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도시 수달과 달천 수달
[염우의 환경이야기] 도시 수달과 달천 수달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1.23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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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강
2007년 환경교육센터의 달래강 탐사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서울 시내의 한강 지류 세 군데서 수달의 서식 흔적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건강한 자연하천을 상징하는 지표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카메라에 잡힌 수달의 모습을 보니 몸 곳곳에 상처가 나 있다. 수달의 배변에서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 발견되었다. 서식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달을 조사하고 보호하기 위한 수달언니들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청주 무심천에는 2006년에 수달이 돌아와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자전거도로 조성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도시하천에 수달이 서식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수달이 좋은 서식환경을 갖게 되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상생을 위해서는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2003년 9월의 기억이다. 새끼수달을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태풍으로 인해 어미를 잃고 떠내려온 새끼수달을 구조하여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대 부근의 작은 기도원에서 보호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지만 기도원 관리인은 보살펴 주고 싶었고, 양식장 피해를 보던 어부는 탐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교수님이 환경단체에 연락해서 처리하는 게 좋겠다며 공을 넘긴 것이다. 수달의 생태적 가치를 잘 알고 있던 나는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다음날 충북환경운동연합은 ‘보호 중인 천연기념물 새끼수달 공개’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외진 산골임에도 불구하고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이어 ‘수달과 주민의 공존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자회의’를 개최하였다. 회의에서는 새끼수달의 보호 및 복귀 방안, 옥화대 일원 수달 생태공원화 및 서식지 보존을 위한 협의기구 발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며칠 후 수달 서식 현황 조사와 보전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수달 전문가인 한국야생동물연구소 한성용 박사를 초청하여 현장 조사를 펼쳤다. 달천 중상류에 위치한 옥화대 일대가 수달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바위가 많고 바위틈이 잘 형성되어 있어 좋은 휴식처와 집을 제공해 준다. 다양한 물고기가 살고 있으니 먹이도 풍부하다. 기존 조사에 따르면 달천 유역에서 57종의 물고기가 발견되었는데, 이 중 80%가 중상류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옥화대에서 금봉을 지나 금관숲에서 박대소로 이어지는 천혜의 협곡 구간은 자연하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을 수달이 가장 살기 좋은 곳, 우리나라 최초의 수달생태공원으로 만들자는 야심에 찬 구상을 하게 되었다. 얼마 후 안정을 되찾은 새끼수달을 돌려보내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당시 청원군수를 초청하였고 우리의 구상을 제안하였다. 안타깝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수달 배설물
달래강 수달의 배설물. 사진=청주팔백리 송태호/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수달은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이다. 몸이 유연하고 발에 물갈퀴가 있어 헤엄을 잘 친다.  하천에 살면서 주로 작은 동물이나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눈이 예뻐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하천생태계에서는 최상위 포식자다. 수질이 오염되고 하천 환경이 훼손되자 개체 수가 줄어들었고 한동안 발견하기 힘들었다. 1982년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하였으며, 환경부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건강한 수환경의 지표종'으로서 수달 서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수달이 살기 좋은 곳은 첫째 먹이인 물고기가 풍부한 건강한 자연하천이어야 한다. 둘째 몸을 말리며 쉴 수 있는 바위, 잠을 잘 수 있는 자연동굴(바위틈, 나무그루터기)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사람들의 접근이 드문 적절한 면적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최근 도시하천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을 보면, 하천생태계가 좋아졌거나 수달의 환경 적응력이 높아졌거나 그중 하나일 것이다.

새끼수달을 만나기 전부터 충북환경운동연합은 달천 생태계와 서식지 보전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2002년 달천 본류 전역에 대한 수달 서식 현황조사를 실시하였고, 백서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2004년 수달서식실태조사보고서를 작성했고, 2005년 생태지표종조사를 실시하였다. 수달의 서식 여부는 흔적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약간의 훈련을 받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다섯 개의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 모습이 있는 발자국을 발견하거나, 바위 위에서 물고기 뼈가 가득한 똥을 발견하면 된다. 운이 좋으면 보금자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조사 결과 적어도 6개 권역에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활동반경이 15㎞임을 고려할 때 최대치라 할 수 있다. 2008년 달래강의 숨결 조사팀의 조사 결과에서도 달천 전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옥화대에서 괴산댐에 이르는 중상류에 집중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달천(撻川)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청주시와 괴산군을 지나 충주시 탄금대에서 남한강에 합수되는 길이 125㎞의 국가하천이다. 달천은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달천의 어원은 단내, 달래에서 유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금도 지역주민들은 달래강이라 부른다. 조선 3대 명수 중 하나가 충주 달천수이다. 또 하나인 속리산 삼타수 역시 달천의 상류이다. 달천 유역은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으며, 옥화구경, 괴산댐, 수주팔봉으로 이어지는 협곡은 경관이 매우 수려하다. 백두대간의 기슭에서 발원한 달천 우안의 지류들은 모두 화양구곡과 같은 명승 계곡들이다. 달천은 예로부터 대표적인 수달서식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달래강 수달피는 조선시대 주요 진상품이었다고 전해진다. 옛 문헌에 달천(獺川)이라는 표기가 나타나고 있어 수달 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달천은 수달이 살기 좋은 곳, 수달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이곳을 지키기 위하여 30여 년 동안 문장대용화온천개발을 막아왔으며, 달천댐 개발과 괴산댐 재개발 계획을 중단시켜내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도 소극적인 노력, 최소한의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 옛날 수달은 물고기가 살고 있는 모든 하천을 터전으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수달이 나타났다는 것이 화제가 된다는 것은 서식환경이 그만큼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청주 무심천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 서울 도심에서 수달을 발견했다는 것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만간 모든 하천에 수달이 돌아와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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