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옛 숨결] 관세음보살이 나투신 땅 부여
[충남의 옛 숨결] 관세음보살이 나투신 땅 부여
  • 임순정
  • 승인 2015.02.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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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순정 백제문화원 교육홍보팀 팀장] 부여하면 떠오르는 답사지들은 대부분 수학여행길에 들리는 부소산, 낙화암, 고란사, 궁남지,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 등이다. 하여 이번 부여 답사지로는 문화재답사여행을 막 시작했던 2000년 어느 여름날에 찾았던 부여군 임천면 성흥산에 자리하고 있는 대조사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기온과 햇살이 밝게 비추고 있어 콧노래가 절로 나는 기분 좋은 날이어서 임천면으로 향하는 자동차조차 가볍게 날아가는 듯 했다.

임천면에는 성흥산성과 대조사를 찾아 볼 수 있다. 이 두 곳은 웅진(공주)시대에서 사비(부여)시대로 넘어가는  백제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동성왕은 사비로 세 차례 사냥을 나갔다. 동성왕이 사비로 사냥을 간 것을 두고 후대 사가들은 ‘사비로의 천도를 모색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동성왕은 부여 땅에 성흥산성(당시 가림성)을 쌓고 위사좌평인 백가를 성주로 보냈으나, 지방 전출에 불만을 품은 백가는 동성왕을 살해하고 만다. 결국 백제는 동성왕 이후 무령왕을 거쳐 성왕 때 사비로 도읍을 옮긴다.

‘부여읍지(扶餘邑誌)’에 의하면 이 절은 인도에 가서 범본(梵本) 율장(律藏)을 가지고 돌아와서 백제 불교의 방향을 달리한 겸익(謙益)이 창건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 사적기를 참작하여 기록한 현판에 의하면 이 절은 527년 담혜(曇慧)가 창건한 것으로 되어 있다. 사찰창건에 대한 설은 다소 다르지만 부여읍지나 사적기 모두 6세기 초에 절이 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 후 고려 원종 때 진전장로(陳田長老)가 중창하였고 이후 전각들을 새로 신축하기도 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한다. 

서기 501년에 쌓은 임천 성흥산성 아래에 황금새의 전설을 간직한 대조사와 미륵석불이 있다.  성왕시절 왕명에 의해 5년간에 걸쳐 창건했다는 대조사는 신비스러운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백제시대 성흥산 중턱의 커다란 바위아래에 한 노승이 조금만 암자를 짓고 살고 있었다. 어느 따뜻한 봄날 노승이 양지 바른 곳에서 경건한 마음과 자세로 참선삼매 도중에 그만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새가 서쪽에서 날아와 신기하게도 황금빛을 발산하면서 현재의 대조사가 있는 곳에 앉아 큰 바위를 향해 계속 날개 짓을 하더란다.

그러자 햇빛에 반사된 한줄기 광명이 바위에 집중 되더니 그곳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깜짝 놀란 노승은 그만 잠에서 깨어나 보니 꿈이더란다. 이후에도 노승은 여러 날 동안 같은 시각에 같은 꿈을 꾸게 되어 이를 가림 성주에게 알렸고 성주는 곧바로 성왕에게 보고하였다한다. 그러자 성왕은 사비로 천도할 시기가 왔음을 알고 이곳에 대사찰을 짓도록 하였는데 10년이 걸릴 대규모 사업이었으나 사공을 주야로 투입하여 공사를 서둘렀다.

그때마다 신기하게도 공사현장에 새가 날아와 울어 주위를 밝혔고 새소리에 사공들은 피곤을 잊고 공사에 매진하여 5년만에 대사찰을 완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절 이름을 황금 빛 큰새가 나타났다하여 대조사(大鳥寺)라 지었고 관세음 보살이 나타난 큰 바위에 석불을 조성하였다고 전해온다.

물론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은 고려시대에 유행한 거대한 석조미륵보살의 하나로 논산에 있는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8호)과 쌍벽을 이루는 작품이다. 미래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 한다는 미륵보살을 형상화한 것으로 높이가 10m나 되는 거구이다. 머리 위에는 이중의 보개(寶蓋)를 얹은 네모난 관(冠)을 쓰고 있으며 보개의 네 모서리에는 작은 풍경이 달려있다.

관 밑으로는 머리카락이 짧게 내려져 있는데 이와 같은 머리모양은 관촉사 석조 미륵보살도 마찬가지이다. 얼굴은 4각형으로 넓적하며, 눈은 생기가 있어 보이고 코와 입이 다른 고려시대 거불보다는 작아서 그런지 잘 생긴 청년을 보는 듯 느낌이 신선했다.

고요한 산사에는 오랜 세월을 미륵보살상과 함께 해온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만이 불전사물 소리인양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어리석은 중생의 제도를 위해.
해질녘 산사의 풍경은 불심이 없는 자에게도 경건함을 갖게 해주는 신묘함이 있어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아쉬움을 남겨둔 채 산사를 내왔다.
‘전통사찰총서’ 12(사찰문화연구원,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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