 미호강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호강 상생협력활동에 미래세대가 결합하는 것도 보기 좋겠다 싶어 기꺼이 시간을 내었다. 미호강 이야기를 마치자 기부금 전달식이 이어졌다. 아이들이 나눔장터를 열어 모은 돈이라며 무려 60여만원을 기부했다. 10분 남짓한 강의 치고는 소득이 컸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미호종개 개사곡을 불러주며, 미호종개가 꼭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깜찍한 화근이 되었다. 한 두 달 쯤 지났을까,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미호종개가 돌아왔는지 확인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렇게 쉽게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미호종개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날 미호종개 발견지 부근으로 가서 물고기 채집관찰학습을 진행하였다. 피라미, 모래무지, 중고기 등... 미호종개가 없는 것을 확인한 아이들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꼬마들을 불러들여 물환경 보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아이들은 그 덕에 환경상을 수상하고, 우리는 또 개사곡 공연을 부탁하고... 이렇게 시작된 ‘미호종개야 돌아와~’ 캠페인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아이들의 초대와 기부는 계속되었고 기부금액도 2~3만원 씩 증액되었다. 아무것도 없이 방치되었던 미호종개 발견지에 탐방안내판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미호종개야 돌아와 캠페인은 진행형이다. 아직은 미호종개도 돌아오지 않았고 미호종개가 서식할 만한 환경도 만들지 못했지만, 미호강에는 벌써 몇 년째 상생의 꿈, 참여와 협력의 마음이 흐르고 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회색 깜깜한 미호천, 미호종개야 어디 갔니? 맑은 미호천 돌려줄게, 맑은 미호천 지켜줄게. 언제라도 돌아와 미호천의 종개야, 보고싶다 종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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