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가시 없는 삶은 없다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할 뿐
한때 나도 뾰족한 가시를 품었다
뿌리부터 가지 끝까지 단단하게 무장한 것도 모자라
가시를 품은 채
작은 바람에도 심하게 요동쳤다
핑계인 줄 알지만
그렇게 지키는 게 삶인 줄 알았다
그렇게 버티는 게 최선인 줄 알았다
안간힘을 쓰며 지키고, 버티다
시린 겨울 앞에 섰을 때
그제야 알았다
삶은
그렇게 지키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버티는 게 아니었다
밖으로 뾰족이 솟은 가시는
때때로 나를 찔렀고
내가 품은 내일에 상처를 냈다
가시 없는 삶은 없다
하지만 애써 가시를 키우지 않는 삶은 있다
가시를 품지 않는 자리에는
또 다른 삶이 영글고
또 다른 인연이 둥지를 튼다
어린 꾸지뽕나무는 뾰족한 가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이 든 꾸지뽕나무는 가시는 없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잔가지에는 가시가 돋아 있지만, 가지가 굵어지면서 가시가 둔해진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가시가 없어지고, 가시가 적은 나무일수록 더 많은 꾸지뽕 열매를 맺는다.
이를 보며 연륜과 함께 포용력을 쌓아가는 참된 어른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청양군 청남면 지곡리 196-1번지에 위치한 300년 수령의 꾸지뽕나무는 2015년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꾸지뽕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설(說)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박달나무와 맞먹을 정도로 단단한 나무라서, 뽕나무보다 더 단단하다는 의미로 ‘굳이-단단한 마음으로 굳게’를 붙여 ‘굳이 뽕나무’라고 한 것이 꾸지뽕나무가 되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누에 때문에 대접받는 뽕나무가 부러워 굳이 뽕나무를 하겠다고 우겨서 꾸지뽕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 속에는 꾸지뽕나무의 특징들이 숨어 있다.
꾸지뽕나무는 단단한 데다 탄력성이 우수해서 전통 국궁(國弓)과 농기구재를 제작하는 데 사용되었다.
또한 열매를 비롯해 잎, 뿌리, 줄기까지 식용이 가능한 버릴 것 없는 다용도 수목이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