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직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9일 오전 6시.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공영시내버스 차고지에 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시내버스가 있다.
600번과 601번 버스를 홀숫날에만 운전하는 최영형씨(57)가 올해도 어김없이 산타버스를 꾸미고 있다.
크리스마스까지 아직 보름 남짓 남았지만 산타버스는 소형 트리와 반짝이는 전구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최 씨는 25년 무사고 경력의 베테랑 운전기사다.
매일 마주치는 승객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기쁨을 주고 싶어 시작한 산타버스가 어느새 11년이 훌쩍 지났다.
산타버스가 처음부터 이렇게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개인 소유의 버스가 아니고, 전구를 위해서는 별도의 발전기가 필요해 회사의 승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산타버스 초창기에는 어떻게 꾸밀지 몰라 반짝이만 설치해 볼품이 없었다. 나중에 전구도 달고 산타 복장을 하니 승객들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4년 전 회사에서 정식 승인이 떨어지면서 반짝이만 달려있던 산타버스에 트리와 전구를 더했고, 최씨가 산타복장을 입으면서 비로소 완성됐다.
올해는 코로나 불황에 산타버스를 쉬어갈까 고민도 했지만 산타버스를 기억해주는 시민들이 있어 감행하기로 했다.
최 씨는 "한 승객분이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데 버스에서 신나는 캐롤을 듣고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해줘서 오히려 힘을 받았다"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시민들이 더욱 힘이 없는 것 같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어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12월도 버스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기며 승객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고 있다.
또, 승객들과 나눔의 기쁨도 함께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부터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을 후원하고 있는 최씨는 버스에 '사랑의 모금함'을 설치했다.
모금함은 항상 버스에 설치돼 있지만 모금액이 가장 많이 모이는 달은 산타 버스가 운행되는 12월이다.
지난 10여 년간 모인 후원금은 2300여만원.
후원금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로 전달돼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쓰인다.
최씨는 "1년 동안 코로나로 고생한 시민들이 산타버스를 타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길 바란다"며 "올해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모두 행복하세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